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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의 원인과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

noheflag 2021. 11. 22. 13:18

 

세계 각국의 정부와 자본가 지배계급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면 경제가 다시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백신이 보급되고, 아직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치료제가 나오면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위드코로나’ 시대를 열고 있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정상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과는 다르게 이제는 물가인상이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물가인상 중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5개월째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는 그동안 물가인상에 대비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예고하면서도 물가인상이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이 막힌 데서 온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래서 2022년까지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안심시켜 왔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어 31년만에 찾아온 큰 폭의 물가인상은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의 그간의 태도를 변화시키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럽(유럽연합) 나라들도 큰 폭(4.1~4.5%)의 물가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7.8%에 이르는 러시아는 이미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지만, 중국도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전력난 등으로 생산자물가지수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도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2%에 올랐다. 수입물가지수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광산품, 석유, 석탄과 같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원자재와 중간재의 수입물가상승은 생산비용을 높일 것이고 이는 생산된 상품의 가격을 높여 소비자물가지수를 더 큰 폭으로 높이게 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금리인상 충격에 대비해 8월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심상찮은 물가인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시 기준금리 인상(1.0%)을 검토하고 있다.

왜 물가가 인상되고 있는가? ⓵ 공급망의 교란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연준은 물가인상의 원인이 공급망 교란에 있다고 주장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자재의 생산과 물류가 위축되면서 재화의 생산에 필요한 광산물 같은 원재료나 석유·석탄 같은 중간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그 가격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상품의 생산비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이다. 물류 문제도 심각하다. 경기 상황이 나아지며 최근 원자재와 생필품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이걸 운송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 물량이 줄어들자 그 핑계로 항만, 운송노동자들을 대량해고했는데, 물량이 늘어난 상황에 맞게 노동자를 재고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LA 항만 하역노동자 30%가 줄어든 상황이다. 
상품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자본가들은 이윤축소에 직면할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들은 상품의 가격을 인상해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 한다. 물가 상승의 첫 번째 원인은 이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본주의 생산이 대단히 무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회에 필요한 재화의 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국가에서 계획을 세우지 않고 사적인 자본들이 전체 사회의 요구와 무관하게 이윤의 필요에 따라 생산하기 때문이다. 원자재가 어디서 생산될 것이며, 얼마나 생산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은 어떻게 필요한 나라들로 공급될 것인지에 대한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생산이 필연적으로 부딪히게 되는 벽이 지금의 물가인상인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 원자재의 생산과 물류체계의 교란은 코로나19 대유행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백신 생산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 자본주의 국가들은 백신을 이윤의 수단으로 여겨 백신을 독점함으로써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백신에 접근하기 대단히 어렵게 만들었다.  
백신 기술을 가진 나라들에서 백신 생산기술을 각 나라에 이전해 주어 인류 전체가 코로나19를 대응하게 했다면 훨씬 빠르게 코로나19를 극복할 길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생산과 물류의 교란 따위가 일어나는 일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가인상 요인 ⓶ 억눌렸던 소비욕구의 충족


둘째 원인은 소비자들의 소비욕구의 실현이다. 코로나19로 다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들은 소비욕구를 억눌러왔다. 사용되지 않은 소비능력은 저축의 형태로 은행에 보관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위드코로나 시대를 열면서 소비자들의 소비욕구에 걸렸던 제동이 풀렸다.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공급을 초과하는 수요가 생겨났고, 이것이 물가상승에 속도를 붙였다.  

물가인상 요인 ⓷ 미·중 무역갈등

 

물가를 폭등시키는 요인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연합, 러시아와 미국, 유럽연합과 러시아 등 나라들 사이의, 그리고 각 경제권들의 사이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중국상품에 대해 부과한 보호관세는 미·중 무역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근에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호주산 석탄의 수입을 금지했다. 그동안 미·중 무역 갈등에서 호주 정부가 미국 정부의 편에 서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의 호주산 석탄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전력생산의 대부분을 화력에 의지하고 있다. 호주산 석탄은 중국의 전력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호주산 석탄의 수입금지 조치로 전력생산이 감소하면서 중국의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의 생산자물가를 급등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생산물 가격 인상은 중국에서 상품(원자재든 완제품이든)을 수입하는 나라들의 물가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 한국과 같이 주요 원자재 수입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는 더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의 수입물가지수가 급등한 것에는 중국의 ‘원자재-광산물’ 가격의 인상이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미국의 바이든과 중국의 시진핑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많은 이들이 물가인상에 대한 해결책으로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인하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회담은 양국의 갈등을 풀 실질적은 성과물 없이, 변변찮은 공동성명도 한줄 만들지 못하고 팽팽한 신경전만이 오고가다 말았다. 특히 대만 통일 관련 사안과 신장·티베트·홍콩의 인권 문제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원약탈과 지역패권을 위해서 중동과 아프리카의 약소국들의 인권과 생명을 유린해왔던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권유린을 탓할만한 처지에 있지는 않다. 이 점에서 양국 정부는 ‘도긴개긴’이다. 
회담이 끝난 후 중국의 시진핑은 “대만 갖고 장난하면 다죽는다”고 바이든 정부에 경고했다. 바이든 정부도 내년도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것은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그만큼 어려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이해관계의 적대성을 확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간에 일시적인 화해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이처럼 미·중 무역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지금의 물가인상도 파국으로 치닫는 자본주의의 격화되는 경쟁을 응축하고 있다. 

물가인상 요인 ⓸ 탄소제로 정책 - 그린플레이션


넷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탄소제로 정책이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을 수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미·중 무역 갈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탄소제로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화력발전을 줄이고 대신 친환경발전을 더 확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발전방식의 변화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한다. 한꺼번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그것을 내맡기면 그것을 달성하는 것이 요원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국가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주도하지 않으면 그것을 달성할 수 없다. 세계적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만이 아니다. 기후문제로 인해 탄소제로 정책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많은 나라들에게 이와 같은 현상이 대두되고 있다. 화력발전이 축소되고 친환경발전으로 대체되는 과정에서 기술적인 이유 때문에 그리고 사회적 인프라 구축에 드는 비용 때문에 전력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전기료의 인상이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에너지 전환 정책이 물가상승의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것이 ‘친환경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인 ‘그린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다.
탄소제로 정책에서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친환경 미래산업에서 기술적으로 자본적으로 먼저 굳건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이 분야에서는 그동안 기술적으로 자본적으로 뒤처져 있었던 나라들도 선진자본주의 국가들과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에 경쟁이 불붙고 있다. 서로들 출발선이 엇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내연기관차에서는 유럽의 자동차 기업들이 강자였지만, 전기차로 가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전기차 기술에서는 미국의 테슬라가 가장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출발선이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기술적으로 테슬라를 추월할 가능성이 상당히 열려 있다. 중국의 경우 전기자동차에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전기차 등 새로운 친환경 산업 분야에서는 충분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 이처럼 이윤을 위한 새로운 산업의 육성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이런 전환에 국가가 중심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각 정부가 탄소제로 로드맵을 발표해서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계획은 철저하게 자본가들의 이윤을 중심에 놓는 계획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자본가들 사이의 무정부적 경쟁을 없앨 수 없다. 그리고 기업들의 이윤 때문에 정부의 로드맵이라는 것도 누더기가 되기 십상이다. 다른 나라들보다 정부가 더 강력하게 시장에 개입하는 중국에서조차 에너지 전환이 얼마나 무계획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지금 중국의 전력난이 잘 보여주고 있다. 
무계획성, 각 나라 각 기업들 사이의 이윤경쟁과 이해관계의 첨예한 대립, 이에 따른 정부와 기업들 사이의 엇박자 등이 ‘그린플레이션-물가인상’이라는 현상에 들어 자본주의의 모순이다. 기후문제의 자본주의적 해결 방식은 이윤을 따라간다. 그런데 더 많은 이윤의 축적은 가난한 이들에게는 더 많은 고통의 축적이다. ‘그린플레이션-물가인상’은 소비자들(다수의 노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비용을 전가하는 자본주의적 방식이다. 

물가상승 요인 ⓹ 과잉유동성


마지막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과잉공급된 유동성(돈)이다. 코로나 시기 경제위기의 확대를 막기 위해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다. 양적완화와 같은 유동성의 확대 조치는 화폐가치를 하락시켜 상품의 가격을 끌어올린다. 막대한 재정투입으로 물가인상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정부의 돈풀기의 대부분은 어디로 갔는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투입된 것보다 자본가들의 이윤을 보충해주고,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들어간 것이 대부분이다. 재정확대의 이득은 자본가들이 얻고, 재정확대로 발생한 물가인상의 피해는 노동자들이 받게 되었다.

물가인상 가중되는 고통, 그러나 위기는 기회


지금의 물가인상이라는 현상은 자본주의의 경쟁과 무계획성, 이윤추구가 낳은 현상이다. 그런데 물가인상이 자본가들에게 반드시 나쁜기만 할까? 유류가격이 인상되면서 산유국의 원유자본가들과 정유회사와 유류 유통업체들의 이윤이 급증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천연가스 관련 업체들의 이윤이 급증했다. 전기료가 인상되면서 한때 한전의 주가가 치솟기도 했다. 그린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산업의 기업들은 연일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자본가들에게 위기가 더 큰 이윤을 위한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반면 물가인상은 노동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임금이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물가만 오른다면 실질임금이 삭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이유로 해고되고, 임금이 동결되고 심지어 깎였다. 거기에 물가까지 인상되어 실질임금이 더 줄어들었다. 노동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겪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기업들이 힘들다며 앓는 소리를 하고 정부지원의 대부분을 가져갔다. 자본가들은 손해를 보기는커녕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제 경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물가가 오르자 그 책임도 가격인상으로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런 상황을 그냥둬선 안된다. 자본가들이 물가를 올린다면 그만큼 임금을 인상시켜 실질임금 하락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자본가들의 천문학적인 이윤을   토해놓게 해야 한다. 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으로 대폭 인상시켜야 한다. 
최근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 속에서 인원이 부족한 산업이 늘어나고 있다.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는데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도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위드코로나 시기에 맞춰 한국에서도 노동자들의 투쟁이 확대되고 있다. 

각나라의 정부와 자본가들은 “물가인상→노동자들의 임금인상→자본가들의 상품가격 인상→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까 겁을 집어먹고 있다. 물가인상은 자본주의의 모순의 산물이다. 이 모순이 노동자들을 투쟁에 나서게 할 여지를 만들고 조직화의 가능성을 더 높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런 힘들이 축적되어서 노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고통만 안겨주는 모순에 가득한 자본주의 체제를 변화시킬 동력을 창출할 수도 있다. 
자본가들에게 물가인상이 위기이자 기회인 것처럼, 노동자들에게도 물가인상은 새로운 투쟁동력을 만들어 자본주의 세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힘을 창출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위기를 기회로!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