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이권다툼의 전장되나?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러시아, 미국 등 강대국 병력이 집결하면서 전쟁의 기운이 피어 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쪽 접경지역에 13만 명의 병력을 배치해 동·남·북 3면을 포위하고 있고, 이에 맞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자국 병력 3천 명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폴란드와 루아니아에 추가로 배치하기로 했다. 그전에 이미 폴란드에 4000명, 루마니아에 900명의 미군이 배치돼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세계 경제가 들썩이고 있다. 러시아는 석유와 천연가스 주요 생산국이다. 러시아는 일평균 50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하는 세계 2위(1위는 미국)의 석유 생산국이다. 또 러시아는 유럽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40%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 유가가 공급 차질로 급등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험 요인으로 인해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북해산 브렌트유에 이어 서부텍사스산 원유가격도 배럴 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유럽에서는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의 최점단 포병부대인 대대전술단이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으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더욱 치솟을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일본 등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가스스와프’를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이 요청한 ‘가스스와프’는 천연가스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나라에 들어오기로 예정된 선박을 천연가스가 부족한 나라도 돌리는 것으로 ‘항차’라고도 한다. 미국의 요청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 ‘항차’ 계약을 맺자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곡물과 원자재 공급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공장’이라 불리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시장의 29%을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시장의 전체 수출량 중 ‘니켈 49%, 팔라듐 42%, 알루미늄 26%, 철강 7%, 구리 4%’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암모니아 수출국이기도 한데, 암모니아는 비료를 만드는 주요 원료다. 러시아는 또 다른 화학비료의 원료인 탄산칼슘도 수출하고 있다. 전쟁이 곡물과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켜 식량 위기를 낳고 제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나토군이 전면적으로 맞붙을 경우 에너지자원, 원자재, 식량 등의 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다. 그러면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면 전쟁을 부추긴 강대국 ‘자본가들-부자들’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가난한 노동자·민중들이 생존이 위태롭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제국주의 강대국 자본가들의 이득이 걸린 부질없는 전쟁에서 속절없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제국주의 강대국 자본가들의 이득을 위해 벌이는 그들 사이의 전쟁에서 늘 가난한 노동자·민중들과 병사가 되어 전쟁에 나가는 그들의 아들·딸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고 목숨을 잃었다. 가난한 노동자·민중들이 제국주의 강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에 반대해야 하는 더 한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러시아는 왜?
그런데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시사하는 대규모의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가? 이의 중심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있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옛소련 등 동유럽 국가들에 군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기구로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국가들과 미국·캐나다가 참여하고 있다. 나토는 ‘군사동맹체’로서 전체 회원국 가운데 어느 한 국가에서 무장 공격이 발생하면 이를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다른 모든 회원국이 필요하다면 군사력을 사용하여 공격받은 회원국을 돕는 집단 방위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나토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로 확장해 들어오는 것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토는 계속해서 러시아의 국경 쪽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물론 나토의 이런 확장은 러시아로부터 미국이 뭔가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에 목적이 있다.
1990년 러시아는 통일 독일의 나토 가입을 인정해 주었고, 그 대가로 미국은 ‘나토가 더 이상 동쪽(옛소련의 동유럽 위성국가들 쪽)으로 확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미국의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토는 러시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9년에 폴란드·체코·헝가리 등에 이어 2004년에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발트3국)’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은 2008년 이후부터 줄곧 우크라아니와 조지아를 나토에 가입시키려는 정책을 펴왔다. 2008년 나토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배후에 미국이 있었음은 틀림없는 일이다. 러시아의 푸틴은 어떤 구차한 명분도 필요 없다는 듯이 조지아를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여기에 2014년 유로마이단 운동(친유럽 운동)으로 친(親)러시아 정부에서 친(親)유럽 정부로 바뀐 우크라이나까지 EU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나토에 가입하려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2014년에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반군을 공공연히 지원했다.
그런데 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큰 위협으로 간주한다. 우크라이나는 동쪽으로 러시아와 20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국경지대에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까지는 불과 500~600Km의 험한 산이나 계곡이 없는 비교적 평탄한 지형으로 군사작전이 이루어질 경우 삽시간에 적의 공격권에 들어가게 된다.
이미 나토에 가입한 발트3국과 러시아의 국경이 300Km에 걸쳐 접해 있고, 발트3국 중 에스토니아에서 러시아의 제2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150Km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을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이나 나토의 강대국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문제들에서 러시아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이런 상황을 이용하려 할 것이 틀림없다.
더하여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캅카스’ 지역(러시아 영토)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자원의 보고인데,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흡수되면 이 지역이 언제든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다. 러시아는 이런 점들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편 1999년에 집권한 러시아의 푸틴은 철권통치로 러시아 경제를 재건하고 고유가로 얻은 수입으로 군사력을 회복했다. 다른 한편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자본주의 국가이지만 점점 약화되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의 패권 경쟁으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푸틴은 이런 전반적인 힘의 균형의 변화에 고무받아,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관계를 적절하게 이용해서 벨라루스·우크라이나·조지아를 잇는 옛제국(소련)을 재건하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다.
하나의 예는 이런 것이다. 지난 4일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은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천연가스 공급계획을 발표했다. 매년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던 중국도 러시아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한 병력을 두고 ‘자국 내에서의 병력이동’일 뿐이라며 미국이 러시아의 내정에 간섭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러시아를 두둔했다.
전쟁이 일어날까?
전쟁이 일어날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13만 대군을 집중시켰다. 최첨단 포병부대인 대대전술단 74~76개 부대를 배치했다. 이것은 냉전 이후 40년간 유럽에서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규모의 전력 집중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무장단체가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공격해 12명의 사망자와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친러시아 반군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진다. 미국은 러시아군 17만5천 명이 우크라이나 접경에 배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군대의 규모와 화력 그리고 현재의 긴장 수위로만 본다면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병력의 배치와 규모를 공개하면서 치르는 전쟁은 굉장히 드물다. 푸틴은 전쟁의 실제적 이득에 확신이 들 때에야 비로소 전쟁를 치를 결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군 전체에 맞서 전쟁을 도발하는 것은 푸틴으로서도 확신이 서지 않는 모험이다. 그러므로 푸틴의 군사행동은 아직까지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위협용의 성격이 짙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은 작은 불씨로도 언제든 전면적인 전쟁으로 치닫을 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의 ‘경쟁’은 제국주의 국가들에게도 그들이 모두 다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강압이기 때문이다.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분리주의 반군을 이용해 국지적인 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다. 이 전쟁은 단기적일 수도 장기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푸틴은 군사적 위협을 통해서 ‘나토가 더 이상 동진하지 않겠다’는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서면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고 한다.
푸틴 정부는 ·NATO의 동쪽 확장 공식 중단 ·구소련 영토에서 NATO의 (기지·무기체계 같은) 군사 기반 시설 확대 영구 동결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중단 ·유럽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금지 등을 요구했다. 러시아의 요구에 대한 답변으로 미국은 ·유럽배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조정에 관한 양자 대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배치된 나토 미사일 검증 등을 제안했다. 러시아가 우려하고 있는 핵심 문제인 ‘나토의 동진(東進)’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한 것이다.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을 위한 전쟁 반대
아직까지 러시아의 푸틴이든 미국의 바이든이든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아무리 나토 가입이 중요해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러시아 군과 나토군의 전쟁에 찬성할 리도 없다. 우크라이나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너무 목청을 높여 떠든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과 러시아의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줄다리기가 그들의 애초 계획과 다르게 전쟁으로 치닫는 것을 이들은 통제할 능력이 없다. 그러므로 그들이 당장에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우리는 지금껏 중동에서,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배후에 도사린, 그리고 그들이 직접 참여한 전쟁들을 보아왔다. 이들은 전쟁을 벌일 때 늘 ‘자유’ ‘민주주의’ ‘테러와의 전쟁’ ‘인민 보호’ 등의 명분을 내세운다.
이번에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으로부터의 ‘방어’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여기게 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내세운다. 둘 다 위선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의 약소국가들에서 전쟁을 벌일 때 그들은 결코 ‘방어’자의 입장이 아니었다. 공격자의 입장이었다. 지금도 러시아는 13만 대군을 우크라이나 접경에 결집시켜 놓고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약소국을 약탈하려는 자들은 결코 약소국의 자결권을 존중할 수 없다. 사실 그들은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위해 전쟁에 나서겠는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내세우는 것은 친유럽 정부가 자신들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들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우크라이나 노동자·민중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처지에 있지 않다. 러시아와 미국이 전쟁을 치른다면 우크라이나는 어찌할 도리 없이 전쟁터가 되어 경제가 파괴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죽거나 다치고 굶주리는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도 러시아와 미국은 그들이 벌인 수 많은 다른 전쟁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패권과 에너지 자원, 광물 자원 등 돈(이윤)이 되는 것을 위해 전쟁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이것을 직감한다. 그런데도 막상 전쟁이 벌어질 때면,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같다고 생각하는(결코 그렇지 않지만) 어느 한 편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 간다. 그러나 제국주의 강도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은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가는 일이다. 그로부터 노동자·민중들이 얻을 것은 생존의 위기를 겪고 목숨을 잃는 고통 당하는 것뿐이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사태는 제국주의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와 제국주의 러시아의 이권 다툼의 산물이다. 우크라이나 노동자·민중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노동자·민중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진보적인 성격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럼에도 제국주의 강대국의 자본가들과 그 정부들은 노동자·민중들의 목숨을 거기에 때려 넣으려고 한다. 이런 전쟁에 찬성할 이유는 없다.
‘경쟁’을 운동의 동력으로 삼는 자본주의에서는 제국주의 강대국 사이의 무력 대립은 필연이다. 자본주의를 끝장내야만 이런 제국주의 강도들 사이의 이권 다툼을 위해 노동자·민중들이 생존의 위기로 내몰리고, 그 아들·딸들이 속절없이 목숨을 바치는 일을 멈출 수 있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