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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들의 전쟁반대! 노동자민중의 국제적 단결!

noheflag 2020. 2. 5. 10:34

문재인정부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호르무즈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UAE, 오만, 이라크, 이란 등 중동 국가들이 인접한 곳으로, 이 일대는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급기야는 지난 1월 3일, 미국은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솔레이마니를 드론 공습으로 암살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7일 이라크 내의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보복 공격을 가하며 전쟁위기가 고조됐다. 이후 이란과 미국 모두 확전을 자제하면서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나라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꼼수 파병

이런 상황에서 1월 21일 문재인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파병을 하기로 결정했다. 국방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미 아덴만에 파병돼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지역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말이 작전지역 확대이지 아덴만과 호르무즈해협은 1,800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게다가 이제껏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에 대한 위협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청해부대의 파병 목적은 아덴만에서 출몰하는 해적으로부터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에, 문재인정부의 이번 결정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럼에도 문재인정부가 ‘파병’이 아닌 ‘작전지역 확대’로 발표한 이유는 따로 있다. 미국의 파병 요청을 들어줌과 동시에 중동지역 주요 수출국인 이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내린 꼼수이다. 정부 스스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 자임하지만 파병 자체가 미국의 명분없는 전쟁에 참전하는 결정이다. 국내적으로 보면 파병의 경우에는 반드시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 국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면 자신들의 지지자조차 파병에 반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계승하는 노무현정부는 2003년 이라크에 자이툰부대를 파병하면서 엄청난 저항을 경험했다. 그 때의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지지자들에게 파병이 아니라는 명분을 던져주고 국회에서의 논란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다. 

전쟁이라는 손익계산서

미국과 이란의 충돌은 당장의 전면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쟁위기의 고조를 통해 지배자들은 부지런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이해득실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이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벌인 전쟁은 자국의 자본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지역에서 친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적대적 관계에 있는 이란을 끊임없이 공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란 정부의 입장에서도 이번 충돌은 나쁘지만은 않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경제가 악화되자 이란 정부는 휘발류 가격을 50% 인상했는데, 이에 반발한 이란 민중들의 반정부 시위가 11월 15일부터 이어졌다. 몇 주 동안 시위가 계속되자 이란 정부는 인터넷을 차단하고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서 수백 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지만 시위는 이란 전역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미국과의 충돌로 정권퇴진을 외치던 시위는 한 순간에 반미시위로 반전됐다. 이란 정부로서는 미국의 군사도발이 자신들의 위기를 해결해 준 셈이다. 

전쟁반대! 국제적 단결!

2003년 미국은 이라크의 대량 살상 무기를 이유로 전쟁을 벌였다. 후세인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라크를 초토화시켰지만 미국이 주장한 대량 살상 무기는 전쟁을 위한 거짓 명분이었음이 드러났다. 미국의 전쟁은 ISIS(이슬람국가)라는 또 다른 거악을 만들어내 전 세계를 테러와 전쟁의 공포에 빠지게 만들었다. 한국 정부는 이 명분 없는 전쟁에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가담해 씻을 수 없는 전쟁범죄를 저질렀다. 
문재인정부의 꼼수 파병도 마찬가지이다. 중동에서의 이권, 미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이익을 보기 위해 파병을 결정했다. 전쟁위기를 통해 지배자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정신이 없을 뿐, 목숨을 걸고 전쟁을 수행해야 하는 노동자민중의 생존은 안중에 없다. 경제위기와 전쟁위기로 고통 받는 이란 노동자민중에게도, 전쟁을 직접 수행해야 하는 한국과 미국의 노동자민중에게도 피해만 있을 뿐이다. 지배자들의 전쟁 책동에 맞서 국경을 넘는 노동자민중의 단결이 필요하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