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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노동/친기업 내건 윤석열, 문재인 정부는 아니었나!

noheflag 2022. 3. 19. 14:02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이 당선됐다. 윤석열은 후보자 시절부터 주120시간 노동, 최저임금 150만 원 등의 발언을 통해 노골적으로 반노동/친기업 입장을 밝혀온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석열은 대선기간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최저임금제, 주52시간노동제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하며 기업관련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죽도록 일하라 –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윤석열은 후보자 시절 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기업인의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메세지를 강하게 주는 법으로 대통령령을 촘촘하고 합리적으로 설계해 기업하시는데 걱정이 없도록 할 것“이라 발언했다.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국회를 거치면서 노동계의 핵심요구가 빠지고, 이런 저런 예외조항이 포함되면서 누더기가 된 법이라는 비판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사용자가 처벌받지 않도록 손보겠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실시한 ‘차기정부 경제·산업정책 관련 기업의견’ 조사에서 개선이 필요한 경제 법률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의견이 가장 많았는데, 윤석열정부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중대재해처벌법 자체를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쥐꼬리만큼 받고 일하라 – 최저임금제, 임금체계 개편


“최저임금을 200만 원으로 잡으면 150만 원, 170만 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고 밝혔을 정도로 윤석열은 최저임금제도에 비판적이다. 수습기간의 감액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액수를 적용하는 현행 최저임금제가 경직됐다고 주장하며 지역,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편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위원회의 공익위원을 친사용자 성향의 인사로 채워 인상폭을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근속이 늘어날수록 임금이 오르는 현재의 임금체계에 대해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은 지금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가 젊은 세대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서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 직무별·성과형 임금체계 도입이 쉬워지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이를 통해 청년의 고용 활성화와 장년층의 고용 안정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최저임금을 하향평준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게다가 직무,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부추겨 단결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장시간 일하라 – 주52시간제 완화


윤석열은 후보자 시절 주52시간제도가 중소기업의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비현실적인 법이라고 비판하며 차기 정부에서 비현실적 제도를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주52시간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 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1년 동안 총 합계로 주 평균 52시간만 지키면 어떤 시기는 주 100시간을 근무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연장근로 특례업종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신규 설립된 스타트업이 연장근로시간 특례업종 또는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특례업종이나 특별연장근로 대상에 포함되면 주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을 넘어 주당 64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 장시간 노동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주52시간제를 무력화하고,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해 노동자를 과로로 내몰겠다는 것이다.   

노동자에겐 달라질 것이 없다


이와 같이 반노동/친기업 입장으로 일관된 윤석열의 노동정책에 대해 사용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선 이후의 논평에서 “선거 기간 당선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노동에 대한 무지와 노조 혐오에 기초한 '막말' '아무 말 대잔치'는 당장 오늘부터 노동자, 민중의 삶이 더욱 고되고 팍팍해질 것이 예견돼 참담하기 그지없다”며 “윤석열의 5년은 노동자에겐 목숨을 건 지옥의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노동자에겐 문재인정부의 지난 5년도 지옥의 시간이었다. 노동존중을 내세우고 당선되었지만 문재인정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고,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장시간 노동의 문을 열었다.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위해 노동계가 요구한 중대재해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지 않은가?
문재인과 윤석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노골적인가 그렇지 않은가의 정도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에 대해 낙담할 이유가 없다. 지난 5년간 그랬던 것처럼, 아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윤석열의 5년은 노동자에겐 목숨을 건 투쟁의 시간’이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