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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 50년, 산재사망 473명 살인기업 현대중공업

noheflag 2022. 4. 20. 09:23

2022년은 어렵게 만들어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해다. 법이 제정되고부터 많은 자본가들이 사업주를 처벌하는 법은 과도하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들은 최고경영자가 처벌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고 온갖 대책을 강구해왔다. 
하지만 중대재해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에도 많은 사고가 있었던 건설, 제철, 조선업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색할 정도로 초반부터 노동자들의 죽음이 이어졌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 모두 중대재해 발생

 

▲ 1월 19일 현대삼호중공업 추락                            ▲ 1월 24일 현대중공업 크레인 오작동 협착                    ▲ 2월 12일 현대미포조선 화상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에서는 올해 들어 모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1월 19일(수) 현대삼호중공업에서는 일을 시작하자마자 50대 여성하청노동자가 탱크 안 상부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재해자는 1월 14일 금요일에 안전교육을 받고 17일 월요일부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1월 24일에는 현대중공업 2야드 가공관에서 천장크레인으로 판계 부재를 적치 중이던 정규직 노동자가 크레인 오작동으로 철판에 협착하여 사망했다. 현장노동자들이 사고 직전, 크레인 오작동을 확인하고 수리를 요청했으나 고쳐지지 않았다. 2016년 현대중공업에서 설비보전업무가 현대중공업MOS로 분사된 후 크레인 고장은 눈에 띄게 증가했다. 
2월 12일(토)에 현대미포조선에서는 시설보전부 정규직 노동자가 전기 쇼트로 작업복에 불이 붙어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당시 사고영상을 보면 주변작업자들이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사용하려했으나 3개나 작동하지 않았고, 그 사이 온 몸으로 불이 번졌다.
이 때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이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기 전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것에 안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에서는 68일 만에 또다시 사람이 죽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폭발사고

 

▲ 2022년 4월 2일 현대중공업 폭발사고 현장


현대중공업에서 사고가 발생한 4월 2일은 토요일이었다. 08시가 작업 시작시간이지만 재해자는 조기출근해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재해자는 블록 하부에서 자동절단 작업 후 산소절단기로 슬래그(절단찌꺼기) 제거작업을 하던 중 바로 옆 툴박스(현장에 설치된 공구나 자재 등을 보관하는 철재 박스)에서 일어난 폭발로 11M나 날아갔다. 
아직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나 가스(에틸렌, 산소)가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폭발이 일어날 때 불꽃을 보지 못했고 하얀 연기가 자욱했다고 했다.
조선소 현장에는 폭발성이 매우 강한 에틸렌가스와 산소를 공급하는 배관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이 배관들에서 각종 에어와 가스를 분배하는 설비를 유틸리티라고 하는데 폭발이 일어났던 툴박스 부근에 이 유틸리티가 있었다.

하루 전 절단기/가스호스 점검 있었지만


 폭박사고가 있기 2일 전 3월 31일에도 산소절단기를 사용하던 중 역화방지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가스호스가 폭발해 화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다음날 가스절단기와 가스호스를 점검했다고 했다. 
그런데 폭발사고가 난 후 다시 전 공장에서 가스절단기와 가스호스 육안점검이 이뤄졌고 엄청난 양의 절단기와 호스가 폐기됐다. 화상정도로는 육안 검사만 하고 사람이 죽어야 그나마 제대로 점거하고 교체한다는 사실을 사측 스스로 보여줬다. 
이는 1월 24일 크레인 사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수차례 수리를 요구했지만 크레인 수리를 담당한 MOS의 하청업체는 그만한 능력도 교체할 부품을 살 돈도 없었다. 하청에 하청으로 책임이 전가된 상황에서 원청이 안전예산을 주지 않는 이상 부품 교체는 불가능하고 수리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 죽고 나서야 점검과 수리가 이뤄지고 있다.   

 

폭발사고 후에도 바뀌지 않는 현장

 

▲ 2022년 4월 5일 고용노동부 울산지청 항의 기자회견 및 면담


폭발사고 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현장인 2야드 판넬공장, 선각공장, 중조립공장 내부의 산소-에틸렌 작업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모든 공장과 야드에 동일한 설비가 있음에도 철저하게 외면했다.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 등이 4월 5일 노동지청을 항의방문하면서 현장 곳곳에서 가스가 누출되고 있는 증거 사진을 들이밀어도 ‘행정절차 상 안 된다’는 답만 반복했다. 
지금도 현대중공업 내에서는 노후화된 설비의 정비, 관리가 잘 안 되어, 현장 곳곳에서 에틸렌가스와 산소가 누출되고 있다. 언제든 동일한 폭발사고가 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럼에도 사측과 노동지청은 하루빨리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혈안이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4월 12일(화) 일방적으로  ‘노사합동점검’을 통보했다. 사고원인에 대해서도 재해자의 책임으로 몰고가고 있다. 그래야만 회사측의 안전관리 책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살인기업 현대중공업

 

올해는 현대중공업 창사 50주년이다. 그동안 473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었다. 하지만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울산저널 인터랙티브 ‘미포만의 눈물’에서는 사망자가 현재까지 481명이 더 있다고 한다. 이것도 기록이 없어 반영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 기업에서 1년에 평균 9.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죽어가는 기업이라면 ‘살인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조선업 중 현대중공업은 유독 사망사고가 많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물론 웬만한 중소조선소보다도 압도적으로 많다. 
2020년 5명의 원·하청노동자가 죽어나가자 현대중공업 당시 한영석 대표이사는 3천억 원의 안전예산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3천억 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고, 현장은 여전히 수리와 점검이 되지 않은 크레인 등 장비와 설비들로 노동자가 죽어가고 있다. 

 

윤용진

 


안전한 작업장 구축이 자동화와 디지털화라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창사 50주년을 맞이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매출 21조원,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발표내용 중엔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생산을 자동화해 ‘안전한 작업장’을 구축하겠다는 스마트 야드 구축 로드맵도 있다. 
차별화된 기술력 확보, 스마트 야드 구축 등 미래비전을 제시하며 뭔가 굉장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산효율 극대화가 핵심이다. 인력문제는 자동화로 대체하고 생산성은 (생산)정보의 디지털화로 높이겠다는 게 목표다. 안전예산 3천억 원도 대폭 늘어난 CCTV와 최근 만들어진 통합관제센터를 볼 때 스마트 야드 구축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장 생산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자동화와 디지털화를 진행한다해도 이미 정해진 생산스케줄을 소화할 생산인력이 부족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당장 올해에만 6,200명(현대중공업 3,400명, 현대미포조선 1,600명, 현대삼호중공업 1,200명)의 추가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으나 사람이 오지 않고 있다. 
위험한 공장, 높은 노동강도 대비 낮은 임금으로 소문난 조선업 전체가 이런 지경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정기선 대주주 일가의 승계 작업을 위해 회사를 쪼개고 매년 천억 원이 넘는 주식배당금을 챙겨가고 있다. 대주주 일가에게 퍼주는 배당금이면 노후설비 교체와 장비개선, 임금인상 등을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이윤이 최우선인 자본가들은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절감과 높은 생산성이 먼저다.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책임은 재해자에게 떠넘기고 형식적인 교육과 점검으로 책임을 피하려는 태도는 그들로서는 당연하다. 당장 공장을 돌려야 되는데 시간 낭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중대재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자동화와 높은 생산성이 달성되는 스마트 야드가 자리 잡을 때까지 더 많은 노동자가 죽어나갈 것이다. 스마트 야드가 자리 잡은 뒤에는 다를까? 두고 봐야겠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의 행태를 보건데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