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도장노동자 총고용보장 총파업 투쟁 마무리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이제 반격이다!
임금인상 30% 쟁취를 위한 총파업 투쟁 준비 중
계약만료 해고 통보로 시작된 총파업
작년 4월 대우조선 파워노동자들은 역사적인 23일간의 총파업투쟁을 진행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투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이 투쟁은 임금인상 요구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고용안정 없는 임금인상은 의미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1년 단위 근로계약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으로 성장하였고 그 결실을 맺었다.
올해 4월 말은 1년 근로계약이 만료되는 시기였다. 당연하게도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도장부 7개 업체(9개 업체 중 2개 업체는 폐업 후 신규업체로 이관됐다)의 재계약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장부 업체들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올해 1월부터 매달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총궐기를 진행하며 5, 6월 ‘30% 임금인상’ 투쟁을 공표했다. 대우조선에서는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하청노동자들도 늘어나고 발판, 탑재, 조립, 의장 등 13개 업체의 임단협 교섭을 추가로 진행하면서 한참 총파업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청노동자들이 조직되고 투쟁을 준비하는 상황은 원하청 사장들에게는 상당한 위협이었을 것이고, 이 투쟁 분위기에 제동을 걸어야만 했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사장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재계약 권한이 조선하청지회를 무력화하고 임금인상투쟁 분위기를 초반에 꺾어버릴 효과적인 무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원하지 않았으나 할 수밖에 없었던 방어전
4월에는 도장부 8개 업체의 노동자들만 파업권이 있었다. 아직 교섭 중인 13개 업체는 5월이 돼야 파업권이 생길 예정이었다. 합법적인 쟁의권을 사용할 수 있는 조합원들은 도장업체 빼고는 없었다. 대우조선 전체 하청노동자와 함께 하는 30% 임금인상 총파업을 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총파업을 훼방 놓기 위한 자들의 도발을 그냥 묵과할 수는 없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4월 21일(목) 재계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4월 25일부터 전면총파업을 선언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가 기자회견을 하자 도장부문 9개 업체 대표들은 반박 보도자료를 뿌렸다. 이들은 “일당제근로자(기간제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당제 근로자의 상용공(정규직)전환을 위한 도모”이고 노조파괴 의도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도장부 업체들이 시급제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가 ‘고용불안 해소’라고 하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일당제 노동자들이 시급제보다 일당제를 선호한다는 것을 이용해 업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계약조건을 들이밀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근로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당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아웃소싱’(인력파견업체나 사업자등록을 한 물량팀)업체로 이직하라고 강요했지만 그러한 내용은 자신들이 낸 보도자료엔 일언반구도 없었다.
업체소속으로 잘 다니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언제 해고될지도 모르고 법적 보호도 못 받는 아웃소싱 업체로 그것도 3개월짜리 단기계약으로 옮기라는 요구는 고용안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이었으며 도장노동자들이 투쟁하기 전인 1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8일간의 전면 총파업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4월 21일(목)과 22일(금) 확대간부 연차투쟁을 시작으로 25일(월)부터는 전면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권을 가진 도장노동자들은 파업을, 아직 파업권이 없는 타 직종 조합원들은 연차를 써가며 총파업 투쟁에 합류했다.
도장노동자들의 파업은 파급력이 상당했다. 매일 진행된 파업집회에 약 500여명의 하청노동자가 참여했고, 도장 공정 90%가 마비됐다. 4월 27일(수)에는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하청노동자 ‘대우조선 셧다운!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렸는데 800~1000명의 하청노동자가 참여했다. 이 날엔 비조합원들도 상당수 참여하며 하청노동자 총파업 투쟁에 힘을 실었다.
4월 28일(목)부터는 2도크 게이트 앞에서 100여 명의 파업대오가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밤공기는 싸늘하고 다음 날엔 비까지 쏟아졌지만 파업투쟁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작년 4월 투쟁에선 참여가 저조했던 도장부 터치업(붓을 가지고 배의 가장자리나 구석진 곳에 페인트를 칠하는 노동) 여성노동자들이 대거 파업에 동참하며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5월 2일(월) 새벽 도장업체들은 명분 없던 집단해고(재계약 거부)를 철회하고 재계약에 합의했다. 한두 업체가 끝까지 조합원대표는 빼고 계약하겠다고 몽니를 부렸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단 한명의 해고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도장업체는 전체 노동자들과 재계약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고용보장을 위한 방어전 마무리
4월 총파업은 도장노동자들의 계약만료로 인해 촉발됐지만 30%임금인상도 포함된 총파업이었다. 그러나 1차전은 고용안정을 확보하면서 마무리 됐다. 물론, 1차전의 성과가 고용안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번 재계약은 포괄임금에 포함된 수당 중 연차수당을 제외했고, 다음 계약 만료일이 되면 근속기간이 2년 이상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체사장들이 원했던(?) 상용직이 된다.
그러나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미 시작한 총파업이니 임금인상 30%를 쟁취할 때까지 가자는 요구였고 이는 조합원들의 정당한 요구이기는 하다. 그러나 여전히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많았고 더 많은 하청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총파업이 아니고서는 30%임금인상을 쟁취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성장한 현장의 조합원들이 소통의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요구들이 생겼다. 이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여하겠다는 조합원들의 의지가 반영된 요구이기도 하다.
대우조선 원청은 기성금을 3%만 인상하면서 하청업체들의 임금인상 여력을 3%대로 가둬버린 상태다. 따라서 30% 임금인상은 원청인 대우조선과 산업은행을 상대로 모든 힘을 결집해 싸워야만 쟁취가 가능한 요구다.
비록 1차 방어전에서는 30%임금인상 쟁취를 잠시 보류해야만 했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곧바로 반격을 위한 2차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반격, 미래를 개척하는 2차 총파업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1차 총파업을 마무리하고 곧바로 2차 임금인상 총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1차 총파업 당시 파업권이 없던 13개 업체 조합원들이 이제 파업권을 확보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5월 14일(토)~15일(일) 수련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위해 주1회(목요일) 진행해 오던 직종별 업체 조합원 대표자 모임인 ‘임금인상 투쟁본부회의’를 의결기구로 승격 구성하고 2차 총파업 일정 및 세부준비를 시작했다.
지난 구조조정시기 임금이 30%나 줄어들었던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최저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올랐지만 오직 조선소 임금만은 뒷걸음쳐왔다. 물량은 넘쳐나지만 일할 사람이 없다면서도 저임금과 해고가 자유로운 다단계하청구조를 고집하는 원하청 사장들이 알아서 고용안정과 임금인상을 보장해 줄 리도 없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사측의 온갖 훼방에도 자신들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곧 시작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2차 총파업은 전체 조선하청노동자들의 미래가 달린 일이기도 하다. 이들이 개척한 길을 보며 타 조선소의 하청노동자들이 희망을 갖기 시작했고, 실재 조직화와 소규모 투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2차 총파업투쟁 승리를 모든 조선하청노동자들이 응원한다. 반드시 30%임금인상을 쟁취해 조선하청노동자도 당당한 노동자임을 또 한 번 보여주길 기대한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