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전면총파업 중, “지금처럼 살 순 없지 않습니까!”

noheflag 2022. 6. 17. 08:50

 

지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원하청 자본가들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일부 도장업체들의 재계약 거부로 촉발된 1차 총파업을 승리로 끝낸 지 한 달 만인 6월 2일부터 ‘임금 30% 인상’을 요구하며 또다시 파업 투쟁에 돌입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이제 전체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선봉이 되었다. ‘감히 하청이 파업을 하다니!’ 하청노동자를 업신여기던 조선업 자본가들조차 너무도 놀라 불길이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임금 30% 인상, 단체협약 체결”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는 분명하다. 2015부터 5~6년을 조선업이 어렵다며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당했던 하청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과도한 요구처럼 보이는 임금 30% 인상은 조선업 구조조정 직전 임금수준으로의 회복일 뿐이다. 
2017년 말 대우조선 내 하청업체들은 상여금 550%를 없애기 시작했다. 상여금을 없애는 대신 시급이나 일당을 약간 올려주면서 오히려 임금인상효과가 있는 것처럼 말했지만, 해가 갈수록 추가 임금삭감까지 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은 30%나 추락했다.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대우조선 내 21개 하청업체와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현재는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2016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에서 25개 하청업체와 단협체결을 시도했으나 원청인 현대중공업의 개입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한 적이 있다. 그만큼 조선소에서 하청노조가 인정받기는 너무나 힘들다. 

생산을 멈춰라! 총파업이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6월 2일(목)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휴일에도 파업을 한다며 현장에 나와 거점을 지켰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투쟁열기가 너무 높아 바로 다음주부터 전면파업으로 전환하고 안벽에 정박해 있는 선박 입구와, 도크, 발판 자제 물류 센터 등을 봉쇄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발판, 탑재, 조립, 의장 조합원들이 스스로 밤샘 농성을 결의하며 8시간 전면파업은 사실상 24시간 전면파업이 됐다. 
오랫동안 정규직노조조차도 감히 감행하지 못하고 있는 생산을 멈추는 파업은 하청노동자들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 조별로 분산되어 6~7곳의 거점을 24시간 사수하는 전면파업은 시간이 갈수록 생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청노동자가 일을 하지 않으니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움직이기 시작한 대우조선 원청

전면파업 11일차인 12일(일) 드디어 원청인 대우조선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주말임에도 도장조합원들이 지키고 있는 1도크 **기업 물량을 인소싱했다며 정규직을 작업에 투입시키려 했다. 도장조합원들은 온몸을 던져 이를 막았다. 고소차 붐대의 작동을 멈추기 위해 자신의 몸을 구겨 넣고 작업에 투입된 정규직 노동자에게 작업을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대우조선지회(정규직노조) 간부들이 현장에 와서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니 작업중지를 하고 나서야 위험천만한 충돌은 멈출 수 있었다. 
다음날(13일)에는 아침 9시부터 대우조선 원청 관리자들이 동원되어 하청노동자들이 지키고 있는 7곳의 거점을 침탈했다. 수십명이 떼거지로 몰려와 지게차와 트럭을 들이밀며 거점을 사수중인 조합원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거통고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은 지게차와 트레일러에 몸을 던지고 서로 스크럼을 짜며 이들의 침탈을 막아냈다. 
거통고조선하청지회는 총파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정규직노동자와의 충돌을 피하려 했다. 대우조선 사측이 유도하고 있는 노노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신 목숨을 걸고 온몸을 던져 원청 관리자들의 침탈을 막아내고 있다. 

 

 

온갖 비방과 협박을 자행하는 원하청 자본가들


총파업 투쟁 14일차인 15일(수) 원하청 자본가들은 본격적인 비방과 협박을 시작했다. 하청업체 대표들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집단교섭 요구”, “불법 탈법 행위”등의 비방을 담은 ‘사내협력사 대표 일동’ 명의의 유인물을 뿌렸다. 교섭에만 들어가면 원청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하던 자들이 ‘현실’을 말하고, 파업현장에 불법적인 아웃소싱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불법’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거통고조선하청지회의 고소고발로 수차례 처벌받았던 하청업체 사장들의 적반하장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대우조선 원청은 더욱 가관이다. 1도크를 사수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수백억원의 손배청구를 들먹이며 협박했다. 이미 하청업체에게 주었던 물량이었고 파업당사자들의 작업현장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정규직 작업물량이라며 손배를 운운한다. 그동안 저임금과 불법적인 고용구조로 하청노동자들에게서 착취해간 천문학적인 돈을 전임 대표이사 두 명이 횡령해 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원청이다. 그런 원청이 무슨 자격으로 손배 운운한단 말인가.

 

 

너무나 소중한 하청노동자들의 투쟁


오늘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거점을 사수하며 단호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비가와도 원청 관리자들이 몰려와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들의 거점을 끝까지 지켜내고 있다. 
일반적인 임단협 투쟁 현장하고는 너무나 다르다. 교섭단은 교섭하고 조합원들은 판에 박힌 집회하면서 진행되는 임단협이 아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걸고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제는 인간답게 살겠다는 의지가 이들을 자발적인 투쟁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울산과 영암 등 다른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은 거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켜보고 용기를 얻고 있다. 하청이 파업을 하고 단체협약을 요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들은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총파업투쟁은 소중하다. 
대우조선 원청도 이번만큼은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그만큼 하청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을 무너뜨리기 위한 탄압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현장을 지키며 최선을 다해 투쟁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에게는 연대가 절실하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최초의 역사적인 총파업 투쟁이 패배하지 않도록 많은 노동자들의 지지와 엄호가 필요하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