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 물가는 오르고, 노동자의 삶은 내려간다!
물가가 심상치않다. 전년 동월대비 5월 소비자물가가 5.4% 인상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로 올라선 것은 2008년 9월(5.1%)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휘발류가격은 2,000원을 넘은지 오래인데다, 최근에는 밀가루·식용유 등 핵심 식자재 물가까지 26%, 23% 상승했고, 결국 치킨가격이 2만원을 넘어섰다. 1년만에 치킨 10.9%나 오른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bbq 회장의 말대로 치킨 3만원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치킨만이 아니다. 물가상승을 체감하는 식탁물가, 특히 외식물가지수는 작년 12월에 비해 4.2% 올랐다. 자장면(6.3%), 떡볶이(6.0%), 김밥(5.5%), 라면·커피(각 5.2%), 볶음밥(5.0%), 소주·맥주(각 4.9%) 등도 인상 중이다. 식탁물가의 인상은 노동자 특히 임금이 낮은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OECD 38개 회원국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9.2%로 1998년 9월(9.3%)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부터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린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의 물가는 40여 년 만에, 프랑스는 약 37년 만에 최고치다. 독일도 1990년 동·서독 통일 이후 가장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서는 나라는 36개국에 불과했고, 대부분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 신흥국과 가난한 나라였다. 그러나 올해는 소비자물가를 공식 집계하는 120개 국가 가운데 91개 국가의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 이상 급등했다. 프랑스·독일 등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들로 인플레이션이 옮겨붙었다.
전쟁 때문인가?
맞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물가인상의 주요 원인이다. 주요 석유수출국인 러시아가 전쟁에 들어가면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출이 각각 세계 5위(8%), 3위(13%), 해바라기씨유 수출량은 세계 47%를 차지하는 1위다. 그런데 전쟁으로 35~54%까지 생산량이 감소했고 거기에 흑해를 러시아가 장악하면서 수출길까지 막히고 있다. 생활의 기초가 되는 석유, 곡물의 공급축소는 물가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공급망 교란과 기후 위기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함께 세계 공급망 교란과 기후 위기도 물가인상에 한몫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2달이 넘게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도시를 봉쇄했다. 생산거점이 밀집된 중국의 도시봉쇄로 세계 공급망이 타격을 받았다. 그리고 기후 문제도 심각하다.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5개월 넘게 낮은 이상 현상인 라니냐가 발생하면서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 3대 곡창지대’로 불리는 미국과 아르헨티나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곡물 수확량이 약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도 121년 만의 폭염 탓에 올해 밀 수확량이 전년 대비 10% 감소가 예상되고, 유럽연합(EU)의 최대 밀 수출국인 프랑스도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세계 1위 콩 수출국인 브라질에선 이미 수확량 감소가 현실이 됐다. 지난달 브라질의 콩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로 인한 공급망 차질, 기상 악화가 초래한 곡물 생산량 감소 등이 겹치면서 세계 경제를 덮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의 불길이 더 커지고 더 많은 국가로 번지고 있다.
이미 예상되던 일
물가폭등은 이미 예상되던 일이었다. 코로나 시기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다. 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미국은 2조3천억달러(2700조원)를 뿌렸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두배에 가까운 4조달러(5000조원)를 시중에 풀었다. 돈은 넘쳐나는데, 상품의 공급은 그대로거나 줄어들면 당연히 물가는 오르게 되어있다. 이 간단한 원리를 자본가계급이 몰랐을까? 그들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닥칠 것을 예상하면서도 돈을 풀었다. 그런데 그 돈은 어디로 갔는가? 이것은 노동자들을 위해서였나? 일부는 노동자들의 생존비로 들어갔으나 대부분은 주식과 코인, 부동산 투기에 쏟아져 들어갔다. 코로나 2년 동안 세계 인구 99%는 소득이 감소한 반면 세계 10대 부자들의 자산은 7000억달러(약 845조 원)에서 1조5000억 달러(약 1788조 원)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은행은 하루 1.9달러(약 2430원)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올해 전 세계적으로 많게는 9500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로 모두가 고통을 겪는다며 그 해결책으로 돈을 풀었고, 그 혜택은 가진 자들이 가져갔다. 그리고 돈풀기로 만들어진 인플레이션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짊어지게 되었다.
그들의 해결법
자본가들이 내놓은 해결책은 중국-러시아 vs 미국-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 패권 경쟁이다. 세계적 경제위기에서 각국 정부와 자본가들은 ‘세계화’ 정책을 축소하고 주요 패권국을 중심으로 두 개의 블록으로 ‘지역적 공급망’을 따로 형성하려 한다. 미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을 벗어나 원자재부터 중간재, 부품,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새롭게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확대시키려 한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기름을 붓는 격이다. 비교우위를 통해 분업화되어 전세계적으로 촘촘히 짜여져 있는 생산의 고리를 다시 짜게 되면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OECD는 공급망의 지역화로 각국 GDP의 5% 가량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생산비용의 증가는 다시 물가 인상을 자극할 것이다.
그리고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미 대만을 둘러싼 중국-미국의 군사적 위협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다. 전쟁은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낼 것이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필요하다
물가 폭등은 노동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특히 식재료의 문제는 생존과 연결된다. 생존의 위협을 겪는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해 투쟁에 나서는 선택을 하게된다.
아프리카·남미·아시아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해결하라는 반정부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수천 명이 “인플레를 해결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아르헨티나는 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50%를 넘겼고, 올해도 1~4월에 23%였다. 지난 4월 국가 부도가 난 스리랑카도 최근 식량·의약품 부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진행중이다. 페루에서는 연료·비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트럭 기사들과 농부들이 고속도로 점거 시위를 벌였다.
미국에서도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 샌타마리아 지역의 블루베리 업체인 ‘J&G 베리 팜’에서는 농장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였다. 애플·아마존 등 빅테크에서도 인플레이션에 못 버티겠다며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노조를 조직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달 애플은 오프라인 매장인 애플스토어 직원의 시간당 최저임금을 기존보다 10% 높은 22달러로 올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유가급등으로 생계의 위협에 직면한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전면파업에 돌입한 상황이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수년간 빼앗긴 상여금과 임금인상 회복을 요구하며 생산거점에서 파업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지배계급인 자본가들이 생산-소비를 교란하고 있다. 양적완화로 돈을 풀어서 이득을 얻고, 물가를 폭등시켜 또 한번 이득을 얻고 있다. 이자를 낮춰서 이득을 얻고, 다시 인플레이션 해결한다며 이자를 올려서 이득을 얻는다.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윤을 챙겨간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노동자에게 떠넘긴다. 자본가들의 책임 떠넘기기에 맞서 집단적 투쟁이 필요하다. 물가가 인상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임금을 인상시켜야 한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