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르는 물가에 살 수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하라!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인 9,160원보다 30% 정도 오른 11,860원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물가가 5% 이상 상승한 똑같은 상황을 놓고 노동자들은 물가도 오르고 금리도 올라 먹고 살기 힘드니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자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올랐는데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영세자영업자들이 힘들다며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라며 업종별 지역별 차등 적용도 요구하고 있다. 업종별로 지불 능력 차이가 심해 업종간 최저임금 편차가 최대 52.9%포인트 까지 벌어져 있기 때문에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라는데 돈벼락을 맞는 사람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과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하는 것처럼 주장하며 최저임금 동결 및 업종별 지역별 차등적용을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동당이 지난 9일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K·현대차·LG·롯데 5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727조6,082억 원으로 1년 만에 26조 원가량 증가했다. 10대 재벌로 확대하면 906조1,45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5조 원가량 늘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해 51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에 비해 44% 증가한 수치다. 이재용이 받은 배당금은 3,632억 원, 전년 대비 66.1%가 증가했다. SK 하이닉스 역시 영업이익이 148% 증가했다. 최태원이 받은 배당금은 1,038억 원에 이른다. 현대차 그룹의 영업이익은 180%나 늘었고 정의선은 853억 원을 배당금으로 챙겼다. 5대 총수의 배당금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3%에 달한다.
경제지표에서도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은 4.1% 늘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 GNI 역시 3만5373달러(약 4048만 원)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러 기준 10.5%, 원화 기준 7.2% 증가한 것이다.
이익은 다 어디로?
경제 위기라며 난리를 쳤지만 지표로 드러나는 이 많은 이익은 다 어디로 갔는가? 실제로 대자본가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많은 이익을 보았다. 정부도 재정적, 법률적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이들을 도왔다. 정부가 재벌과 기업들에게 지원한 돈은 200조에 이른다. 여기에 대해서는 모두들 입을 꾹 다문다. 그러면서 이들은 중소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자본가들의 상권을 망가뜨리고 이들의 등에 빨대를 꽂은 주범은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다. 게다가 임대자본가들은 장사가 되든 말든 폐업을 하든 말든 임대료를 따박따박 받아갔다. 통계상 자영업자 6명 중 5명은 직원을 고용하고 있지 않은데도 모든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처럼 호도한다. 가맹점비, 임대료, 수수료, 재료비 등 대자본가들의 이익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의 것으로 만들어 놓고 더 약자인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리서치 기관에서는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이 높다고 생각하는가’, ‘최저임금이 부담이 되는가?’만 물어 부담스럽다는 답변을 끌어낸다. 이들은 결코 ‘임대료가 높다고 생각하는가?’, ‘임대료가 부담이 되는가?’ 따위는 묻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현실
저들의 주장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는 나아졌는가? 최저임금은 올랐지만 산입범위 개악으로 실제 받는 임금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게다가 최저임금에 대한 공격이 극심했던 작년에는 최저임금제가 도입된 이후 가장 적은 1.1% 인상에 그쳤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일을 하더라도 시간쪼개기로 임금은 줄어들었다. 인원감축으로 노동강도는 높아지고 노동조건은 나빠졌다. 물가는 뛰고 집값은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올랐다. 지난해 실질 가계부채가 2700조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보다 130% 이상 더 높은 수치다. 빚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주40시간 꼬박 일한 노동자들에게 월 200만원을 주는 것이 정말 말도 안 되게 큰 돈을 주는 것인가? 작년 GNI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한 가구당 평균 1억 원 정도의 소득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는데, 노동자들이 가져가는 최저임금은 자신이 만든 소득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게 너무 많다며 동결이니 차등지급이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여 대고 있는 것이다.
생계비 기준을 둘러싼 갈등
올해 새롭게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노동자 가구생계비가 반영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최저임금은 ‘비혼 단신 생계비’, 즉 1인 가구 중 배우자가 없고 전·월세 등으로 주거비를 내는 임금노동자의 생계비를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이것을 바꾸자는 주장이다. 노동계가 제기한 생계비 안에는 가구의 규모와 유형에 맞게 적정생계비를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대부분의 노동자는 평균 2.48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며 비혼 단신은 전체 가구의 10%도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한사람의 노동자가 자기 가족과 함께 기본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생계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정당하다. 일을 하는데 점점 가난해 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자본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는 투쟁
코로나는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지만 전쟁으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 물가인상과 금리인상 등 노동자 대중이 겪는 어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노동자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다. 이런 자본가들과 무책임한 정부에 맞서 세계 곳곳에서는 투쟁이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항공사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항공이 마비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공항의 비행기 100여대가 결항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포르투갈 등 유럽 전역에서 항공사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항공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로 감축된 인원의 충원은 제대로 되지 않아 노동강도 및 노동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호주의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주 정부가 제시한 임금인상안에 반대해 24시간 파업을 벌여 교도관, 공원관리인, 교직원, 경찰, 소방관 등 공무원 수천 명을 포함해 약 3만여 명이 거리로 나와 정부의 임금인상안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에서는 철도와 지하철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반대 및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지난달 딜리버루가 운영하는 배달음식 플랫폼 탈라바트 배달노동자들이 배달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파업을 벌였다. 아이티에서도 섬유공장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광산 노동자들은 물가폭등에 반발하며 월1000랜드(약7만9000원)인상을 요구하며 지난 3월 초부터 이달 초까지 3개월 넘게 파업을 벌였다.
싸우는 노동자들
한국의 상황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유가인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안전운임제 확대 실시, 유류값 인하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급하게 합의에 나서 파업이 종료되었지만 대중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택배노조 및 우정본부노조도 인원충원, 임금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쉬운 해고를 밀어붙이는 자본의 탄압에 맞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업무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에도 충원되지 않는 인원공백으로 노동자들이 과도한 업무를 떠안고 있다며 인원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거제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은 삭감된 임금을 되찾기 위해 전면 파업을 진행중이다.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하여, 투쟁!
다수의 젊은이들은 노동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안정된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노동으로 가족을 건사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부모로부터 경제적 능력을 물려받을 게 없는 이들은 주식투자, 코인, 복권, 사행성 게임 등으로 눈을 돌린다. 일확천금만이 유일한 희망이 된다. 노동으로 먹고 살 수 없는 사회, 노동이 천시되는 사회, 그것이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다. 이러한 사회는 제대로 성장할 수도 유지될 수도 없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생활임금 쟁취, 가구 생계비 보장을 주장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이익을 지키고자 하는 것도, 노동자계급만을 위한 요구도 아니다. 세상이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강제하기 위한 노력이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다. 자본가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세상을 파멸의 길로 끌고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계급이 바로 노동자계급인 것이다.
소수의 부를 위해 피억압계급의 노력과 희생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자본주의 세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당차게 맞서는 싸움이 필요하다.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분명히 하고 최저임금 인상, 해고금지, 인원충원, 노동권 보장 등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자.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