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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쬐끔 올려놓고 주휴수당을 내놓으라고?

noheflag 2022. 7. 17. 19:08

2023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반발하며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치솟는 물가와 노동자와 가족의 생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물가인상률보다 낮게 결정되어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상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고용노동부에 재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이 확정된 이후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심야할증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야 영업시간인 1시부터 오전 6시까지 물건값의 5% 정도를 올려받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고개든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이는 대신 산입범위를 확대해 실질임금이 동결되거나 하락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휴수당까지 폐지하려고 난리다. 주휴수당이 폐지되면 임금의 1/6이 줄어들게 된다. 최저임금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다. 
언론은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점주 등 영세자영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실제 그런지 따져보자. 한달을 30.5일로 잡아 24시간 알바노동자를 고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시급1만992원(주휴수당 포함)으로 계산시 한달 임금은 804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내년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시급이 552원 올라 월 845만원이 된다. 한달에 36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추가되는 것이다. 점주가 하루 몇시간이라도 가게를 본다면 그 비용은 더 줄어든다. 겨우 10~30만원 정도의 비용 때문에 점포가 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다.  

편의점이 어려운 진짜 이유


그렇다면 편의점 점주들의 앓는 소리는 거짓일까? 아니다. 다만 원인이 다른 데 있을 뿐이다.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5만여 개에 육박한다. ▲CU(1만5800여개) ▲GS25(1만5500여개) ▲세븐일레븐(1만1100여개) ▲이마트24(5900여개) ▲미니스톱 (2600여개) 순이다. 점포수의 급격한 증가는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점포당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20년 4월부터 21년 4월까지 1년 동안 늘어난 편의점 3사의 수가 2300개가 넘는다. 과다출점을 막겠다며 업체들이 자율협약을 맺었지만 규정된 거리는 담배소매인 거리제한 50M에 불과하다. 이조차 법적 강제성이 없다. 인근에 편의점 하나가 생길 때마다 기존 편의점 매출액이 20~30% 감소하다보니 일매출이 120만원 미만으로 ‘적자’ 영업을 하는 편의점은 전체의 26.5%(2018년ㆍ편의점 3사 가맹점 기준)에 달한다. ‘저매출 위험 구간(일매출 150만원 미만)’인 점포까지 합하면 전체의 47.8%나 된다
반면 가맹본부는 더 많은 점포를 가질수록 더 많은 로열티를 챙길 수 있다. 그 결과 최근 4년간 GS25 등 ‘빅4 편의점’(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가맹본부의 평균 매출액은 2016년 16조586억원에서 2020년 20조4316억원으로 4조3729억원(27.2%)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야외활동이 늘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편의점 이용이 늘면서 가맹본부의 실적이 10~25%가량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업계 1위인 BGF리테일(CU운영사)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만 2조8040억 원, 영업이익은 684억 원이고, GS리테일GS25 운영사)의 경우 올해 2분기 매출액은 2조8040억 원, 영업이익은 684억 원에 달한다. 대형마트를 앞지르는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같은 기간 가맹점 사업자(점주)의 평균 매출액이 20억8700만원으로 2016년(22억원) 대비 5.1%(1억1300만원) 줄어든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빨대꽂기


편의점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음식점, 카페 등 대부분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근 치킨 업체인 BHC가 차액가맹금(본사와 가맹점 사이의 물류 마진, 가맹점은 본사에서 신선육과 기름, 닭고기 파우더 등 치킨을 만드는 데 필요한 필수 재료를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데 여기서 남기는 마진)을 평균매출대비 18%나 받아 챙겨 물류 마진으로만 한 해에 1,300억~1,600억 원을 챙겼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다. 

대자본가-소자본가-노동자


수십억~수천억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자영업자들을 앞세워 월 10만원 정도의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경제가 파탄나고 나라가 망할 것처럼 떠들어대는 대자본가들의 노림수는 분명하다.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 노동자들을 쥐어짜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는 것. 이 중 하나만 성공한다 하더라도 이긴 게임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미 어려운 처지에 놓인 소자본가들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지 않는다고 해서 살 길이 열리지 않는다. 한두 명의 고용된 노동자들을 쥐어짠다 해도 자신의 손에 남는 이익은 푼돈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자본력이 없는 소자본가가 살아날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들이 살 수 있는 방법은 노동자들과 힘을 합쳐 피빨리는 구조를 박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사실을 망각한 채 대자본의 앞잡이가 되어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최선봉 기수로 소비되고 있다. 

필연적 투쟁


윤석열 정부는 예상대로 정권을 잡자마자 법인세와 종부세를 낮추는 한편 상속세까지 유예해주는 등 친재벌 친자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더 긴 노동시간과 임금동결을 요구하는 한편, 근로소득세 및 사회보험료를 인상하여 노동자들의 어려움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에 낮은 임금, 끝없는 졸라매기에 코로나

 시기 내내 고통받았던 노동자들의 참을성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삭감된 임금을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거제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요구처럼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노동자들의 울분이 투쟁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노동자들의 힘과 자신감이 올라오지 않아 터져나온 싸움들이 힘있게 확산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깊어지고 심화되는 경제 위기 앞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필연이다. 투쟁하는 동지들이 내일을 향한 디딤돌을 놓을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