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박근혜의 ‘줄푸세’윤석열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본가 정부의 모습
윤석열 정부는 7월 21일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종부세·상속증여세·양도소득세 등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대폭적인 감세정책으로 요약된다. 최고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고, 중소기업 등에 대한 가업상속공제한도와 범위를 각각 1000억 원과 매출액 1조 원으로 확대하며, 종합부동산세의 공제금액을 인상했는데, 이는 명백한 부자들에 대한 세금인하다.
법인세 인하로 낙수효과? 대기업 특혜!
현행 법인세는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최고세율 25%를 납부하도록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22%로 인하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얘기한다. 그런데 이번 법인세 인하에 적용되는 법인세 최고 세율(세전이익 3000억 원 초과)을 초과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119곳 정도에 불과하다. 즉 대기업이 혜택의 중심에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업이 내는 세금은 결국 그 부담이 국민들께 전이되는 소비와 관련된 부분"이라며 "법인세 인하를 통해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세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라고 주장한다. 즉 부자와 기업이 혜택을 받으면 이것이 전체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온다는 낙수효과의 또다른 표현이다. 그러나 낙수효과는 이미 비현실적인 이론임이 수차례 확인되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25%였던 법인세를 22%로 인하했다.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내세우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여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약 4년간 총 26조 7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감면하였으나, 기업의 투자 규모는 약 23조원으로 직전 4년간(2005년~2008년)의 투자총액(약 33조 5000억원)보다 약 10조원 이상 감소했다. 낙수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부자들의 돈주머니는 늘어났다. 같은 기간동안 기업의 사내유보금만 72 조 4000억원에서(2009년) 165조 3000억원(2011년)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오히려 매년 세수가 감소하여 2014년에는 약 11조원의 결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정부에선 부족한 세수를 보전하기 위하여 담배소비세와 주민세를 인상하는 등 대대적인 서민증세를 단행하여 노동자들에게 세금부담을 떠넘기기도 했다.
가업상속공제제한 확대 – 자본가 세습 돕기
가업상속공제는 기업의 주식 등을 자녀에게 승계할 경우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자본가들이 재산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는데 혜택을 주는 제도다. 매출 4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제한돼 있던 것을 이번에 매출 1조원 기업까지 확대했다. 공제액 한도는 처음 시행된 1997년에는 1억원이었으나 지속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최대 500억원인데, 최대 10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가업상속공제에 새롭게 대상이 되는 중견기업 수는 2020년 기준 292개인데, 이는 전체 중견기업 중 5.3%에 해당한다. 이미 중견기업 92.8%가 가업상속공제 대상으로 대부분 상속세를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번 개편안으로 5.3%의 자본가에게 혜택을 주려고 세제개편을 단행하는 것이다. 빈부격차가 커지고, 자본가들의 재산대물림에 따른 양극화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반대로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종부세 완화
현재 소유 주택 수가 많으면 세금을 더 물리도록 설계된 종합부동산세도 전면 개편한다. 다주택자들에 대한 중과세가 폐지되고 세율도 인하된다. 이번 세제개편은 고가주택 보유자일수록, 다주택 보유자일수록 더 큰 세금 감면 혜택을 주도록 설계됐다. 공시가격 15억원인 1주택자의 종부세는 올해 98만원에서 내년 37만원으로 감소한다. 공시가격 30억원인 1주택자는 1082만원에서 556만원으로 종부세가 줄어든다. 서울과 수도권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들의 종부세 감면 혜택은 수천만원에 달했다.
정부 - 자본가계급의 해결사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세수는 감소한다.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감세액은 약 4조 1000억원에 달하고, 가업상속 확대 등으로 2조 3000억원, 종부세 완화로 1조 7000억 원 가량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자감세’ 규모는 약 8조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벤처기업협회 등의 요구가 거의 100%수용된 것이다. 후보 시절부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해 온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전 “불필요한 규제로 혁신의 발목을 잡지 않고 기업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선인 시절에는 3월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나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정부 역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본가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기구로서 역할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들에게는 어떠했나?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이 절박하게 외친 임금인상에 대해 공권력 투입으로 협박하고 손배가압류로 법질서를 지키겠다고 윽박질렀다. 그런데 자본가에게 특혜를 주고 노동자들을 억압하는 모습이 윤석열 정부라서 그런가? 그렇지 않다. 민주당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를 22%에서 25%로 올렸지만 대기업에게 세제 감면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2021년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력 제고라는 명목 아래 대기업에게 다양한 세액 공제를 실시했다. 대기업은 투자액의 1%, 중견기업은 3%, 중소기업은 10%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 납부 때 돌려줬다. 신성장 원천기술 투자로 인정받을 경우 대기업 세액공제율은 투자 비용의 3%까지 올랐고, 임기 말에는 6%까지 올렸다. 부동산정책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종부세를 강화하는 등 부동산투기를 막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기업형 임대자본에게 특혜를 제공하고 투기할 수 있는 빈틈을 만들어주었다. 윤석열정부와 문재인정부의 차이는 대놓고 노골적으로 자본가편을 드느냐, 노동자 편인 척 포장지를 씌우고 자본가편을 드느냐, 그 차이에 불과하다.
공산당 선언에서 마르크스는 ‘현대(자본주의체제)의 국가권력은 부르주아계급 전체의 공동업무를 처리하는 하나의 위원회일 뿐이다’라고 정의했다. 174년이 지난 지금 정부에 대한 마르크스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당이건 국민의 힘이건 자본가계급의 정치인들이 권력을 잡는다면 그 정부는 자본가들의 기구일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권력을 가지지 못한다면 자본가를 위한 정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