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 윤석열 정부의 민영화 서막

noheflag 2022. 8. 26. 11:10

윤석열 정부는 지난 29일 공공기관의 생산성·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원 감축, 인건비 절감, 직무·성과중심 보수체계 개편, 민간경합 기능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새정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인 350개 공공기관은 이달 말까지 자체 혁신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야 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을 포함한 공공부문이 허리끈을 졸라매고 뼈를 깎는 강도 높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방만 경영?


추경호 부총리는 지난 정부에서 공공부문 인력과 부채가 급격히 늘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5년 간 인력은 33만 4천 명에서 올해 5월 44만 9천 명으로 11만 5천 명이 증가했고, 부채는 2016년 말 499조 4천억 원에서 지난해 말 583조 원으로 83조 6천억 원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7년 13조 5천억 원이던 공기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7천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며 공공기관 방만 경영의 책임을 문재인정부에 돌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조직인력 감축 및 재정 효율화를 중심으로 한 공공서비스 기능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6월 2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파티는 끝났다”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이 발행한 ‘윤석열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비판적 검토’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설명하기 위해 내놓은 근거는 구조조정을 합리화하기 위한 눈속임에 가깝다.

연구소는 지난 문재인정부 5년간 공공기관의 부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같은 기간 동안 자산 또한 169조 5천억 원 늘어 공공기관의 부채율은 16.2%p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인력의 경우 정규직화 103,619명, 공공기관의 비정규직·간접고용 감소 70,039명을 반영하면 인력 증가도 미미한 수준이다.

게다가 문재인정부 재정 긴축 기조로 인해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의 평균임금은 지난 4년간(2017~20년) 4.2%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총인건비 누적 인상율(11.5%) 및 공공기관 자산 증가율(21.2%)에 비해 낮고, 1인당 복리후생 예산은 지난 5년간 20.9% 감소했다.

 

이런데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왜곡조차 서슴지 않으며 공공기관에 대한 비효율·방만 경영으로 낙인찍기 위해 혈안이 된 이유는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를 위한 토대를 쌓기 위해서이다.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필수적인 인력과 재정의 감축은 공공서비스 질의 하락을 불러올 것이다. 이로 인해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커지면 차라리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해 효율성 향상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민영화의 전형적인 논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인력을 감축하고, 재정을 삭감하고, 비핵심 기능을 축소하고 민간경합을 하지만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민영화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 정부는 혁신가이드라인에서 “독점적 공공서비스를 제공했으나 민간부문의 성장으로 민간과 경합하는 기능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는데, 전력발전 시장은 이미 민간에 개방되어 공공과 민간기업이 경합하고 있기 때문에 축소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전력발전 시장이 더 많은 민간기업에게 개방될 것이 불 보듯 뻔 한데도 이것이 민영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가 민영화를 민영화라 부르지 못하고 ‘혁신’이라고 포장하는 이유는, 이전 정부의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이 대중의 반대와 노동자투쟁에 부딪혀 좌초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영화에 맞선 거대한 투쟁이 벌어진다면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리는 강력한 뇌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