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등의 결과 - 폭락의 역습, 잔치는 끝났다
반포 재건축 아파트가 최고가(5월 37억) 대비 11억이 폭락해 26억 원에 거래되어 언론에 오르내렸다. 강남의 부동산은 가파르게 오른 만큼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인천의 강남'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가격도 고점대비 3억이 넘게 폭락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들어서고, 바이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해 송도의 부동산은 오를 것이라며 빨리 부동산 투기를 해야한다던 게 몇 달 전인데, 폭락은 순식간이었다.
집값 하락폭이 깊어지고 있다. 전국 주택 가격이 13년 7개월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제 누구도 ‘영끌해서’ 부동산에 투기해야 한다고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한다. 20-30대에게 영끌해서 투기하라고 부추겼던 이들 중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오히려 부동산은 투기 아니냐며 투기에 동참한 이들이 ‘멍청했다’고 훈계하고 있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부동산 폭락
부동산 폭락은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코로나 시기 동안 돈을 풀어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에 거품이 쌓였고, 물가인상을 부추겼다. 여기에 경기침체 상황이 맞물리며 물가폭등으로 이어지자 미국 연준은 금리인상을 밀어붙였다. 올초 0.25%이던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2.5%까지 뛰었고 연말 4%를 넘길 것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도 지난 8월 0.5%에서 2.5%까지 인상된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 7%를 돌파했다. 1,757조원 규모의 가계대출에 뒤따르는 이자부담 증가액만 27조 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작년 8월 이후 1년간 개인의 이자부담이 평균 130만원 증가한 것이다. 영끌해서 산 집값은 떨어지고, 이자는 이렇게 오르니 투기의 막차를 탄 이들은 ‘멘붕’에 빠져있다. 그러나 폭락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깡통전세, 전세사기
집값 하락은 집을 매매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로 생활하는 이들 또한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집값이 폭등하면서 전세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그런데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가가 매매가보다 높은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깡통전세가 되면 이후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기 십상이다. 특히 갭투기를 하던 집주인의 경우 대출금을 갚지 못하거나 세금을 제때 내지 않아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 전세보증금을 지켜내기 어렵다.
여기에 전세사기꾼들의 문제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전세사기꾼들은 2020년~21년 집값이 상승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집을 사들였다. 최고 집부자는 이 시기에 빌라를 사들여 1242채를 소유하고 있다. 전세를 끼고 갭투기를 했기에 많은 돈이 들지 않았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챙기고, 대출금을 갚지 않아 집이 압류되면서 전세금을 떼이게 되는 것이다. 전세사기꾼들은 부동산 상승하는 시기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부동산 폭등은 좋고, 폭락은 나쁜 것?
가난한 이들은 집값이 오를 때는 전세, 월세 부담으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출로 집을 사게 되면 대출이자 부담에 짓눌린다. 그러다 부동산 최고점에 집을 사게 되면 결국 부동산 폭락으로 큰 손해를 겪게 된다. 평생 노동으로 모은 전재산을 한순간에 날려버린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노동자들이다. 노동자 중 운이 좋아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이들도 있지만 그 수는 적다. 부자들과 권력자들 대부분은 부동산 등락의 흐름을 잘 알고 있고,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이용해서 폭락이 예상될 때는 이미 부동산을 팔아치운 상태다. 가진 자들은 부동산 폭락도 폭등도 두렵지 않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의 이득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때를 기다린다. 대출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나온 집을 헐값에 사들이고 다시 부동산 폭등의 시기를 기다린다.
벼락거지를 만들지 말자
몇 달 전만 해도 TV, 신문에선 주식, 부동산에 투기하라고 부추겼다. 가만있으면 상대적으로 ‘벼락거지’ 되니까 멍청하게 노동만 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빚을 내서 주식하고 부동산투기하면 더 큰 돈을 벌수 있다며 투기에 몰두하라고 얘기 하지 않는다. 투기에 몰두한 이들이 오히려 평생 모은 돈을 잃게 되고, 진짜 절대적 ‘벼락거지’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의 잘못인가? 그렇기도 하다. 모든 노동자가 투기에 참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르게 질문해 보자. ‘개인을 탓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고 사라지는가?’ 그렇지 않다. 이번에는 철수가 돈을 잃겠지만 다음번에는 영희가 돈을 잃을 것이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운이 좋고, 머리를 잘 써서 피해갈 수 있는 이들은 극소수일 뿐이다. 이번에는 사돈의 팔촌이 돈을 잃지만 다음번에는 내가 될 수도 있다.
진짜 문제는 개인에게 있지 않다. 부동산 투기를 금지하지 않고 조장하는 정부와 권력자들이 문제다. 투기를 통해 더 큰 이득을 얻는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현실이 문제다. 그리고 성실하게 일한만큼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오히려 투기를 통해 이득을 얻도록 만들어 놓은 사회구조가 문제다.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얻게 되는 불로소득은 전액 환수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이득을 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주택을 상품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하고, 1가구 1주택을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집을 ‘살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 해결책이 없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가격의 변동은 반복될 것이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낼 것이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