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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스톰? -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경제위기

noheflag 2022. 10. 25. 11:50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추진하기 시작하면서 급속도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물가인상을 막겠다고 금리를 올렸는데,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에 영끌해서 돈을 빌려 투기했던 이들은 높아지는 금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메는 상황이 이어지자 상품 수요는 다시 감소하고, 경기침체는 가속화된다. 여기에 물가폭등으로 생존의 어려움을 겪는 여러나라에서 노동대중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시위도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다. 

퍼펙트 스톰(STORM)


현재 자본주의 상황을 퍼펙트 스톰이라고 얘기하는 경제학자들이 있다. 퍼펙트 스톰은 두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여 등장하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뜻한다. 한 경제연구원은 현재 퍼펙트스톰을 5가지 요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S – 세계 경제 침체(Stagnation)
T – 무역전쟁(Trade war)
O – 유가인상(Oil shock)
R – 러시아 전쟁(Russia war)
M – 연준의 통화정책(Monetary policy)

5가지 요인은 현재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적 현상들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세계 경제가 침체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지속적인 경제 침체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은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무역전쟁을 지속해왔다. 여기에 유가인상이 맞물렸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이어져 세계 경제의 연속성을 위협했다. 이를 해결한답시고 미국 연준은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경제적 부담을 전세계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전반적 현상이 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 팬더믹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팬더믹과 5가지 요인 때문에 퍼펙트 스톰, 즉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친 것인가? 5가지 요인이 등장하기 전에도 경제위기는 있었다.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미국 연준을 비롯한 자본가들은 금리와 재정정책으로 경제위기에 대응해왔다.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로 돈을 풀어서 침체된 경제에 인공호흡기를 달아 위기를 완화시키려 한다. 그렇게 돈을 풀어 경기가 조금 살아난다 싶으면 슬그머니 금리인상으로 그동안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다시 침체 신호가 오면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다. 이것이 현재 자본가들이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발생하자 연준은 5%이던 금리를 급히 0%까지 떨어뜨렸다. 그리고 양적완화로 14년 말까지 4조5000억달러를 쏟아부었다(미국GDP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15년 연준은 양적완화도 중단하고 9년6개월 만에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미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조금씩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충분히 나아지지 않았고, 19년 7월 2.25%이던 금리를 7,8,9월 세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내리게 된다. 다시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양적완화 종료이후 처음으로 19년 10월에는 연준이 시중에 돈을 풀기 시작했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있었고, 연준은 19년부터 이에 대한 대응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20년 갑작스럽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세계경제에 충격파를 준 것이다. 이후 제로 금리와 막대한 양적완화 돈풀기가 코로나19 팬더믹 때문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많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이 경제위기의 원인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찾지 않고 코로나19로 책임을 떠넘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코로나19 때문이라고 분석하면 코로나19가 해소되면 자연스레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등이 거의 종료된 상황에도 경제는 회복되기는커녕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부채의 역습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가들은 발전된 생산기술을 토대로 막대한 상품을 내놓는다. 반면 자신들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상품을 소비할 노동자들에게는 제대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생산성을 높인다며 일자리도 끊임없이 줄인다. 한쪽에서는 과잉 생산이 다른쪽에선 구매력 부족이 발생한다. 생산과 소비가 불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일치를 자본가들은 ‘빚’으로 해결하고 있다. 구매력이 부족한 노동자들에게 ‘빚’도 재산이라며 낮은 이자로 빌려주고 소비를 독려한다. 노동자들은 ‘빚’을 내어 집도 사고 차도 산다. 자본가들에게도 소비가 활성화되니 생산설비를 늘리라며 대출을 해준다. 대출로 공장을 짓고, 노동자들을 추가로 고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부채’가 얼어붙은 경제를 녹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생산설비를 확대하여 상품을 생산하는 것에 비해 노동자들의 고용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생산된 상품은 많은데 다시 소비가 따라오지 못한다. 그러자 소비를 더 부추기려고 금리를 낮추고 ‘부채’의 규모를 키운다. 과잉생산과 부채 확대의 악순환에 빠진다. 
그 엄청난 부채를 우리는 보고 있다. 2021년 세계 부채는 사상 최고치인 303조 달러에 달했다. 1년 사이 약 10조 달러가 늘어난 것이다. 전세계 GDP 총합이 94조 달러인데, 부채가 3배가 넘는 것이다. 부채가 많더라도 금리가 낮으면 조금이라도 더 버틸 수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면 부채는 폭탄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의 가계부채비율은 세계 1,2위를 다툴 정도로 심각하다. 최근 대출금리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빚을 져 부동산, 주식에 투기한 사람들은 이자부담에 어깨가 무너져내리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를 받치고 있던 ‘부채’의 역습이 시작되면, 개인 뿐만아니라 기업들 역시 버티지 못하고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다. 각 나라 정부 또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미국 연준은 그동안 낮은 금리와 양적완화로 돈을 푼 결과로 물가가 폭등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부채를 폭탄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다시 금리를 낮춘다고 해결될까? 부채라는 폭탄의 크기만 더 커질 뿐이다. 

해결법


자본가들은 현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경제위기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공상에서 과학으로 사회주의의 발전’이라는 글에서 이를 140년 전에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 한편으로는 기계의 개선. 이것은 경쟁으로 말미암아 각 공장주에 대해 하나의 강제 법칙이 되며, 동시에 또한 공장으로부터 노동자의 축출이 끊임없이 격화하는 것을 뜻한다. 즉 산업 예비군이 생겨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의 끝없는 확장. 이것 또한 각 공장주에 대해 하나의 강제적인 경쟁 법칙이 되었다. 이 둘로부터는 생산력의 유례없는 발전, 수요에 대한 공급의 초과, 과잉 생산, 시장의 범람, 10년마다 되풀이되는 공황, 악순환. 즉 한편에서는 생산 수단과 생산물의 과잉을 보게 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와 생활 수단을 잃은 노동자의 과잉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도 생산과 사회 복지라는 두 축은 결합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적 생산 형태는, 생산력과 생산물이 미리 자본으로 바뀌는 조건에서가 아니면 생산력이 작용하는 것도 생산물이 유통되는 것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산력과 생산물의 과잉이 바로 그 자본화를 방해한다. 이 모순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커진다. 즉 생산 양식이 교환 방식에 반역한다. 그리하여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사회적 생산력을 더 이상 관리해 나갈 능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 

현재 우리가 보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생산-소비가 무계획적, 무정부적으로 이뤄진다. 무계획적 생산과 불균형적 소비 상황에서 경제위기는 필연적이다. 그리고 경제는 활황과 공황을 반복하게 된다. 이는 자본가 개인적인 욕심 때문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시스템이 자본가 개인의 이윤추구를 강제한다. 그리고 경제위기는 미국 연준과 같은 자본가들의 금리와 재정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위기를 더욱 키울 뿐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경제위기는 무정부적 생산시스템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계획적인 생산체계를 만들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은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뤄지는데 소유는 개인적으로 이뤄지면서 계획적인 생산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사회적 생산과 자본주의적 점유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여 생산수단의 사회화가 이뤄져야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자본주의와 다른 세상을 그려야 한다. 그 외에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인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