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생산을 위해 인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해고자 복직은 없다?
갑작스런 구인광고
창원공장의 신차 생산을 앞두고 11월 9일 창원의 워크넷에 구인광고가 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내 하청업체에서 인원을 모집한다는 것이다. 모집인원은 무려 120명에 달한다. 노동조합에서 긴급하게 항의하자 구인광고는 곧 내려갔다. 워크넷에서는 내렸지만 창원교차로에 버젓이 광고를 또 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내”라는 근무지를 빼고 말이다. 참으로 황당한 꼼수다.
2020년 600명의 비정규직이 1교대 전환으로 해고될 당시 노조와 사측은 해고자복직 약속을 한 바 있다. 신차투입으로 2교대 생산이 정상화되어 일자리가 발생하면 비정규직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신차 생산으로 최소 12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는데도 해고자 복직을 하지 않고 버젓이 구인광고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공장 간 전환배치, 안되면 또 비정규직
23년 2월이 되면 CUV 신차가 창원공장에서 생산된다.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20년에 생산축소로 1교대로 전환될 때 이미 6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되었기 때문에 신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600여 명이 더 필요하고, 생산물량을 제대로 감당하려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사측이 추산한 정규직 필요 인원만 700명이다. 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 150여 명을 포함하여 불법파견 소송 중인 전체 비정규직 720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면 문제는 깨끗하게 해결된다.
그런데 사측은 비정규직 해고자를 복직시키지 않기 위해 꼼수를 썼다. 부평2공장을 22년 11월부터 폐쇄하고 남는 인원을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4월 고용안정특별위원회에서 정규직노조와 전환배치를 합의하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그러나 부평공장에서 창원공장으로 일터를 옮기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가족들까지 터전을 옮겨야 하고, 혼자 내려온다면 주말부부로 생활하는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8월 전환배치 인원을 모집했지만 138명만이 지원했고, 2차로 다시 모집했지만 68명만이 지원했다. 몇 달 동안의 회유하고 위협한 결과로 겨우 206명이 창원공장으로 전환배치 되었다. 창원공장에는 여전히 500명의 인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약속대로 비정규직 해고자들을 복직시켜 투입하면 될 문제다.
하지만 사측은 그럴 마음이 없다. 이제 사측은 부평공장에서 내려오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전환배치가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의 ‘파견’으로 인원을 충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또다시 하청업체를 통한 비정규직 신규채용으로 빈 자리를 메꾸려 하고 있다. 사측은 비정규직 해고자 복직의 약속 따위는 지킬 생각이 없고,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할 의사도 없다는 것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복직은 투쟁 외엔 답이 없다
카허카젬 전 사장의 결심판결이 1월로 예정되어 있다. 불법파견 대법 판결 역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최근 불법파견 소송 대법원 판결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승소하였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빈 자리에 해고자를 복직시키기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다. 법으로 강제해도 자신들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식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다. 노조를 분열시키고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지난 5월 정규직 채용 때처럼 말이다.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끝까지 제대로 싸우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신차투입을 앞두고 신규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현 시점은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자들에게 복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일자리가 있는데도 꼼수만 쓰는 사측에게 2020년의 복직 합의를 이행하라고,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해야 한다.
창원비정규직지회는 11월 21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시 투쟁의 불씨를 살리고 있다. 동트기 전의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긴 해고 싸움으로 힘든 시간을 버텨온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당당하게 현장으로 돌아갈 때까지 더욱 힘차게 투쟁할 수 있도록 연대의 힘을 보태자!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