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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기후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noheflag 2023. 5. 4. 23:42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올해 부산의 벚꽃은 102년 관측 이래 가장 먼저 피었고, 3월 평균 기온은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겨울 내내 전 국토가 가뭄에 시달렸고, 도서지역에서는 4개월이 넘게 제한급수가 실시되고 있다. 건조한 날씨로 인한 산불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역대 최고인 756건이 발생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벌써 430건이 넘었다. 한국만이 아니다. 2022년에는 동아프리카의 가뭄, 파키스탄의 대홍수, 유럽과 중국의 기록적 폭염 등으로 수천만 명이 고통 받았는데 올해 들어서도 미국에서는 폭설이, 스페인을 비롯한 지중해에서는 가뭄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이상기후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세계적인 식량난과 기후 난민까지 발생시키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는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 떠넘기기


지난 4월 10일, 윤석열 정부는 '제1차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최종 확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에 발표한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18년 대비 40% 감축안’과 동일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산업부문의 감축목표가 2018년 대비 14.5%에서 11.4%로 3.1%포인트로 확 줄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산업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발전부문과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억6000만t으로 수송(9800만t), 농축수산(2400만t) 부문에 비해 압도적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가장 앞장서야 할 분야가 산업인데 오히려 줄인 것이다. 5% 이상 못줄인다고 버틴 산업자본가들에게 양보하면서 그 부담은 다른 부문으로 떠넘긴 꼴이다. 게다가 감축목표도 현 정부 임기 동안은 매년 1000만t 안팎으로 완만하게 줄어나가다 임기 이후부터 가팔라진다. 특히 2029년에서 2030년 사이에 1년 동안 1억t 가깝게 줄여야 한다. 자신의 임기만 잘 넘기고 보겠다는 심보다. 게다가 목표만 있을 뿐, 어떻게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은 찾아볼 수 없다. 

탄소배출 늘이기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부는 작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샤힌 프로젝트’를 체결하고 9조원이 넘는 투자를 받았다. 온산 국가산업단지에 대규모 석유화학제품 공장을 짓는 사업이다. 문제는 샤힌 프로젝트가 어마어마한 탄소배출 사업이라는 점이다. 샤힌 프로젝트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300만t으로 추산된다. 탄소중립계획에 따라 윤석열 정부가 2023 ~ 2024년에 감축해야 하는 전체 배출량이 800만t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한국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역시 탄소배출의 일등공신이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K반도체 벨트’를 조성하고 용인에만 300조 원을 들여 반도체공장 5개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 두 곳이 사용하는 전력양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용 전력의 9.5%를 차지한다. 반도체 벨트가 조성된다면 지금보다 최소 2배 이상의 전기를 소모할 것이다.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세계 10위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의 기후대응 순위는 세계 탄소배출량의 90%를 차지하는 60개국 중 57위이다. 한편에서는 탄소중립을 외치고, 다른 한편에서는 대규모 탄소배출사업을 벌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게 기후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핵 발전으로 회기하는 정부


윤석열 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해 석탄 화력을 줄이고 핵 발전과 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핵 발전은 온실가스는 조금 줄일지 몰라도 치명적인 핵폐기물을 대량 양산한다.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에너지의 한 종류에 불과해 탄소중립 방향과는 배치된다. 요즘 핫한 RE100에는 핵 발전과 천연가스는 들어가지 않는다. RE100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미 애플을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여러 기업들이 RE100에 가입하고 자신들과 거래하는 업체가 RE100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납품과 생산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과 기업들이 RE100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앞다투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이미 폐기하기로 한 핵발전소도 다시 가동하고 더 많은 발전소를 짓겠다는 입장이다. 핵발전소 폐기에서 재가동 및 확대로 기조가 바뀌자마자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곧바로 축소되었다. 말과 행동이 정반대인 윤석열 정부에게 누가 미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

기후위기의 주범


세계 각 국이 탄소중립을 위해 국가온실가스감축 목표량을 발표하고, 자본가들이 자발적으로 RE100에 가입하는 이유는 지구에 대한 사랑, 인간에 대한 인류애 같은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국가들은 제국주의 침략전쟁까지 불사하며 자원을 약탈하고 파괴하고 낭비해왔다. 자본가들 또한 대량생산과 대량소비가 핵심인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을 통해 부를 축적해왔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만든 주범이 이들인 것이다. 환경재앙이 계속 되어 왔음에도 이들은 자신들이 만들어온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지키고자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변화를 막아왔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 서민들이 감당해야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일부의 희생으로 임시방편적인 대책으로 상황을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놓인 것이다. 환경위기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오고서야 이들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위기를 팔아 돈을 버는 자들


수십 년 안에 지구와 지구에 사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태계가 파괴될 지도 모르는 중대한 기로에서도 환경위기는 여전히 돈벌이 수단이 되고 있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은 효과적인 판매 전략으로 전락했다. 진짜 친환경적인지는 상관없이 친환경 마크만 붙으면 비싼 값으로 팔려나간다. 윤석열 정부의 말 한마디에 핵 발전은 친환경적인 에너지로 둔갑하여 핵 마피아들의 이윤주머니를 불려주고, 일본 정부의 말 한마디에 후쿠시마 오염수는 ‘처리수’라는 이름으로 무해한 것처럼 포장되어 바다에 배출됨으로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이 부담해야 할 막대한 처리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되었다. 세금을 올려야 에너지를 절약할 거라며 누진세 폭탄을 던지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며 텀블러를 팔아먹으며 환경위기로 인한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배계급은 자본주의 경제체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후위기를 조절할 방법을 끊이없이 찾고 있다. 자신들의 주도권을 계속 지키면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청사진을그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윤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잡아삼키는 자본주의라는 괴물이 버티고 있는 한 기후 위기, 환경 위기는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할 방법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혁명 이후 발전해온 생산력을 부정하고 다시 과거의 자급자족 사회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한 개인들에게 전기를 적게 쓰고 물사용을 줄이라고 강요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지금의 무정부적이고 비계획적 생산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소비와 낭비가 선으로 인식되고, 불필요한 것도 구매하게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기후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기후위기의 주범, 자본주의를 거부하는 것이 자연과 인간이 지구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계획적으로 생산하고 필요한 만큼 소비하는 사회, 소비와 낭비가 자랑이 되지 않는 사회, 질서 와 책임감이 기본이 되는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죽어가는 지구를 살리고 나와 인류를 구하는 일,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은 체제를 바꾸는 것이다. 

권보연

 

탄소중립은 왜 필요한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온의 상승은 대기의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분의 양을 증가시켜 땅에서 수분을 빼앗아가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육지는 급격한 ‘건조지대화’가 나타난다. ‘건조지대화’란 지역의 기후가 건조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올해 유난히 비가 적게 와서 가뭄이 나타나거나 일시적으로 대기가 건조한 경향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후가 건조하게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온이 올라가 건조해진 것을 보충하려면 과거보다 더 많은 비가 내려야 하는데, 비슷한 양의 비만 내리더라도 수요 대비 공급이 줄어 건조지대화는 더욱 가속화된다. 

2018년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온상승을 산업화 시점 대비 2도 정도로 제한했을 때, 아주 심각한 건조지대화는 중남미, 남유럽, 남아프리카, 중국 남부, 호주 해안가 지역을 중심으로 지구 육지 면적의 4분의 1에서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건조지대로 변한 지역은 영구적으로 사막화가 되거나 지속적인 가뭄에 시달리게 될 것이고, 건조한 기후로 인한 빈번한 산불로 그 지역의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볼 수도 있다. 2020년에 발생하여 1년 넘게 이어진 호주의 산불, 국토의 1/2이 불탄 2021년 튀르키에 산불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많은 기후모델들이 1.5도 상승에 도달하는 시간을 2030~2050년 사이로 보고 있는데, 2022년에 이미 1850~1900년 평균보다 1.15도 상승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0여 년간 연평균기온은 약 1.6도 올라, 전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른 온난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오늘 당장 탄소제로가 되더라도 1.5도 상승은 막을 수 없는 게 팩트이고, 이대로라면 1.5도를 넘어 2도까지 상승하는 속도도 예상보다 훨씬 빠를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