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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당장 중단하라!

noheflag 2023. 6. 22. 09:42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바다가 오염되기 전에 생산된 천일염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주문이 폭주한 것이다. 4월 평균 1만3740원에 거래됐던 신안 천일염(20㎏)은 두 달 만인 이달 초 1만 7807원으로 가격이 30% 가까이 올랐고,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시운전 소식이 나오자 3만원으로 급등하더니 이제 13만원대까지 치솟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소금 사재기 현장이 생산량 감소와 장마를 앞둔 물량 조절 때문이지 오염수 방류와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오해를 풀고,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며 15일부터 매일 브리핑을 하겠다고 나섰다. 대중의 불안과 분노가 광우병반대 촛불시위처럼 번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심산이다.

오염수 의혹이 괴담? 선동?


지난 5월 9일 국민의힘은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TF’를 만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원내대표는 “공포심이란 감정에 의존하는 무책임 괴담이 과학과 진실을 이기는 비정상적 상황을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며 “과학과 사실을 바탕으로 국민 생명을 보호하고 괴담 정치를 불식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 중 “도를 지나친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수산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사법당국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임박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비판과 우려를 ‘괴담’ 혹은 ‘허위사실’로 낙인찍고 필요하다면 법적 제재도 가하겠다는 것이다. 

‘과학’이라는 허구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우선 오염수에 대한 모든 정보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도쿄전력은 사고 이전에도 200여건이 넘는 보고서를 조작했던 사실이 있고, 2011년 3월 사고에도 핵연료가 심각하게 녹아내렸음에도 멜트다운(원자로의 노심이 녹은 것)이 아니라고 은폐했던 당사자다. 사고 이후에도 사고 지역에서 다량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을 숨기다가 들통나기도 했다. 일본은 끊임없이 오염수는 깨끗하고 안전하게 처리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오염수의 성분에 대한 투명성이 낮고 처리과정에 대한 과학적 검증 또한 미흡하다. 일본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인 ALPS를 통해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섞여있는 오염수를 처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135만톤의 오염수가 1073개 탱크에 저장되어 있고, 매일 평균 100~180톤의 오염수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는데 이것을 100% 다 처리하고 있는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최근 정부 브리핑에서 ALPS로 거른 물에서 나온 방사능 검출치가 일본 배출 기준인 L당 30베크렐의 1만배가 넘고, 한국의 배출기준인 L당 20베크렐에 비하면 약 2만배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게다가 ALPS는 초기부터 고장이 많았으며, 2019년 방사성 물질 흡착 필터 25개 모두 파손, 21년 필터 25개 중 24개가 파손되는 등 여러 차례 고장 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또다시 이를 은폐했다. 모든 정보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된 자료는 3개의 탱크군에서 64개 핵종을 검사한 결과물뿐이다. 이런데도 이 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ALPS로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특별한 조치 없이 방류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방류되는 삼중수소의 양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그린피스는 삼중수소의 유해성을 계속 주장해 왔다. 삼중수소는 생물체 내에서 흡수되기 쉬운 성질이 있어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생물학 교수인 티머시 무쏘 박사 역시 70만 건이 넘는 삼중수소 논문 조사를 통해 삼중수소의 내부 피폭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삼중수소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 몸속에 들어오게 되면 다른 방사성 핵종보다 세포에 더 큰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에너지의 감마선 핵종은 투과력이 강해 DNA나 세포를 통과하며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만, 삼중수소는 투과력이 약한 저에너지로 몸을 통과하지 않고 세포 내에서 머무르며 마치 공이 튕겨 다니듯 세포에 연쇄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생물 유전자에 손상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이는 세슘, 스트론튬, 탄소14 보다 약 2배에서 최대 6배까지 더 위험한 수치다. DNA 손상은 유전자 손상 및 변형을 일으켜 세대 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러 연구 결과 삼중수소는 정자의 운동능력과 난자의 수정능력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었고, 이는 바다생물들의 생식능력 저하와 인간의 불임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암과 같은 질명도 유발할 수 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도 월성 핵발전소(국내 유일의 중수로로 삼중수소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방사능 피해에 대해서 연구하였는데, 1991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가 수행한 장기 연구 자료를 재검토한 결과, 인근 주민의 암 발생률이 뚜렷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백도명 교수 역시 식품 등을 통한 내부 피폭의 경우 삼중수소가 다른 방사성 물질보다 더 오래 더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도쿄전력은 삼중수소를 방류하기 전 생물학적 영향성을 보여주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지만, 실험 샘플 수는 3개 종 밖에 되지 않고 삼중수소의 영향성이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실험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자, 누구의 주장이 더 과학적인가?

IAEA의 허구성


윤석열 정부가 안전성 판단의 근거로 삼겠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는 어떤가?
IAEA는 원자력사업의 진흥과 확산을 위해 설립된 기구일 뿐, ‘안전한 원자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들은 겉으로는 ‘안전’을 주장하지만 기본적으로 핵산업 확대에 관심이 있다.
사실 IAEA는 일본인이 사무총장이던 2015년에 ‘후쿠시마 다이이치 사고 보고서’ 등을 통해 일본에 오염수 해양방류를 권고했었다. 일본은 2021년 4월 오염수 해양투기 방침을 발표하고 IAEA 검증을 맡겼다. IAEA는 마치 일본의 계획과는 무관한 제3자인 것처럼 검증을 받아들였고, 곧바로 검증 절차에 착수했다. 제대로 된 정보 요구도 하지 않고,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도쿄전력의 계획을 지지하고 나섰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보고서를 발행하면서 일본의 오염수 해양투기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 2월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IAEA 조사단의 에브랄 사무국장은 “원자력의 안전 책임은 각 해당 국가에 속한다”며 오염수 해양방출에 대해 “승인하거나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일본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오염수 해양방류는 일본과 IAEA가 함께 모의한 합작품인 것이다. 
해양 방류 말고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탱크를 추가로 건설할 부지도 있고, 시멘트에 섞어 콘크리트로 만들어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한 우려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지만 일본도, 도쿄전력도, IAEA도 해양방류만을 고집하고 있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패가 되어 지구와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윤석열 정부는 IAEA 조사결과가 ‘과학적’이기 때문에 이에 따라 모든 정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사방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조사에 빠져있는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모조리 묵살되고, 심지어 ‘괴담유포자’로 취급당하고 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는 끝난 게 아니다.
도쿄전력은 사고가 난 지 12년이 지난 올해 3월에서야 로봇을 이용해 1호기 원자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었다. 내부 상태는 심각했다. 원자로를 받치는 받침대 콘크리트 내벽과 철근이 녹아내렸으며 바닥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바닥부분에는 핵연료가 녹아내린 잔해가 쌓여있었다. 1호기에만 약 280t, 전체 880t 가량의 녹은 핵연료(데브리)가 원자로 내부에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도쿄전력은 원자력 구조상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추가 지진이 벌어질 경우 이미 취약해져있는 구조물이 붕괴되어 고농도의 오염수가 대량 발생하고 심지어 추가 핵분열까지 다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도쿄전력과 일본정부, IAEA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빨리 처리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이들은 2051년까지 사고를 수습하겠다는 입장이다.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고 그 자리에 데브리 보관시설을 만들어 핵연료를 꺼내 보관하는 방법으로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라 이번 해양방류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로봇을 이용해 핵연료를 꺼내는 것만 240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작업에 투입될 노동자의 피폭은 피할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핵연료를 그대로 차폐하고 오염수는 지상에 보관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일본만 문제가 아니라고?


2021년 2월 후쿠시마현에서 잡힌 우럭에서 세슘 500Bq/kg이 검출되었고, 5월에는 쥐노래미 88Bq/kg, 가자미류 4Bq/kg ~56Bq/kg의 세슘이 검출되는등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이미 바다 생태계는 안전하지 않은 실정이다. 이후 해양방류가 이루어진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보다 중국원전에서 더 많은 오염수가 나온다, 한국이나 미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오염수를 방류하고 있는데 왜 일본만 문제라고 하냐며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맞다. 일본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의 핵발전소들에서 오염수를 내보내고, 핵실험국가에서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다른 나라도 그렇게 하니까 일본이 그렇게 하는 것도 문제가 아니라는 식의 주장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핵발전과 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우리는 예외 없이 문제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과학’이라는 허구를 앞세운 거짓 선동

▲ 2018년~2022년 일본 식품의 방사성물질 검출 비율. ⓒ 환경운동연합


일본정부가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주장하는 것, 후쿠시마 핵사고로 인한 식품의 방사능 오염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풍문 피해’로 매도하며, 후쿠시마산 식품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지금 윤석열 정부가 ‘괴담’ 운운 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수산물 오염이 문제인데 괴담 때문에 어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전 세계에 떠넘기려는 일본 정부, 핵산업 확산에만 관심이 있는 IAEA, 그리고 국민의 안전보다 핵보유 및 미국과 일본과의 우호적인 관계가 더 중요한 윤석열 정부.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전지구의 노동자 서민의 몫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비싼 농수산물을 사먹을 수 없는 평범한 노동자들, 안전한 지역으로 이주할 수 없는 서민들은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허구적인 ‘과학’이 아니라 우리 앞에 놓인 객관적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과학’을 앞세운 저들의 거짓 선동에 속지 말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포자기 하지도 말자. 소금을 사재기하고 농수산물을 피하는 식의 개인적인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 문제는 더 심각해질 뿐이다. 핵폐기물 방류 반대,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핵발전 반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