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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물가폭등! 최저임금 대폭 인상하라!

noheflag 2023. 6. 22. 09:46

2024년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6월 29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 보장과 양극화 해소를 위해 최저임금 24.7%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측은 어려운 경영환경과 경제상황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정부와 사용자측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업종을 구분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놓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노사가 각각 내세우는 주장의 핵심 근거는 물가상승에 있다. 노동계는 물가상승과 실질임금 하락으로 인해 노동자의 생계가 어려워진 만큼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용자측은 고물가, 고금리, 경기침체로 힘든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오르면 영세자영업자는 폐업하거나 고용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으니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나의 원인을 두고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물가폭등과 경기침체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의 문제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파른 물가상승률은 최저임금을 받는 저임금노동자의 생계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지난 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하위 20%로 구분되는 소득분위 1분위는 소득의 90%를 고정생계비로 지출했다. 도시가스 38.4%, 전기 20%, 수도 71%, 대중교통요금 32% 등 공공요금 인상을 비롯한 물가상승으로 고정생계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실질임금의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올해 1월 물가상승률 5.2%를 반영한 실질임금(물가상승 효과를 제거한 실질적인 임금)은 1년 전 같은 달보다 5.5% 급감했다. 실질임금 감소세는 지난해 4월 –2.0%를 기록한 뒤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명목임금(물가의 상승을 고려하지 않고 현재의 돈을 기준으로 임금을 표시한 것)도 0.6% 감소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2024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올해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24.7% 인상된 시간당 12,000원을 제시했다. 월 209시간 노동시간 환산액으로 따지면 250만 8,000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근거로 가구원 수와 가구 유형(비혼·외벌이·맞벌이)에 따른 ‘적정생계비’(표준적 생활수준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지출액)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년도 임금노동자 가구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임금 수준은 시급 12,208원(월 255만 2천원)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4월 4일 최저임금 요구안 발표회견을 통해 "최악의 물가폭등 시기에 실질임금 하락을 극복하고 심화되는 양극화와 불평등체재 완화를 위해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이어지고 있는 고물가고금리에 공공요금 인상까지 줄줄이 인상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곧 자신의 임금이 되는 저임금노동자 생존을 위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정당한 요구이다.

최저임금 때문에 고용감소, 폐업한다는 자본가들


이에 맞서 사용자측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높은 물가상승, 고금리로 취약해져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주장도 빼먹지 않았다. 지금의 경제위기를 만든 요인으로 최저임금을 꼽는 주장은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측의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거나 사실과 다른 거짓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하던(이마저도 거짓이다) 문재인정부 때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애로에 대해 경쟁심화 42.6%, 원재료비 39.6%, 상권 쇠태 32.0% 등으로 조사’되어 최저임금이 미치는 효과는 미비했다는 점이 확인됐다. 대표적인 영세 자영업종인 편의점의 어려움은 과밀출점(근접한 거리에 편의점이 밀집되어 있는 것)과 본사와의 불공정한 계약 방식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인상을 견인한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16.4%로 가장 높았던 2018년 물가인상률은 1.4%였다. 이듬해 최저임금은 10.9% 올랐지만 물가인상률은 0.4%에 그쳤다. 최저임금은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씩 오른 반면, 물가 인상률은 같은 기간 0.4%, 0.5%, 2.5%씩 올랐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감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사실이려면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가 올랐던 2018년, 2019년 취업자 수는 감소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2018년에 10만 명 증가했고, 2019년에는 30만 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2018년 60.7%, 2019년 60.9%로 저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최근의 물가인상은 임금인상 같은 소비여력 증가에 따른 수요 원인보다 에너지와 원자재 같은 공급망 교란, 코로나19 시기의 양적완화로 인한 시중 통화량 증가, 공공요금 인상 등의 요인이 더 크게 작동했다. 자본가들의 무책임한 이윤경쟁으로 인한 물가폭등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덮어씌워 노동자를 공격하려는 자본가들의 전형적인 책임전가 논리일 뿐이다.

물가폭등, 최저임금 대폭인상으로 맞서자


윤석열정부와 자본가들은 최저임금의 동결, 삭감 요구에서 그치지 않고 지역별업종별 차등적용까지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 정우택의원은 지난 6일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측은 최저임금 미만율(임금근로자 가운데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비율)이 높은 음식숙박업·프랜차이즈 편의점·택시운송업에 최저임금 구분적용을 시범운영 해본 뒤 단계적으로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비율이 높은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집행을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지키지 않으니 차라리 최저임금을 낮춰 불법을 합법으로 만들자는 자본가들의 창의적(?)인 발상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제도의 시행 목적이 임금격차 해소와 소득분배 개선이라고 명시한 최저임금법의 취지 자체를 부인하고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사회적으로 가장 불평등하고 밑바닥에 놓인 노동자들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으로, 최저임금조차도 적용받지 못하는 저임금노동자라는 차별과 낙인효과를 통해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의 존재가 자본가들에게는 다른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본가들의 차별과 분열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무기는 언제나 그렇듯 단결과 연대이다.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들만의 투쟁에서 벗어나 모든 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요구를 통해 최저임금 투쟁 전선을 확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하게 만든 최저임금 산입범위 재개정, 최저임금 대폭인상 요구로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모든 노동자의 투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