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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경제적 패권 전쟁은 계속된다

noheflag 2023. 6. 22. 09:59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배테리, 전기차, 바이오’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세계적)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탈동조화(디커플링:decoupling)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바이든 정부는 이런 정책에서 ‘약간’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제이클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6월 4일 CNN에 출연해 “미국 경제는 중국에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디리스킹(탈위험화:derisking)’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이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반도체, 배테리, 전기차, 바이오’ 산업)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라면 최근 강조하고 있는 디리스킹은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디리스킹 전략에 대해 “청정 에너지 기술이나 반도체와 같은 핵심적인 산업과 관련해 탄력성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 한 국가(특히 중국)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설리번은 ‘반도체, 배테리, 전기차, 바이오’ 뿐만 아니라 ‘청정 에너지’를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에 포함시키려고 한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의 디리스킹 전략은 기존의 디커플링 전략과 대립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는가? 그래서 바이든 정부의 새로운? 디리스킹 전략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중 관계가 ‘화해(데탕트:détente)’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줄 것인가? . 

미국 정부는 왜 자신들의 전략을 수정(?)하려고 하는 것일까?


우선 유럽연합이 대 중국 전략에서 미국과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디리스킹’이라는 용어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먼저 사용했다.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대중 관계 전략을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뒤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유럽정책센터 연설에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흑백이 아닌 만큼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디커플링은 실행 가능하지도 않고 유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 측과 개방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외교적 위험을 완화’한 후 ‘경제적 위험을 제거’하는 2단계 전략으로서의 디리스킹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4월 5일부터 4월 7일까지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일종의 ‘화해’ 시도인 것이다. 

(2022년 기준) 중국의 국민총생산(GDP)는 16.9조 달러로 세계 경제의 약 18%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에 노동자들의 임금상승으로 생산시설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이전되면서 다소 줄기는 했지만 생산량을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제조업 국가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등 전 세계 각국은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해 ‘세계의 공장’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다. 중국 경제가 망가지면 그 여파가 유럽연합과 미국 등 전세계에 미칠 수밖에 없다. 라이엔 EU 집행위원이 “중국과의 디커플링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유럽연합의 대중국 전략이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에 제동의 압력을 가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에 제동을 가한 것은 유럽연합 뿐이 아니다. 미국의 거대기업 자본가들도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 5월 30일 중국을 방문했는데 방중 기간 중 “미국과 중국의 이익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샴 쌍둥이처럼 얽혀 있다”며 “테슬라는 ‘디커플링’과 ‘단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 또한 5월 31일 중국을 찾아 첸지닝 상하이시위원회 서기 등과 만났는데 그 역시 “JP모간이 해외 기업이 상하이에 투자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겠다”며 “중국과의 무역이 줄기는 하겠지만 디커플링은 아니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팀 쿡 애플 CEO,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 등도 “중국과 관계 단절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으로 손실을 볼 위기에 처한 미국 거대기업 자본가들의 성토가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그들의 전략에 수정을 가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의 심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의 ‘진영화’가 촉진되면서, ‘유럽연합·미국’과 ‘중국·러시아’ 양쪽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글로벌 사우스(제3세계)’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가까웠던 인도·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양쪽 사이에서 실리를 챙기기 위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오히려 중·러와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에 발맞춰 러시아 및 글로벌 사우스 국가와의 관계 확대를 통해 미국의 포위와 압박을 돌파하려 한다. 이런 예기치 못했던 상황변화가 미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이해관계를 가진 서로 경쟁하는 국가들의 ‘손실을 회피’하려는 충동과 행동이 미국 정부로 하여금 중국 배제의 디커플링 전략에 제동을 걸어 속도조절에 나서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변화를 반영한 것이 디리스킹 전략인 것이다. 

중국 배제 가능한가?


사실, 바이든 정부가 디리스킹 전략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공급망을 일시에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산업 분야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 중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중국 정부는 얼마전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반도체 제품에 대해 재재를 가했다.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이유는 마이크론 반도체에 ‘보안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이것은 누가봐도 미국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장비와 기술의 중국 수출을 규제한 것에 대한 보복조치였다. 이런 보복조치는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거나 중국과 거래하고 있는 미국의 거대자본가들에게 손해를 끼친다. 이것이 미국의 거대기업 자본가들이 바이든 정부의 공급망 재편에 반대한다고 선언하게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반도체는 미국의 기술력이 중국에 비해 훨씬 앞서 있기 때문에,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쉽다. 그러나 배터리나 전기차 분야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를 만들기가 어렵다. 

전기차 배터리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는다. 2022년 기준으로 중국의 CATL이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37.0%를, BYD가 13.6%를 점유하고 있다. 두 기업만으로 이미 세계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점유율 7∼10위에 포진한 CALB(3.9%), 고션하이테크(2.7%), 선와다(1.8%), 파라시스에너지(1.4%) 등도 모두 중국 기업이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13.6%로 중국의 BYD와 비슷), SK온(5.4%·5위), 삼성SDI(4.7%·6위) 중국을 뒤따르고 있고, 일본의 파나소닉이 7.3%의 점유율로 겨우 명함을 내밀고 있을 뿐이다. 
미국 기업은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탑10 명단에서 이름을 찾을 수 없다.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포함한 미국의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를 만들려면 배터리 공급망(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기준) 미국은 전기차용 배터리의 54.5%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에도 불구하고 포드는 중국의 배터리 업체 CATL과 미국 미시간주 배터리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이 구축되기 전까지는 당장에는 미국조차도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시진핑 정부가 가만히 앉아서 방어만 하지도 않는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의 시진핑 정부도 글로벌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에 고심한다. 
전기차의 생산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가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쟁 중이다. 현재 중국은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리듐의 ⅓를 공급한다. 매장량이 많은 것은 아니다. 매장량을 보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순이다. (칠레 정부는 아예 리튬광산을 국유화해 리튬수출을 국가에서 통제하고 있다) 매장량만으로 보면 중국은 미국에도 뒤진다. 그래서 중국은 경제적 효용가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전세계 리튬광산의 ⅓를 사들였다. 
미국도 뒤늦게 남아메리카의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유명한 석유회사 액손모빌은 ‘하얀석유’라고 불리는 리튬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장에는 중국의 공급망을 배제하고 배터리 생산을 위한 리튬을 충분히 확보할 수는 없다. 한국은 정제된 리튬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도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려면 중국으로부터 리튬을 수입해야 한다. 

희토류도 미국 전기차 산업의 중국 배제 공급망 재편 행보에 걸림돌이다. (네오디뮴과 세륨, 툴륨 등 희토류는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금속 원소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채굴의 60%, 가공의 87%를 담당한다. 네오디뮴은 전기차 모터 핵심 부품인 영구자석 원료로 중국이 세계 시장의 84%를 장악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 공세에 맞서 네오디뮴을 수출규제 목록에 포함시켰다. 
미국 정부는 희토류 없이 돌아가는 전기차용 모터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 분야의 전문가들 대부분은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들 생각한다. 배터리나 전기차에서 미국이 중국의 공급망을 배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미국 등 세계 각국은 중국의 공급망과 급격하게 단절할 수 없다. 그런데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이 구축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 그것이 미국 정부가 생각했던 것 만큼 충분히 성공적일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이 구축될 때까지 위험(손실)을 최소화할 필요가 생겼다. 바이든 정부가 디리스킹 전략으로 선회한 것은 이미 형성되어 있는 중국의 공급망이라는 경제적 압력의 필연적 결과인 셈이다.

미국 정부의 리커플링 전략을 강화될 것이다


그런데도 바이든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산업에서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이른바 디커플링 전략을 포기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바이오 등 핵심산업에서 미국의 대중국 공세는 지속될 것이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바이든 정부는 인공지능(AI)과 (태양광에너지 등) 청정 에너지 분야도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은 확대될 것이다.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가, 이윤을 향한 이 패권국가들 사이의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은 이 경쟁의 필연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서로가 서로를 배제하려는 디커플링 전략은 더 강화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디커플링 전략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위험(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즉 디리스킹 방식으로 디커플링 전략을 밀어가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잠시잠깐 평화가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그 평화는 폭풍우 속의 조각배 위에서의 평화일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오래된 포도주를 새 병에 담아 냈을 뿐이다”며 “미국의 대중 전략 목적은 여전히 다른 나라를 강요해 중국을 억제하는 것으로 기존과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의 디커플링 전략에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미국 정부가 내미는 화해 손(디리스킹)을 계속해서 뿌리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의 중국 배제의 공급망 재편, 곧 디커플링 전략을 중국 정부가 객관적 상황으로 인정하면서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곧 중국 정부도 미국의 디커플링 전략에 맞서면서도 중국의 ‘손실-위험’을 최소화하는 디리스킹 전략을 병행하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배제할 수 없는 경쟁


미국의 대중국 디커플링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날로 격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경쟁이 오히려 중국을 배제하고 경제적 패권을 장악하려는 미국 정부로 하여금 디커플링 전략을 더 강화하게 할 것이다. 중국 정부도 미국 정부의 공세로부터 자신의 공급망을 지키고 확대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그 경쟁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다만 천국 보다는 경제적 파탄이라는 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지난 3일 대만해협에서 중국 군함과 미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정훈함’이 137m 근접해 충돌 직전까지 갔다. 대만을 서로 차지하겠다고 으르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군사적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커플링 전략’이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화해의 손(디리스킹)을 내밀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군사적 시위였다. 이 단막극은 미중관계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사건이다. 
미국의 디리스킹 전략이 양국간의 긴장을 어느정도 완화시켜 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경쟁의 본질적 요소가 변화하지 않는 한 실리를 목적으로 한 소소한 평화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윤을 위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법칙이 이 주도권 싸움을 부추기고 있기 때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싸움은 노동자들이 만들어 놓은 이윤에 대한 더 많은 처분권을 쟁탈하려는 싸움일 뿐이다. 노동자계급이 피튀기는 경쟁을 자신의 운동법칙으로 삼는 자본주의를 극복할 힘을 가질 때까지 이 위험한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