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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 금고 파산 - 땜질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noheflag 2023. 7. 30. 23:02

새마을금고발 뱅크런


7월 5일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사람들이 “내 돈을 빼달라”며 몰려들었다. 남양주 새마을금고는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이하 PF) 대출 부실로 600억 원 규모의 대출 채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곳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예금주들이 서로 먼저 돈을 빼가기 위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벌인 것이다. 
그런데 뱅크런이 벌어진 곳은 여기만이 아니다. 대출연체율이 10%를 넘어 부실 위험히 확인된 30개 새마을금고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어 상품 해지를 요구했다. 하루 수 조원의 예•적금이 빠져나가며 위기 상황에 들어가자 정부가 부랴부랴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며 나서며 사태는 일단 진정되었다. 

부동산 투기의 후폭풍


새마을금고의 총자산은 284조원, 총 거래자는 2260만명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는 시중은행에 비해 금리를 높여 예적금을 유치해왔다. 조금 더 높은 금리에 많은 노동자들이 새마을금고 등을 이용한다. 그런데 새마을금고는 안전하게 자산을 운용한다며 예금을 유치했지만, 위험한 투기를 벌이고 있었다. 올해 1월 말 새마을금고가 건설업·부동산업에 내준 기업대출은 전체대출 111조원 중 50%가 넘는 56조4000억원이다. 이는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기 전인 2019년에 비해 두배가 넘는다. 안전함을 내세웠지만 안전함과는 거리가 먼 부동산 PF 대출에 주도적으로 나선 것이다. 특히 부동산 투기가 정점에 달하며 하강곡선을 그리는 시점에서도 부동산투기를 멈추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상황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2.49%에 불과하던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며 9.23%에 이르렀다. 

PF 


코로나 시기 저금리와 양적완화 등 천문학적으로 풀린 돈은 대부분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보다 주식, 부동산 시장으로 쏟아졌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PF도 급증했다. 22년 9월 기준으로 부동산 PF대출은 140.6조원인데, 이는 08년 서브프라임 금융 위기 당시 76.8조원의 1.8배로 최근 5년간 증가율은 연평균 16%를 넘어선다.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몰두할 때 새마을금고도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러나 22년부터 국내 기준금리가 3.25% 오르면서 부동산 PF대출 금리도 상승했다. 강원도의 레고랜드 등에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고, 건설사 도산 등으로 PF대출채권의 부실화우려가 커지면서 금융기관은 PF대출에 쉽게 나서지 않았다. 여기에 건설 공사비용도 19년보다 30%나 증가해 건설사들의 수익은 더욱 악화되었다. 높아진 금리, 건설비용 증가, 대출 축소 등에 건설을 포기하는 건설사와 PF를 축소하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경기의 악화로 건설사의 한계기업/부실위험기업 비중은 대기업이 9.4%/5.5, 중소형사는 15.0%/11.9%에 달해 건설사 부도의 위험은 커지고 있다. 

무정부성


필요에 따라 재화를 생산하고 자원이 배분되어야 한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필요하지 않아도 이윤을 더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무차별적인 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하면 돈벌이가 된다는 한가지 목적에 천문학적 금액이 투입된다. 이런 무정부적 생산, 투기 방식은 결국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 파산사태는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자본주의세계는 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를 겪었다. 필요에 따라 생산하지 않고, 이윤을 위해 부동산에 투기를 일삼았던 것이 결국 은행의 파산을 초래했고 세계적 경제위기를 낳았다. 08년 이후 양적완화로 풀린 돈이 총 2조3천억달러(2천7백조원)인데, 코로나 이후 양적완화로 4조달러(5천조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풀었다. 무정부적인 투기는 반복되고,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땜질로는 막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새마을 금고 예금에 대해 보장하겠다며 뱅크런 사태를 잠시 진정시켰다. 하지만 땜질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여기저기서 아우성을 치는 상황에서도 또다시 투기에 몰두하는 이들은 존재한다. 3개월 전 한국은행에서 금리를 동결하자, 이를 금리인하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인 이들이 다시 대출을 받아 투기를 반복하고 있다. 금리동결된 이후 6월에만 주택담보대출이 6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 이는 코로나 버블시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데 또다시 부동산 투기를 확대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새마을금고 역시 부동산 버블이 끝나가는 상황에서 투기를 확대하는 비합리적인 일을 벌였다. 이윤을 위해선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선 땜질로는 투기를 막을 수 없다. 부동산을 이윤의 수단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을 계획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부동산투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고, 부동산 버블로 인한 경제위기도 반복될 수밖에 없다. 

파티는 끝났다


코로나 사태 이후 너도나도 주식과 부동산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영끌해서 빚투한 것의 상당부분은 대출이었다. 가계부채는 급증해 지난해 가계부채가 1867조294억원이다. 빚내서 잔치를 벌였으니 잔치가 끝나면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전세사기 피해, 역전세난, 높은 대출금리, 새마을금고 파산 등 문제는 누적되고 있고,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또다시 커다란 경제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자본주의는 공황을 반복해서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무계획적이고, 투기적인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선 롤러코스터처럼 과잉생산과 불황을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