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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이주노동자, ‘외부인’이 아닌 우리의 계급으로 조직하자!

noheflag 2023. 7. 30. 23:11

7월에도 정부에서는 「외국인력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광폭행보를 하며 존경하는(?) 기업인들에게 값싼 노동력 공급은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해주겠다고 아부하기 바쁘다. 
한국의 출산율 저하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십수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일이고, 대안 모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역대 정부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왔지만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시스템이 유지되는 사회에서 근본대책에 될 수는 없었다. 결국 코로나 펜데믹 이후 극심해진 노동력 부족문제와 엮이면서 정부의 이주정책은 역대 정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빠른 속도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산업현장의 원활한 인력활용 적극 지원”

▲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 등>, 고용노동부, 2023.07.05.


고용노동부는 7월 5일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제도 개선 등 산업현장의 원할한 인력활용 적극 지원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고용허가제(E-9)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즉, 그동안 전국으로 사업장 변경이 가능했는데 수도권 쏠림을 막겠다며 같은 권역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 인력난이 심한 조선업 등은 같은 조선업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려는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을 할 경우 “태업 등 근로자 책임에 따른 사업장 변경 이력을 구인 사업주에게 제공”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 개악은 인력이 필요한 사업주들이 구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심각하게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기존에도 사업장 변경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업주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본권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한하겠다는 발상은 제도개악 취지에서 드러나듯 ‘원활한 인력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해서라는 이주노동자 정책

▲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 중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2023.07.15.


"법무부는 외국인 인력과 관련, 숙련 기능인력이 기존 2천여 명이었는데 올해 여름부터 3만5천여명으로 17배 늘리기로 했다. … 조선업에서 필요한 우수한 인력들을 많이 받아들이되 불법 체류에 관한 단속도 함께 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 외국인 정책과 이민, 출입국 정책은 정부의 우선순위가 높은 정책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발전이 없을 것이다.”

- 7월 10일 현대삼호중공업 방문 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 - 


“물이 막 들어오고 있잖아요. 그런데 노 저을 사람이 없는게 지금의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법무부) 외국인 인력 문제를 유연하고 체계적으로 정책을 운용한다면 지역 발전 그리고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7월 11일 전남도청 방문 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 -


지난 7월 10일과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전라도를 방문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을 우선 방문하고 다음날 전라남도청을 방문한 한 장관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국가발전을 위해 “외국인 정책과 이민, 출입국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력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조선업과 농업에 그동안 쏟아 부은 저임금 이주노동력의 성과를 자평하고 앞으로도 계속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한 장관이 이주민 정책 전반을 밝힌 자리는 7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였다. 이 날 강연에 나선 한 장관은 과감한 이민정책을 펼 것이라고 했다. 절대적인 인구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장관의 전라도와 제주도 ‘투어’가 끝나자마자 대한상공회의소는 ‘외국인력 활용실태 및 개선사항’ 조사결과를 언론을 통해 내보냈다. 조사결과는 “내년도 외국인력을 올해 도입 규모인 11만명을 유지(43.2%)하거나 더 확대(46.8%)해야 한다는 기업이 90%였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7월 18일 정부에 ‘외국인근로자 고용‧활용 제도 개선 건의서’를 제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조사결과 “외국인근로자들이 사업장 변경을 원하는 이유로는 ‘먼저 입국한 지인의 이직권유’(35.4%)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임금 인상’(24.7%), ‘업무강도 낮은 곳으로 이직’(22.4%)이 뒤를 이었다.” 정부가 7월 5일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변경을 업종과 권역별로 제한해서 일정 이주노동자 이탈 문제가 해소될 것이지만 “지인의 권유나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한 이직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사업장 변경가능횟수를 줄이고, 태업 등의 불성실한 근무태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적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국민이 잘사는 나라? 국가발전?


현재 추진 중인 정부의 이민정책, 이주노동자 정책은 저임금 노동력을 빠르게 투입해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국가발전이나 국민의 삶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국가발전은 자본가들의 이윤 증대를 말하고 잘사는 국민은 기업인들을 말할 뿐이다.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주노동자의 임금요건도 더 낮춰달라고 청원 중이다. E-7 비자의 임금요건이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의 80%에서 70%로 낮춰졌는데 이것도 높으니 더 낮춰달라고 한다. 실재 정부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해전술처럼 저임금 노동력을 무한정 공급하고 있는 정부 덕에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게 됐다. 작년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후 불거진 조선업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만 줘도 되고 말 안 들으면 언제든 해고가 가능한 이주노동자가 계속 공급되고 있으니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이유가 없어졌다. 
정부와 자본은 이주노동자를 필요하면 썼다 버릴 수 있는 값싼 공산품으로 여기고 있다. 이미 그런 취급을 받던 정주노동자(내국인)들이 떠나버리고 돌아오지 않으니 이주노동자를 대체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있어 노동자는 ‘노동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정규직 조직화의 한 축이 될 이주노동자 


이주노동자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자본가들이 원하고 있고 정부가 정책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 여전히 이방인이고 때론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이주노동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통계청의 2022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조조직율은 3.1%에 불과하다. 정규직이 18.9%인데 비하면 너무나 미미한 조직율이다. 윤석열 정부가 저임금 노동력으로 이주노동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미조직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 조직화는 비정규직 조직화의 한 축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임금 노동자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이주노동자가 없는 곳이 없다. 조선업의 경우도 이미 하청노동자 중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30%에 가깝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법적 허용한도인 30%를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미등록 인원을 제외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재는 어떤지 알 수도 없다. 
그런데 ‘내국인 먼저 조직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가로막기도 한다. 특히, 조선업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숙련공 확보’라는 대전제가 이를 강화시키고 있다. 정부와 자본가들은 인구학적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반면 일부 노동계는 아직도 ‘내국인 우선’이라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관념에 사로잡혀 늘어나는 이주노동자를 ‘외부인’ 취급하고 있다. 
너무 늦지 않게 이주노동자가 조직대상임을 인정해야 한다. 자본가들이 당근과 채찍으로 길들이려는 이주노동자는 우리의 계급이지 ‘외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