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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에게만 고통인 물가폭등, 이대로는 안된다!

noheflag 2023. 9. 18. 21:29

 

물가상승이 가파르다. 과일과 채소 값뿐만 아니라 설탕, 밀가루, 원유 등 원재료 값도 폭등하면서 가공식품의 가격도 치솟고 있다. 서울의 식료품 물가 순위는 전 세계 557개 도시 중 15번째로 홍콩(40위), 싱가포르(48위), 도쿄(144위) 등 아시아 주요 도시 중에서 가장 높다. 물가가 높기로 악명 높은 뉴욕(12위) 수준에 육박한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CJ제일제당, 오뚜기, SPC 등 식품 생산 자본가들에게 가격 인상 자제 압력을 넣고 있지만 인상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먹거리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기름값도 다시 치솟고 있고, 택시와 버스요금, 도시가스요금, 전기세 등 공공요금도 계속 인상되고 있다. 유난히 무덥고 긴 올 여름, 전기세 폭탄을 맞은 가구가 한둘이 아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3년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올해 4월 3.7%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사과(30.5%), 복숭아(23.8%), 수박(18.6%) 등 과일 가격은 1년 전보다 13.1%나 올랐고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 21.1% 오르며 11개월 연속 20%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더 줄어든 실질임금


반면 노동자들의 임금은 그대로다. 2024년 최저임금은 사용자측의 요구대로 결정되어 240원 인상에 그쳤다. 겨우 월 5만원 인상된 것이다. 임금이 오른 게 아니라 오히려 깎인 셈이다.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임금인상은 실질소득의 감소로 이어진다. 통계를 봐도 올해 2분기 실질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2006년 이후 모든 분기를 통틀어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반대로 이자 비용은 42.4% 증가해 1분기(42.8%)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계부채도 급증하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 기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금액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카드론도 한달새 5500억이 증가하여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35조3952억원에 이른다. 노동자 서민이 겪고 있는 생활고는 금융위기 때와 맞먹는다. 코로나는 끝났을지 몰라도 노동자 서민의 삶은 위기상황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자본가에겐 퍼주기, 노동자에겐 쥐어짜기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 이후 회복되지 않고 있는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의 허리띠는 더 조르고, 자본가들의 이익은 지켜주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의 최우선과제로 노동 개악을 꼽고 있는데, 이를 통해 노동시간 유연화, 고용 유연화, 임금 체계 개편, 노조 약화 등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들의 임금하락, 고용불안 등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연금 개악 역시 밀어붙여 연금을 받는 나이는 늦추고 금액은 줄여 정년 이후 삶의 불안정성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자본가들에게는 법인세와 부동산세 등 세금은 감면해주고, 지원은 확대하며, 공공부문 민영화 등을 통해 이익을 보장해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미 60조 규모의 부자감세를 진행중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 서민들의 몫이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재정 적자를 이유로 교육과 복지 등의 예산을 이미 대폭 축소하기 시작했다. 서이초 문제로 불거진 교육문제를 전반적으로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교육부 예산은 올해보다 6조 3725억 원이 줄었다. 초중등 교육에 할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7조 원이 줄어들었다. 예산을 늘이기는커녕 오히려 대폭 축소한 것이다. 공공요금 역시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며 정부가 나서서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도 대거 삭감했다. 정부의 역할이 노동자 서민의 삶을 안정화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자본가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임을 윤석열 정부는 매우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힘으로


노동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자본주의의 위기가 더 심해질수록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더 쥐어짤 것이고 개인의 노력만으로 더 나은 조건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아파도,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면 상황은 한순간에 악화될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장보는 게 무섭고, 아픈 사람이 생길까 두렵고, 당장 내일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가! 인간답게 일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받으며,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인간답게 쉴 수 있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본가들이 함부로 노동자의 것을 빼앗아 가지 못하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노동자들을 착취한 돈으로 자본가들에게 퍼주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말해야 한다. 공공요금 인상 반대, 민영화 반대, 해고 반대, 생활임금 보장, 사회공공복지 확대를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 노조파괴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 민영화에 반대하는 공공부문의 노동자들, 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 등 전국에서 힘든 조건에서도 열심히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이 투쟁들이 연결되고 확대될 필요가 있다. 큰 강물도 작은 물줄기 하나에서 시작된 것처럼 투쟁의 물길이 합쳐지고 커진다면 곪아터진 자본주의를 쓸어버릴 힘이 생길 수 있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