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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동산 위기, 더 큰 위기를 창출하는 위기 돌려막기

noheflag 2023. 9. 18. 22:37

파산에 직면한 부동산개발업체들 

2021년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처하면서 중국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했다. 그런데 2023년 들어 7월에 완다, 8월에 비구이위안과 위안양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개발업체의 연쇄적인 파산이 이 개발업체들에 자금을 빌려준 신탁회사들의 파산으로 이어짐으로써 중국 경제가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8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중국에서 재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 정부는 이것을 “개별기업의 유동성 문제”일 뿐 “시장(경제)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구조적인 위험)”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진핑 정부의 말과 달리 분명 시장(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위험을 표현하고 있다. 

위태로운 신탁회사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신규 판매가 줄어들어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연이어 디폴트 위기에 내몰리자 부동산개발업체에 투자했던 신탁회사들의 디폴트 위험이 커졌다. 지난 8월 17일 중국의 대형 부동산신탁 회사 ‘중룽국제신탁’은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던 상품(채권)의 환매(다시 사들임)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룽뿐 아니라, 중신우광중성 등 중국의 대형신탁사들의 원금상환(투자상품환매)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중국의 신탁부분 규모는 2조9000억 달러(3832조 원)에 이른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중국 신탁사들의 손실규모는 380억달러(50조 200억 원) 정도다. 그런데 부동산부문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신탁사들의 ‘손실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의 규모는 2195억 달러(290조 원) 달한다. 그래서 거대 투기자본들은 중국의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발생한 채무불이행 사태가 신탁사로 번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탁사들은 부동산이 호황을 누리자 은행금리의 3~4배에 달하는 높은 이자를 미끼로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달리 보면 중국의 부동산개발이익을 ‘이자’의 형태로 빼먹겠다고 세계 각국에서 달려든 거대한 규모의 투자자들이 있었다는 말이다. 중국 헝다그룹은 (미국 시간으로) 지난 8월 17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는데, 이는 헝다그룹이 뉴욕 법원의 중재 하에 미국 투자자들과 “부채탕감이나 만기연장” 등의 원금상황 조건에 대해서 협상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을 통해 특히 (금융사들을 포함한) 미국의 투자자들이 부동산개발이익을 노리고 중국 신탁사들에 대규모로 투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헝다그룹에만 미국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른다. 이것은 이자를 노리고 거대한 규모로 이루어지는 과잉자본의 투기, 그 투자자들이 중국 부동산 거품을 초래한 공범이라는 말이다. 

위기 탈출용 부동산개발


2008년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 대출로 인한 금융위기가 발생해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져들었을 때 중국 정부는 4조 위안(당시 중국 정부 예산의 거의 30%)를 퍼부었다. 지방정부가 주축이 되어 빚을 내서 공항항만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사회적 인프라) 건설에 거대한 재정을 투입했다. 지방정부의 부채가 엄청나게 늘었다. (2022년 중국 지방정부의 미상환부채는 10조 달러〈1경 3000조 원〉에 이른다. 한편으로 지방정부는 부동산개발업체에 토지사용권(중국은 토지가 국유화되어 있다)을 팔아서 지방정부 재원을 보충했고, 부동산개발업체들은 민간신탁회사로부터 거대한 자금을 빌려 대규모의 부동산개발에 나섰다. 
이전에도 (1979년)개방 이후 30년간 중국 정부는 부동산개발을 통해 소비와 생산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때 그것은 분명 긍적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세계경제의 위기로부터 중국 경제를 구원하기 위해 부동산개발에 막대한 재정을 때려 넣자 부동산(주택) 가격과 부동산(주택)의 소비능력에 거대한 거품이 형성될 위험 생겨났다. 그런데도 중국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9% 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 위기에 빠진 세계경제를 견인하면서 추락을 늦추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결국 위기는 찾아오고


그러나 거대한 자금을 퍼부은 부동산개발은 결국 거대한 규모의 거품을 만들어냈다. 2012년에 들어서면서 중국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거대한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그러나 부동산개발사업에서 철수하거나 개발 규모를 줄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경제를 더 큰 위험에 빠지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미중 갈등(이때 한국에 사드가 배치됐다)이 격화되고, 중국에서 태양광 발전 산업의 부실이 표면화되면서 경제가 흔들리자 중국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인하하는 등의 정책으로 다시한번 부동산개발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2016년이 되면 이미 부동산개발이 정점에 도달해 내리막을 예고한다. 그리고 거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중국 경제를 위협한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부문의 거품이 꺼지면서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동산 거품을 빼면서도 경제에 최대한 충격이 덜 가해지도록 조절하려고 부동산개발업체의 부채규모를 제한하고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 가지 규제안을 제시했다. ① 총자산 대비 부채비율 70% 이하 ②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 100% 이하 ③ 단기채무를 상회하는 현금(유동성) 보유 등이 그것이다.
중국 정부의 요구안에 맞추다 보니 부동산개발업체들의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그런데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경제전반이 얼어붙었다. 이로 인해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1위인 헝다그룹이 파산을 맞았다. 이것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의 과한 규제가 부동산 위기를 촉발했다고 시진핑 정부의 무능을 지적한다. 
시진핑 정부가 부동산 부문의 거품을 빼는 시기를 잘못 선택했을 수는 있다. 그 시기를 좀 앞당기거나 조금 더 늦췄으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그런 가정은 해봄직하다. 그러나 터질 것은 결국 터지기 마련이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이다. 2021년에 헝다가 2023년 7월과 8월에 완다, 비구이위안, 위안양 등 부동산개발업체들이 디폴트 위기에 빠진 것은 결국 터질 것이 터진 것에 불과하다. 다만 중국 정부가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내놓은 방책이 상황이 변하면서 ‘최악’으로 변했을 뿐이다. 무엇도 해결책이 못 되는 극악한 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내놓는 방책이 왕왕 최악으로 변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경제를 집어삼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여전히 중국 정부는 부동산 위기를 최대한 경제에 충격이 덜 가해지는 방식으로 조절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부동산개발업체에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려놓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진핑 정부는 “시장 조절 메카니즘”에 부동산 부문의 구조조정을 내맡기겠다고 한다. 망할 기업은 망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 위기가 신탁회사의 연쇄도산으로 옮겨가 금융위기가 닥치는 것은 막으려고 애쓰고 있다. 금융위기가 닥쳐서 경제 전반을 뒤흔들어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장기불황으로 몰아갔듯이 경제가 급격하게 침몰하거나 장기불황으로 내닫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진핑 정부의 계획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고성장의 시기를 마감하고 있는 중국 경제를 원래대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중국경제가 좀처럼 회생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세계자본주의 경제와 긴밀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정부는 지난 3월에 있은 양회(전국인민대표자회의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23년도 중국 경제성장률(GDP성장률)을 5%내외로 전망했다. 상당히 보수적인 이런 목표치는 세계경제의 장기침체, 미중 갈등의 심화, 부동산 위기 등 국내외 경제환경이 좋지 않다는 시진핑 정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판단 하에 시진핑 정부는 내수시장 활성화에 중점을 두어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진핑 정부도 중국 경제의 앞날이 결코 눅눅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세계경제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가할 충격을 막으려고 막대한 재정을 부동산 부문에 투입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세계경제와 중국경제의 위기를 지연시켰다. 그러나 단지 지연시켰을 뿐이다. 지연시켰던 위기는 훨씬 끈질기고 훨씬 더 확대된 방식으로 다시 등장해 중국경제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경기둔화를 가리키는 경제지표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는 각종의 경제지표에서도 확인된다. 수출과 수입이 큰 폭으로 줄어 들었다.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도 둔화됐다. 중국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는 등 50여가지 이상의 경기부양책을 동원하면서 6~7월에 전망치를 밑돌던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이 8월에 어느정도 회복해 전망치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어느 정도까지 약발이 설지 알 수 없다.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중국의 소비자들이 좀처럼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지수와 생산자물가지수도 좋지 않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8월 들어 0.1% 상승으로 마이너스는 면했지만, 여전히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하락 폭이 더 크다.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4.4% 하락했다. 8월에 3.0% 하락해 약간 개선되기는 했지만,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고심하는 미국유럽 등과는 사뭇 대비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중국이 경제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빠져서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전철을 되밟는 것이 아닌가 하고 전망하기도 한다. 
높은 청년실업률도 문제다. 중국의 지난 6월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였다. 그런데 베이징대 경제학자 장단단은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실제로는 46.5%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8월에 시진핑 정부는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이것은 중국의 청년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을 짐작케 해 준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꺼리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나빠지자 투자도 줄고 주가도 빠지고 있다.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중국의 청년실업률 추이

전망의 수정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들은 중국 경제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부동산 위기가 중국 경제를 급격히 추락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각국의 이름있는 금융기관들은 중국 경제의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는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에서 5.4%로 낮췄다. 스위스의 글로벌 금융기관 UBS도 중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7에서 5.2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3년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2에서 5%로 낮췄으며, 2024년에는 더 나빠져 4.5%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IMF는 ‘부동산 침체, 인구감소, 생산성 둔화’ 등의 영향으로 중국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5년 내에 4%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7월에 5.0% 성장을 전망했던 JP모건도 8월에 중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이 4.8%에 그칠 것이라는 ‘새로운?’ 전망을 내놨다. JP모건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더 낮은 4.2%로 전망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고 중국 정부가 용케 위기를 진정시키면서 (고도성장은 아닐지라도) 중국 경제를 안정화시킬 지도 모른다. 
그런데 위기를 맞은 중국 경제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세계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세계 140여 개 나라가 중국을 제1. 제2의 교역국으로 삼고 있을 만큼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 위기의 파장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위기를 가중시키는 미・중 갈등 


더군다나 날로 심화되고 있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이 중국 경제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2016년에 오바마 정부가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자, 미국과 중국 관계가 대단히 악화됐다. 이후 2016년 말에 등장한 트럼프 정부는 중국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철강제품 등에 덤핑 관세를 매기면서 미중 갈등을 한층 심화시켰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첨단(반도체) 산업, 배터리전기차 산업, 바이오 산업, 신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산업 등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화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갈등이 중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가는 주요한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중국도 이 경쟁을 멈출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윤을 위한 경쟁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돌려막기-그러나 해결되지 않는 위기


1996~2000년에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IT(정보통신) 관련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투기의 바람이 분다. 특히 미국과 독일, 한국에 투기자본이 몰리면서 IT 벤처기업 주가가 치솟았다. 그래서 이들 나라들에서 IT기업의 주가에 기업의 실제 가치를 훨씬 뛰어넘어 엄청난 거품이 끼었다. 당시 사람들은 이것을 ‘IT버블 혹은 닷컴버블’이라 불렀다. 실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지 않는 한 턱없이 웃자란 주가는 결국 기업이 가진 본래의 가치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터넷 기술이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고, 사회의 인프라도 구축되어 있지 않아, 그것이 짧은 시간 내에 급속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모두에게 분명해졌다. 그래서 부풀어 올랐던 IT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이때는 1990년대 중반 동아시아에 닥친 공황과 1997년 태국으로부터 시작되어 아시아를 휩쓸었던 금융위기의 여파가 세계경제를 끌어내리고 있었던 터라, 닷컴버블의 붕괴는 미국 경제를 를 급격히 냉각시킬 우려가 있었다. 
미국 정부는 서둘러 부동산개발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주식시장으로부터 이탈한 투기자본에게는 새로운 투자처를 마련해주고, 집값 상승으로 이득을 얻는 이들의 소비능력을 재고해 미국 경제의 추락을 저지하려고 했다.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미국의 거대 금융사들이 갚을 능력이 미심쩍은 이들에게까지 구입하는 주택을 담보로 대량으로 대출(비우량주택담보대출)을 해주었다.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그동안 집값도 덩달아 올랐다. 은행들은 (대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유치했다. 이런 식으로 2차, 3차, 4차 이어지는 (채권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들이 생겨나 연쇄도산의 위험을 키웠다. 
주택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싸게 거래됐다. 그러나 집을 비싸게 구입할 사람들이 무한정 늘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결국 집값 상승은 멈추게 되어 있다. 그리고 빚은 결국 갚아야 한다. 이때, 원금과 이자 상환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샀던 집을 다시 팔아야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집값이 폭락한다. 웃자랐던 집값이 폭락하면서 집이 가진 본래 가치보다 훨씬 밑으로 집값이 내려간다. 이렇게 집에 얹혀진 거품이 꺼진다. 이제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한다. 그렇게 되면 은행들은 원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해진다. 더군다나 은행들은 자신들이 가진 채권을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 대출 원금은 회수가 안 되고, 빌린 돈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은 은행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2008년에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다. 
미국 정부는 닷컴버블(거품)의 붕괴에 대응해 주택버블(거품)을 일으켰다. 거품이 닷컴에서 주택으로 전이되면서 위험을 한층 키웠다. 결국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이때 중국 정부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응해 거대한 부동산개발사업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와 똑같은 방법으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달리 길이 있었을까!) 그리고 그것을 통해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가 추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그것은 일시적으로 성공하는 듯이 보였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10조 달러에 이르는 빚을 안게 되었고, 집값에 끼인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개발업체와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신탁회사들이 파산의 위기에 몰려, 중국 경제를 위협하게 됐다. 2008년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일이 중국에서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돌려막기는 항상 더 큰 위기를 준비한다. 미국에서 은행에 돈을 빌려주었던 투기자본들, 중국에서 신탁회사에 돈을 빌려주었던 투기자본들, 이들 투기자본들이 개입해 거품을 키우고 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오늘날 중국 경제의 위기는 이처럼 세계 경제의 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그 덩치를 키웠다. 그리고 중국은 다시 세계 경제를 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위기의 진앙지가 됐다. 다음 번에는 중국이 아니라 베트남이나 인도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어 나타날 수 있다. 
경제위기로 가장 고통받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새로운 사회건설의 전망을 붙잡고 고칠 수 없는 고질병에 걸린 자본주의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기 전까지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위기를 키우는 각국 자본가 정부의 위기 대응책이 반복되어 등장할 것이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