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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 처리수가 아니라 오염수! 방류가 아닌 투기

noheflag 2023. 9. 18. 22:43

일본 정부는 8월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 바다 투기를 시작해 9월 11일까지 1차분 7800톤 투기를 종료했다. 하루당 460톤 가량을 바다로 내보낸 것이다. 3주 가량 설비 점검을 하고 9월 말경 2차 7800톤을 바다에 흘려보낼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핵오염수 134만톤을 30년에 걸쳐 투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핵연료 처리방법을 아직 못찾고 있는 상황이라 30년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예상이 더 많다.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투기에 대해 노동자, 시민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핵오염수 투기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 항의집회 등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핵오염수 바다 투기에 대한 환경오염을 단순히 괴담으로 치부하며,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하는 영상, 책자를 만들어 선전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정부와 같이 핵오염수를 ‘(오염)처리수’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지구와 인류에 해악을 끼치는 핵오염수는 오히려 핵폐기수라 불러야 하고 방류가 아니라 투기라 불러 마땅하다. 

 

안전한가?


7월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핵오염수 투기가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며 문제없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신뢰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IAEA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단체가 아니라 핵산업에 이해관계를 가진 기구이며, 이미 2013년부터 오염수 해양투기를 일본 정부에 권장해왔기 때문이다. 핵오염수 투기를 주장하는 기구가 핵오염수는 안전하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일본 정부는 알프스(ALPS)라는 다핵종 제거설비로 핵오염수의 방사능물질이 충분히 제거되어 안전하다고 하지만 PIF(태평양 도서국 포럼)이 구성한 과학자 위원회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에 뭐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비판한다. 일본 측이 제공한 오염수 샘플 데이터가 과학적인 분석이 불가능한 형편없는 내용이고, 핵오염수가 충분히 정화되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의 주장을 수용하더라도 핵오염수에서 삼중수소와 탄소-14 등 방사성 물질은 전혀 제거할 수 없으며 그 양도 어마어마하다. (삼중수소는 신체에 축적될 경우 DNA 변형을 일으키거나 생식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정화되지 않고 10년넘게 흘러나온 오염수의 문제도 심각하다. 폭발 이후 흘러나온 방사능 물질은 후쿠시마 앞바다에 누적되어 주변바다부터 오염시키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존 고농도 핵오염수에 이어 핵오염수 투기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누가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비용은 타국이 부담하라?


일본 정부와 도쿄 전력은 핵오염수 처리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다 투기를 결정했다. 바다에 투기하면 일본 입장에서는 340억원 정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오염수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지상 매립을 하거나 보관탱크를 더 증설해서 육지 내에서 방사능 등의 반감기를 줄이려고 하면 작게는 3000억에서 많게는 2조까지 비용이 나온다 한다. 일정 비용을 부담한다면 바다에 투기하지 않을 방법은 많다. PIF 과학자 위원회는 핵오염수를 콘크리트로 응고시키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값싸고 손쉬운 해양 투기를 강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하는가? 핵오염수 투기로 특별한 경제적 이득을 얻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윤석열 정부가 일본 핵오염수 방류를 막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바람에 매년 1조 원이 넘는 예산을 쓰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근해 방사능 오염수 유입 감시와 수산물 유통환경 조성 예산으로 7319억 원을 책정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직간접적인 비용 포함 2024년 1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이 편성되었다. 일본 정부가 핵오염수를 투기하지 않았으면 사용되지 않았을 비용이다. 일본 정부는 비용을 절감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있고,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위험성을 인류가 짊어지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왜?


윤석열 정부는 홍보책자와 영상을 통해 핵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며 한국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줄어든다며 수산물 소비 홍보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여론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핵오염수 투기를 반대하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부가 핵오염수 투기를 옹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이 일본에 굴종하는 친일 인사라서 그런가? 물론 윤석열의 개인적 성향과 정치적 입장이 작용하겠지만 그것만으로 모두 설명되지 않는다. 국제적 힘관계와 핵을 둘러싼 자본가들의 이해관계가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핵오염수 투기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메사추세츠주 정부가 필그림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금지했고, 뉴욕주도 인디언포인트 원전 냉각수 방류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핵연료와 직접 닿아 압도적으로 위험한데, 뉴욕주에선 직접 닿지 않은 냉각수 방류에 반대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자국에선 핵오염수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만 아시아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대수롭지 않게 규정한다. 이는 미국의 패권적 이해관계와 연결되어 있다.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의 관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를 묵인하고 있다. 이 동맹에 한국 정부를 끼워넣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은 일본의 핵오염수 투기 문제로 한국정부와 갈등을 빚지 않도록 윤석열 정부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미국은 자국의 패권과 이득이 있어 일본 정부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프랑스, 영국 등은 왜 핵오염수 투기를 동의하는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은 대표적인 핵보유 국가로 태평양에서 벌인 핵실험은 300회가 넘는다. 미국, 영국, 프랑스는 핵실험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를 양산하고 태평양 일대를 거대한 방사능 오염지대로 만든 환경 재앙의 주범 국가들이다. 이런 원죄가 있으므로 그들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해 입을 다물거나 심지어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


더욱 심각한 점은 이번 일본 정부의 해양 투기를 시작으로 전세계 핵오염수의 방류, 투기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핵산업 자본가들의 이해관계가 여기에 있다. 핵연료에 직접 닿은 위험한 핵오염수도 방류하는데, 원전 냉각수 방류가 무엇이 문제가 있겠는가? 이들은 핵오염수 투기를 통해 핵산업은 여전히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한국의 지배계급 역시 강대국들, 핵산업 자본가들과 동일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 지배계급은 여전히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직간접적으로 펼치며 기회를 노리고 있기에 핵산업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한국 자본가들은 핵발전을 통해 저렴한 전기를 공급받아 이윤을 늘리고 있다. 핵오염수 투기 옹호가 윤석열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것은 문재인 정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본정부가 핵오염수 투기를 결정한 21년 4월 “IAEA 기준에 따른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다수 평범한 노동자, 시민들에겐 핵오염수 해양 투기는 심각하고 위험한 문제이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지배계급에겐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희석되었다고 괜찮은 건 아니다


핵오염수 투기는 과학적 검증의 기간도 필요하기에 당장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거대한 태평양 바다에 희석되면 위험도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석되었다고 방사능이 방사능이 안 되는 것은 아니며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다. 희석된 방사능이 조금씩 바다를 오염시키고, 해양생물에 영향을 미치고, 수산물을 섭취하는 인간에게도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1-2년의 문제가 아니라 30년 이상의 장기적인 문제이기에 더욱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존재한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일본 정부의 핵오염수 투기가 바다 오염의 방아쇠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희석되면 괜찮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핵폐기물, 오염수, 폐수를 바다에 투기한다면 이는 심각한 위협으로 인류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인류 전체가 책임지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값싸고 손쉬운 해양 투기가 아니라 안전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핵오염수는 처리되어야 한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