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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자본주의 이윤 체제

noheflag 2023. 11. 8. 09:11

 

11월 1일(미국 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9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현재 5.25~5.5%)를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고 지난 일년반 동안 11차례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7%로 2022년 6월에 9.1%를 찍은 뒤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목표치 2%를 여전히 크게 웃돌고 있다”며, ‘물가 변화’와 ‘노동시장의 상황’ ‘금리 정책 효과’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준 의장 제롬 파월은 기자회견에서 “가격 안정성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경제 성장 속도가 다소 늦춰지고 노동시장 상황이 누그러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9%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리고 그는 “가계와 소상공인 등의 소비 여력을 과소평가했다”고도 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연준은 지금의 예상보다 나은 경제 상황과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가계와 소상공인의 초과수요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미국의 경제 상황은 예상보다 좋다. 연준은 ‘탄탄하다’거나 ‘강하다’고 표현한다. 3분기 유로존 (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 이와 비교하면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 4.9%는 상당히 ‘강한’ 수준으로 보인다. 그리고 연준은 ‘강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가계와 소상공인의 소비여력’에 있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그리고 물가 인상의 원인도 여기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일까?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계속해서 ‘노동시장의 과열’을 물가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기업에게 노동력이 부족하고, 이 때문에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9월 미국의 실업률은 3.8%다. (구직 포기자들을 제외하고 보면) 경제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실업률을 거의 ‘완전고용?’ 상태로 보는 듯하다. 특히 서비스 부문에서의 구인난이 심하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코로나19로 조기퇴직하거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해서 구직을 포기한 노동자들이 많다. 코로나19나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으로 미국을 떠난 이민자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노동력의 상대적 부족’을 낳는 하나의 원인이다. 이것은 공급 측면에서의 노동력 부족의 원인을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력의 수요가 많아져도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된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 정부는 한편으로 ‘기술(력)’을 수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동맹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 미국에 투자하는 동맹국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세금혜택을 줌으로써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막강한 기술력’과 ‘거대한 소비시장’을 무기로 동맹국 기업들에 이를 강제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제법 탄탄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봉쇄가 해제된 이후 경제가 반등하는 효과도 있지만,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재편 정책의 일환으로 동맹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한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이런 이유들로 기업들(사장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인력이 늘어나고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이 맞물리면서 실업률이 낮게 형성되고 있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에 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연준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왜 그런가?
2021년부터 ‘물가’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였다. 2022년 초에 물가가 치솟자 연준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교란’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인플레이션이 (코로나19로 생산과 유통에 차질이 빚어져) 공급이 부족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것이었다. 공급 부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금리인상으로 억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초기에 연준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않았다. 물가가 연준의 예상 밖으로 치솟자 연준은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금리인상으로도 물가인상이 잡히지 않자, 연준이 너무 늦게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이 문제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연준의 초기 진단대로 공급 부족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이라면 금리인상은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었다. 
나중에 연준은 말을 바꿔서 노동시장의 과열, 곧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시장의 상대적 과열은 객관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금리인상은 대책이 되지 못했다. 금리인상으로 부족한 인력이 만들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금리인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하나는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금리인상이 (단기적으로)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고 그러면 임금상승 압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것이 연준이 계산하고 있는 바이다. 지금도 연준은 이런 방향에서 고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경제를 조금 망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전문가들도 노동시장의 과열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 말고는 답이 없다고 보는 듯하다. 다른 하나는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주식 등 자본시장에 투자한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서 이들의 소비능력이 위축되는 것이다. 그래서 물가상승 압력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이다. 연준은 후자보다는 전자에 집중한다. 
그러면 연준의 주장대로 과연 노동시장의 과열과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인가? 2022년 초부터 2023년 6월까지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물가인상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이 기간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계속 삭감되었다.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았던 물가가 3%대로 진정되면서, 2023년 7월부터 노동자들의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을 겨우 따라잡았다.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이끌어 온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뒤따라갔다는 것이 진실인 것이다. 물가인상이 임금인상의 원인인 것이다. 

 

▲ 미국 미시간주 델타 타운십에 있는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피켓을 들고 파업 시위를 하는 전미자동차노조(UAW) 노조원들.


그런데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노동자들의 ‘완전고용’과 ‘소비능력 증대’를 전혀 원치 않는다는 것을 연준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본주의 경제체제만 아니라면, 노동자들의 완전고용과 임금상승에 따른 소비능력 증대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런데도 연준은 노동자들의 낮은 실업률과 소비능력 증대가 물가상승이라는 괴물을 불러내서 자본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준은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들의 이익과는 아주 적대적인 체제라는 것을 입증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오직 다급했으면 경제를 침체시켜서라도 물가를 잡겠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을 낳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은 기업(사장)의 이윤의 감소를 가져온다. 그런데 사장들(자본가들)은 어떤 이유에서든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하면 이윤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재화(서비스)의 가격을 인상하려 한다. 노동자들은 임금의 대부분을 생활필수품을 사는데 쓰기 때문에 특히 생활필수품을 만드는 기업들은 즉각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높여 이윤을 보전하려 한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가 물가인상의 악순환에 빠져들 수도 있다. 
연준은 미국 자본주의 경제가 ‘물가인상⇨노동자들의 임금인상⇨자본가들의 상품가격인상⇨물가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빠져드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준은 이것을 차단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자본가들의 이윤증대를 대변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이윤을 침해하는 방식의 해결책을 결코 쓰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이들은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의 원인이라고 말할 뿐, 자본가들의 상품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심지어는 공급이 모자라서 자본가들이 상품의 가격을 대폭 높여 폭리를 취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물가 인상의 주범


앞서 지적했듯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이 물가인상의 원인이 아니라, 물가인상이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의 원인 구실을 했다. 그렇다면 물가를 인상시켰던 원인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이 코로나19 때 뿌려진 현금을 그 주범으로 지적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대규모로 이루어진 양적완화는 대체적으로 은행(금융기관)에 제공됐다. 그런데 은행들은 그 돈을 대출에 거의 쓰지 않았다. 그래서 그 돈은 대부분 다시 중앙은행으로 되돌아갔다. 당연히 그 돈은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런데 코로나19 때는 개인들에게 현금이 지급됐다. 바이든 정부는 2조 달러가 가까운 돈을 뿌렸다. 그 중 일부는 사용되어 중앙은행으로 다시 흡수되었다. 일부는 저축되었고, 일부는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들어갔다. 이 중 저축분이 가계의 소득을 넘어서는 소비 능력 만들어 냈다. 이 돈이 부분적으로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 저축분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면 바닥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돈은 일회적인 소득이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보기에 이것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은 아니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 등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보다 구조적인 원인, 공급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디트로이트 하트플라자에서 파업중인 카지노 노조원들.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가 20%나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3% 인상에 그쳤다.


생각난 김에 말하자면,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축통화인 달러화의 가치를 상승시켰는데, 달러의 가치 상승이 전세계적인 물가상승을 가져왔다. 예를들어 한국의 기업인들은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일 때는 1달러짜리 상품을 1200원에 사왔는데, 달러의 가치가 상승해서 원달러 환율이 1330원으로 상승하면 이제는 1달러짜리 상품을 1330원에 사와야 한다. 이런 식으로 외국과의 무역에서 자국 통화가 아니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수입물가가 상승해 전반적인 물가상승의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미국은 금리인상을 통해 전세계로 인플레이션을 수출했던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인 원인으로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첫째, 코로나19로 공급망이 교란되어 공급부족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력이동과 운송이 가로막히면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공급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급이 부족하면 자본가들은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상품의 가격을 더 올려 받으려고 한다. 폭리를 취하기도 한다. 독점대기업의 경우 가격을 조정할 힘을 가지고 있어서 더 쉽게 폭리를 취한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것을 감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져 에너지 가격이 인상되자 한국 정유사들의 이윤이 급격하게 늘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유사들의 이윤 폭을 제한하는 대신에, 자본가들의 이윤에는 전혀 손대려 하지 않고, 세금 감면 등으로 유류가격은 낮추는 방식을 쓴다. 
가파른 물가상승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거대기업들과 다수 기업들의 실적이 매우 양호한 것은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에서의 주가 상승은 이들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죽겠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억제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데 이들 기업들은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한 경제전문가는 코로나 기간과 그 이후에 미국의 비금융 분야에서의 ‘가격 상승분’ 중에서 ‘이윤 증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 40년 동안의 평균)11%에서 54%로 늘었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과 식량 가격의 인상을 초래했고, 전세계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켰다. 특히 경제에서 에너지와 식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에너지와 식량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저개발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은 기록적인 수준에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에너지 생산 기업들은 러시아를 대신해서 유럽 등에 에너지 자원을 수출해서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최근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벌어지자, 미국의 바이든 정부와 연준이 잔뜩 긴장했다. 바이든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 사이를 중재하려고 하기도 했다. 이-팔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겨우 진정국면에 들어서기 시작한 물가가 다시 천정부지로 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인은 상대적으로 더 이른 시간 내에 해결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붕괴시킨 공급망은 차츰 회복되고 있다. 러-우 전쟁은 사실상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러시아 푸틴 정부와 미국 바이든 정부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그리고 유럽 연합의 국민들도 지쳐가고 있다. 그래서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전쟁이 언제 끝날지 확언할 수는 없다. 예상보다 더 장기화될 수도 있다.) 
그런데 세 번째 요인은 훨씬 더 끈질기게 물가를 견인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 물가상승 요인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중국산 상품에 관세를 매기고, 철강 제품 등에 덤핑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을 높여 놨다.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바이든 정부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을 배제하고 반도체·전기차·배터리·바이오·인공지능·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고 한다. 이 인위적인 공급망 재편은 관련 산업에서 필요한 원자재와 완재품의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금 세계의 공장 중국 대신할 곳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상당 기간 물가인상의 진앙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에 미국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동유럽이나 중국 등을 생산과 소비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세계화로 일컬어지는 국제적 분업의 확대는 재화의 생산을 훨씬 효율적이 되게 했고, 그럼으로써 재화의 가격을 낮춰 이윤폭을 확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전세계의 독점대기업들은 어느 정도 이윤율 하락을 저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세계를 분할함으로써 전세계적인 국제적 분업을 통한 이전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재화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있다. 이것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승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부 개별 독점대기업들은 여기에 저항하고 있다. 그러나 총자본의 대변자인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미국의 경제적 패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곧 미국의 독점대기업 자본가들 전체의 이익을 위해서 대단히 파괴적인 공급망 재편을 밀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이런 후퇴(미국의 공급망 재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상당기간 동안 이것이 물가인상 압력을 높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의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할 것은 탄소제로 경제로의 전환이다. 탄소규제 정책으로 아연, 알미늄, 니켈, 구리 등을 채굴⋅제련(여기에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를 더 많이 개발하기 위해서는 이런 자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광물자원들의 가격이 인상됐다. 그런데 이런 광물자원들은 청정 에너지 분야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산업 전반에서 쓰인다. 그래서 광물가격의 인상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낳는 것이다. 이것을 그린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런데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해서 얻는 이득은 고스란히 그 분야에 기술을 가진 기업들에 돌아간다. 미국이나 유럽의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가진 기업들은 탄소규제 정책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낳은 과도기적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것이 문제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곧 인류가 더 안전하게 더 오래도록 번영하기 위해서는 화석 에너지 경제가 아니라 친환경 청정 에너지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그것이 필요하다면 인류는 그것을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비용을 가난한 소비자들이 부담하고 기술과 자본을 가진 이들은 오히려 이윤을 독점하고 있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미국을 중심으로 짚어보았다. 우리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낳은 것은 자본주의라는 이윤체제라고 확신한다. 공급부족을 핑계로 폭리를 취하는 자본가들, 이들의 이윤을 보호하려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리자들, 전쟁을 낳은 제국주의적 경쟁, 경제적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 그리고 기업의 이윤을 중심에 둔 친환경 에너지 정책 등은 모두 자본주의 이윤체제가 낳은 인플레이션의 요인들이다. 그런데 미국의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한답시고 경제를 침체시켜서 실업률을 확대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미쳐 돌아가는 체제가 있을 수 있을까! 노동자들이 언제까지 엉망진창인 이 체제를 내버려 둬야 할까?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