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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의 테러리즘은 제국주의 지배와 식민화의 산물

noheflag 2024. 1. 10. 09:15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 거기에는 중동지역의 석유자원과 그것의 제국주의적 지배, 그리고 중동지역 민족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여기에 유대인들의 비극적 운명이 겹쳐지고 종교적 색체가 더해지면서 훨씬 복잡해졌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지역을 한정해서 보면 이 지역의 분쟁의 역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것은 미국·영국 등 제국주의 국가의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강제 점령해 식민화한 것 때문에 생겨났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그들이 살던 집과 땅을 빼앗고 가족과 이웃들을 죽이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이 거기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탈출구를 찾기 힘든 팔레스타인인들의 ‘분노와 적개심과 복수심’이 무장저항이라는 테러리즘의 형태로 발전했다.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한 하마스는 1973년에 탄생한 이슬람 형제단의 팔레스타인 지부가 1차 인티파다(민중저항운동) 중에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내에 강경파 세력으로 변모하면서 탄생했다. 이슬라믹 지하드나 하마스와 같은 무장저항 세력들은 이스라엘의 공격과 탄압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죽고, 다치고, 삶의 터전을 파괴당해 난민이 되는 잔인한 토양 속에서 자라났다. 하마스의 테러리즘은 잔혹한 식민지배의 결과물이다. 테러주의는 제국주의의 이복동생인 셈이다. 

적대적 공생관계


그동안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이 하나의 독립적인 국가가 되는 것에 반대해 왔다. 그래서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을 자치기구 파(PA)가 지배하는 서안지구와 하마스가 지배하는 가자지구로 분열시키려 했다. 하여 네타냐후 정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하마스를 지원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의 무력도발을 의도적으로 무마해 주기도 했고, 카타르 등으로부터 하마스에 자금이 지원되는 것도 허가했다. 이 돈의 일부는 틀림없이 하마스가 무기를 사는데 쓰였을 텐데도 말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권력이 위기에 처할 때나, 정권 연장의 필요에 따라 하마스와 같은 무장세력들의 테러를 제거한다는 구실로 팔레스타인을 공격했다. 역으로 이스라엘의 공격은 하마스와 같은 무장세력들의 지지기반을 확대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죽고 삶의 터전을 파괴당한 이들의 분노와 복수심이 하마스와 같은 무장저항 세력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 정부가 가자지구를 공격해 2만3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고, 6만2천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가지지구는 집과 건물의 70%가 파괴되었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이 가자지구 인구의 80%에 이른다. 이들의 분노와 복수심이 하마스를 강화시키고 있다. 전쟁 후 서안지구(12%→43%)에서든 가자지구(38%→42%)에서든 하마스의 지지도가 상승해 40%를 넘어섰다. 이슬람 지역에서 이스라엘에 무력으로 저항하는 하마스의 위상이 높아졌다.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파(PA)는 국제원조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착복해 왔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언론을 탄압해 왔으며,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탄압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 부패와 무능 때문에 파(PA)는 팔레스타인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그리고 이것이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하마스의 지지도가 상승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네타냐후의 바람과는 달리 하마스가 전쟁에 패배하더라도 궤멸되지 않고 잠시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가 부활할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의 정보부는 네타냐후가 전쟁에서는 이기고 전략에서는 패배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중동에서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 사이에서 하마스의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것이 그들이 팔레스타인 민족의 해방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불행히도 하마스의 지지도 상승은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스라엘의 공격과 탄압에 맞설 정치세력이 당장에는 하마스밖에 없다는 것을 뜻할 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해방을 위한 자신들의 진정한 정치세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사법 개악이 대중들의 저항에 부딪혀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정부에게는 하마스의 공격이 돌파구를 제공했다. 네타냐후 정부는 하마스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이스라엘 민중들의 반정부 정서를 무마하고 극우 시오니스트들(유대복고주의자들)을 결집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하마스가 이스라엘 민간인들을 공격해 죽이고 잡아간 것은 네타냐후 정부에게 팔레스타인 공격의 큰 명분을 제공했다.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고 삶의 터전을 파괴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위기에서 탈출하려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미국의 후원을 받는) 네타냐후와 같은 아류제국주의 식민지배 세력과 하마스와 같은 무장 테러리즘 세력 사이의 ‘적대적인’, 그렇지만 서로가 서로의 존립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생의 관계가 이루어져 왔다. 이들은 서로 ‘적대적 공생’ 관계에 있는 것이다.

닮은 꼴 지배자들


하마스는 조직된 후 이스라엘 국가를 무력으로 파괴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건설한다는 목표(강령) 아래 활동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하마스는 파타당(서안지구를 통치한다)과 분쟁을 겪었다. 하마스는 2016년 총선을 통해 집권했고, 2017년 파타당과의 내전을 통해 파타당을 축출해 실질적으로 가자지구를 통치해 왔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는 적대적인 저항세력이었다. 그러나 그 방식은 이스라엘 정부와 마찬가지로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방식이었다. 하마스의 자살폭탄테러는 버스, 종교시설, 카페, 쇼핑센터 등이었고, 그러므로 그들의 테러는 이스라엘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다. 이 점에서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부와 상당히 닮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것을 탓하면서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의 이스라엘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팔레스타인 민중들과 연대해 팔레스타인의 해방에 협력할 이스라엘의 피지배계급을 적으로 돌리는 행위일 뿐이다. 

가자지구 내에서의 통치 권력으로서의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극우 정부와 상당히 닮아 있다. 하마스는 총선에서는 ‘인권 보장, 자유로운 정당활동 보장, 그리고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사회 건설을 약속했지만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이 통치하는 가자지구에서 대중들을 억압해 왔다. 
하마스는 대중에 대한 지배권력으로서 아래로부터의 저항을 탄압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언론 및 인터넷을 검열하는가 하면, 여성들에게 히잡을 강요하고, 여성들을 차별하고, 젊은이들이 서양식의 의복과 문화를 입고 즐기지 못하게 했다. 불법적인 체포와 구금, 고문, 처형도 일삼았다. 그들은 가자지구 주민들을 억압하는 억압권력이었다. 
이런 류의 정부가 팔레스타인 민족의 진정한 해방의 임무를 달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이 가자지구에서 세력을 확대해 왔던 것은 이스라엘 정부의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잔인한 공격과, 다른 한편으로 서안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파(PA)를 견제할 수 있는 세력으로서 이스라엘 정부의 간접적인 지원을 받은 결과일 뿐이다. 

이번 전쟁에서 네타냐후 정부는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네타냐후 정부의 바람대로 하마스의 무장은 해체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의 잔혹한 살육과 억압이 지속되는 한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저항은 부활할 것이다. 그것이 또 다른 하마스를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민중들의 해방은 하마스와 같은 억압적 지배자들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의 임무일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은 그것을 위한 스스로의 ‘도구-정치세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이스라엘의 억압받고 착취받는 피지배계급과의 협력을 통해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이스라엘의 피지배계급을 적으로 돌리는 하마스의 테러리즘은 오히려 팔레스타인 해방의 걸림돌일 뿐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일 뿐이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