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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민족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해방의 전망 속에서 찾아야

noheflag 2024. 1. 10. 09:19

미국의 ‘두 국가’ 해법의 기만성 

▲ 1993년 9월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2국가 해법’이 담긴 오슬로 협정에 서명 한 PLO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오른쪽)와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왼쪽) 그리고 중재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가운데)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두 국가’ 해법을 주장해 왔다. 유럽연합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도 ‘두 국가’ 방안을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으로 지지하고 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팔레스타인이 진정으로 독립된 국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미국이 바라는 독립국가란 형식적으로 독립적이지만 여전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국가다. (유럽연합은 물론이고, 중국이나 러시아라고 다를까! 이 제국주의 국가들도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팔레스타인을 지배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해 왔는가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미국은 말로는 ‘인도주의와 평화’를 떠들면서도 일방적으로 네타냐후 정부를 편들며, 항공모함과 군함, 군용기를 지중해로 이동시켰으며, 이스라엘에 전쟁무기를 공급했다. 정확히는 전쟁무기를 팔았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유엔 안정보장 이사회의 ‘휴전’ 결의를 두 번에 걸쳐 거부했다. 이런 행위를 볼 때 미국의 ‘두 국가’ 해법은 대단히 기만적이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는 이 기만적인 두 국가 해법도 거부하고 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면 가자지구를 이스라엘군이 직접 통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제국주의 국가들과 중동의 민족국가들 사이의 힘의 관계로 인해 팔레스타인을 형식적으로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게 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도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대립과 갈등, 전쟁을 낳는 자본주의 경쟁이 유지되는 한 형식적인 독립국가 팔레스타인은 결코 평화로울 수 없다. 

제국주의 국가들이 조성해 온 중동 지역의 불안


오히려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만든 원인을 조성해 왔다.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국교정상화를 끌어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그동안 사우디는 이스라엘을 하나의 독립된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바이든은 오랜 숙적인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를 개선시켜 중동 지역의 안정을 도모하고 중동에서의 미국의 패권을 회복시켜 근래에 중동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려 했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어 국제 원유가격이 치솟을 조짐을 보이자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이를 거절했다. 이것은 절대로 우방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한 행동은 아니다. 국제 석유값 인상으로 자신들이 얻을 이익을 우선시한 행동이다. 오히려 2022년 9월 사우디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기구인 브릭스에 가입했다. 사우디는 중국 시진핑 정부의 중재로 경쟁관계였던 이란과의 관계도 개선했다.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과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두고 미국과 서방의 정치분석가들은 시진핑의 ‘대승’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부상하고 세계 최강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의 패권이 예전의 기세를 잃으면서 중동국가들 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국제관계를 다변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 국가였던 사이디도 미국의 일방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중동의 두 맹주 국가인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를 개선시켜 중동에서의 자신들의 패권을 회복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정책에 골몰해 왔다. 바이든 정부는 이란의 핵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완화된 태도를 취했으며,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어줬다. 트럼프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의 완화로 석유대금의 일부가 하마스에 제공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바이든의 대 중동정책이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는 미국 바이든 정부로서는 대 중동정책의 핵심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것은 성공할 뻔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만 없었다면 말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역사적 합의를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많은 중동 전문가들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사우디 사이에 국교가 정상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대 산유국이자 이슬람권의 맹주격인 사우디마저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면 자신들이 더욱 고립될 것이라고 판단한 하마스가 이를 막으려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가망없는? 공격의 배후에 미국과 중국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경쟁과 중동에서의 힘과 질서의 재편이 도사리고 있었다. 실제로 하마스의 공격이 있은 후 사우디 외교부는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를 점령하고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당한 권리를 박탈한 결과”라며 이스라엘을 탓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국교정상화는 일단 중단됐다. 그 결과 바이든 정부의 중동정책도 뒤틀렸다. 
물론 이것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유의 전부라고 말하기를 어려울 것이다. 하마스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자신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하마스는 최근 이스라엘과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는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반군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의 지원을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서방과 미국에서는 테러집단인 ‘헤브볼라, 후티반군, 하마스’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해 왔다. 이란에서의 테러로 헤즈볼라나 후티반군의 활동이 예사롭지 않게 되면서 이란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개입해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대될 수도 있다는 것 때문에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미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의 두 국가 해법은 절대로 팔레스타인 지역과 중동 지역을 안정화시킬 수 없고 평화를 가져다 줄 수도 없다. 

진정한 해법


이런 사태전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의 역사의 배후에 제국주의가 도사리고 있었던 것과 같이 이번 하마스의 공격의 근본에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패권 경쟁이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민중의 억압적인 지배자 하마스도, 어떤 제국주의 국가도 팔레스타인의 진정한 해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해방은 팔레스타인 민중과 이스라엘의 착취받고 억압받는 노동자계급과 피착취 민중들, 그리고 중동지역의 전체의 피착취 계급의 제국주의에 맞서는 단결과 연대로서만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을 반대하고 진정한 평화를 원하는 전세계의 많은 노동자계급과 민중의 시위가 있었다. 이런 자원과 지원만이 팔레스타인과 중동지역의 평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필연적으로 갈등과 전쟁을 유발하는 경쟁 체제인 자본주의의 국경을 허무는 진정 자유로운 중동 지역 인민들의 연합체만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족의 해방은 노동자계급 해방의 전망 속에서만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