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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부동산 위기의 시작이 될 것인가 - 거품으로 만든 부동산 위기

noheflag 2024. 1. 11. 09:23

 

지난해 말 주식시장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태영건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복해서 부정했지만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480억원의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워크아웃 신청에 들어갔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 16위로 ‘데시앙’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했지만, SBS의 대주주로 잘 알려져 있다. 당장 480억 대출 문제로 유동성 부족이 워크아웃의 시발점이었지만, 우발채무(시행사가 부도나면 시공사가 책임을 지게되는 돈)만 최소 2조5000억(태영건설 주장)에서 최대 9조5000억원(채권단 주장)에 이른다. 시공능력 16위인 건설사의 워크아웃 문제가 연일 TV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건설사 파산 문제가 태영건설만의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그동안 눌러왔던 PF(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부동산 전반의 위기로 번져나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태영건설만?

▲ 출처 ; 하나증권


태영건설 파산위기는 부동산 활황기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 주요인이다. 20~21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자 영끌해서 집사야한다고 부르짖었다. 너도나도 빚을 내서 집을 샀고, 부동산은 더 올랐다. 경기가 하락해도 부동산은 결국 우상향하고 불패라며 집을 사야한다고 언론에서 확성기를 틀고, 은행은 대출에 열을 올렸다. 부동산 활황기에 돈이 된다며 많은 건설사들이 재개발에 뛰어들고, 아파트를 지어댔다. 
그런데 아파트 건설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는가?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 즉 사업계획을 보고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었다. 자기자본 비율이 10% 수준이라 하더라도 부동산 폭등을 보며 장밋빛 꿈에 빠져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었다. 이런 황당한 자금충당 방식인 PF 대출 규모가 140조원(22년 9월기준)에 달했다. 
그러나 부동산 폭등의 시기는 길지 않았고 결국 22년 하락기를 맞이한다. 고금리 상황에서 대출이자의 규모는 커지고, 경기침체로 아파트 미분양은 늘어가고 있다.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7925가구이고 그중 18%인 1만465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인 악성이다. 악성 미분양이 전년 동기(7110가구)와 비교하면 약 47% 급증한 수치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수준에 이를만큼 심각한 상황이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태영건설은 시작일 뿐이다. 이미 태영건설에 앞서 대우산업개발,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다. 롯데건설도 태영건설과 유사한 PF 우발채무를 지고 있음이 확인되고, 동부건설, 신세계건설은 높은 부채규모로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건설사 위기는 금융위기로


건설사 위기는 금융기관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PF를 비롯한 건설 비용은 시행사 혹은 건설사의 자기부담금이 아니라 금융기관으로부터 대부분 대출했기 때문이다. 주로 2금융권이 심각한 상태다. 새마을금고가 건설업·부동산업에 내준 기업대출은 전체대출 111조원 중 50%가 넘는 56조4000억원이었다.(23년 1월 기준) 부동산 대출 연체율은 급격하게 증가하며 9.23%에 이른다. 증권사도 심각한데 작년 9월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6조3000억원, 연체율은 13.85%에 달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5.56%였다. 국내 5대 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액과 연체율은 0.45%로 높지 않지만, 1년 새 약 2배 뛴 것으로 그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 건설사 파산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되면 새마을금고, 저축은행들 역시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 위기는 올듯말듯


PF 발 부동산 위기에 대한 우려는 작년부터 높았다. 3월, 6월, 12월 등 위기설이 계속되었으나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문제가 없어서인가? 그렇지 않다. 썩어서 곪아가고 있지만 그 위기를 정부가 인위적으로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은 이자로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고 위기가 다가오자 정부는 다시 특례보금자리론과 같은 돈풀기 정책을 시행했다.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집을 살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덮인 거품을 빼기는커녕 다시 채워넣어 거품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지난 4월 정부는 대주단(대출을 해준 금융기관 단체) 협약을 가동하여 건설사들이 위기에 빠지면 금융사들이 이자 후취 조건으로 PF를 거의 무조건적으로 연장하도록 강제했다. 7월에는 남양주 새마을금고가 PF 대출 부실로 600억 원 규모의 대출 채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뱅크런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때도 정부가 나서서 예금 전액을 보장하겠다며 나서서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번 태영건설 위기에도 정부가 나섰다. 1월 4일 정부는 사업성은 있으나 돈줄이 일시적으로 막힌 건설 사업장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건설사, 금융기관들의 위기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일 뿐이다.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고, 이를 정부가 보증해주겠다고 하지만 이는 위기의 시계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위기의 원인은 부동산 투기에 기초한 무정부적인 주택시장에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기 경기부양을 하겠다며 시중에 풀린 돈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고, 주식과 부동산 투기에 빨려들었다. 돈이 넘쳐나니 주식과 부동산은 폭등했다. 이 폭등은 실제 수요에 기초하지 않은 거품이었다. 거품은 부풀어오를 때는 모르지만 거품이 꺼질 때는 확연히 드러난다. 거품 위에 지은 집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팔리겠는가? 높은 가격에 책정된 아파트를 누가 사겠는가? 결국 미분양이 되고,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된다.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 원인은 해결하지 않고, 대출연장해주고 뒤로 미룬다고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가계부채 1875조(23년 3분기), ‘빚내서 집사라’고 부추기는 윤석열 정부가 가계부채의 규모를 더 키우고 있다. 거품유지 혹은 확대가 이들의 대안이다. 부풀어진 집값을 지탱하기 위해 ‘빚을 지라’고 강요하고 있다.

피해는 누가 보는가


건설사, 금융기관들은 거품이 커져갈 때 부동산 투기로 천문학적인 이득을 얻었다. 금융기관 임원들은 PF 대출 성사를 이유로 막대한 성과급을 챙겼다. 건설사 사장들도 높은 연봉과 성과급을 챙겼다. 그러나 거품이 꺼져갈 때 누가 책임지는가? 회사는 어려워도 사장들 연봉은 줄어들지 않는다. 부동산이 전반적으로 부진의 늪에 빠진 상황에도 주요 건설사 CEO 연봉은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다. 반면 부동산 하락기에 손해보는 것은 투자자의 자기책임이라며 마지막에 주택을 구입한 이들에게 책임을 떠넘긴다. 
만약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게 되면 그 피해는 누가 보는가? 2금융권 예치금 대부분은 노동자들이 평생을 모은 쌈짓돈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들 금융기관이 파산한다면 결국 노동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된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파산 당시 예금을 날려버린 것은 노동자, 영세 자업자이었고, VIP 들은 파산 전날 돈을 모두 빼갔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득을 얻는 것은 상황을 주도하고,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권력과 자본을 쥐고 있는 이들이다.

빚으로 만들어진

 
자본주의 시스템은 공급과 수요에 따라 합리적으로 재화가 분배되고 경제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라고 얘기한다. 그래서 규제를 풀고 무제한적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독점이 횡횡하고 인위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조절되어 시장의 가격은 폭등하기도 폭락하기도 하며 왜곡된다. 이를 막겠다며 정부가 일부 규제를 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자본이 권력과 결탁하여 규제를 자신들이 유리하도록 조정하고 기득권을 확대, 강화한다. 규제를 풀려는 윤석열 정부 시기에도 부동산 왜곡은 있었고, 규제를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 때도 무분별한 부동산 폭등은 존재했다. 부분적인 규제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집은 ‘사는 것’(BUY)이 아니라 ‘사는 것’(LIVE)이라고 얘기했지만 집은 부의 증식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집을 돈이 아닌 실제 목적인 삶의 안식처로 만들어야 한다. 돈벌이를 위해 주택을 짓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요에 기초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주택의 가격은 투기에 따라 거품으로 만들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정부적으로 널뛰기 하며 도박처럼 벌어지는 주택문제를 구성원들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은 일부 권력자들이 아니라 실제 필요로하는 대중이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이들의 관심사는 ‘이 거품은 언제 빠질 것인가?’이다. 이번 태영건설 파산이 방아쇠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언제 거품이 빠지는가’가 아니다. ‘왜 거품이 발생하고’ 있고, 반복되는 거품경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와 같은 고통을 다시금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