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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노동자정당이 절실하다!

noheflag 2024. 5. 1. 14:37

 

윤석열 정부 집권 2년 동안 노동자의 삶은 악화되었다. 공공요금 인상을 비롯한 물가폭등으로  실질임금은 줄어들었고, 가계부채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언론에 대한 통제, 집회시위에 대한 탄압으로 민주적 권리는 제한되었다. 윤석열 정권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게는 건폭, 노조카르텔이라고 악선동하며 탄압을 이어갔다. 많은 이들이 부동산 PF위기, 전세사기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능력한 윤석열에 분노했다. 
노동대중은 그 분노를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 힘을 참패시킴으로써 표현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의 힘(국민의 미래 포함)은 113석에서 줄어든 108석을 얻었고, 민주당(민주연합 포함)은 175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과 새로운미래까지 포함하면 범민주당계는 189석을 얻었다. 

200석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나? 


윤석열에 대한 분노가 높다는 것이 여론조사에서 확인되자 선거의 초미 관심사는 범야권이 200석을 넘길 수 있는가였다. 그동안 윤석열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노란봉투법, 김건희 특검법 등 중요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법안은 단 하나도 통과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 힘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윤석열이 원하는 법안도 통과되지 않았다. 이도 저도 되지 않는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범야권이 200석을 얻게 되면 그동안 거부권으로 폐기된 법안을 새롭게 통과시킬 수 있게 되고, 윤석열의 일방통행에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윤석열에 대한 탄핵도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범야권이 200석을 넘느냐에 쏠렸다. 특히 4월 10일 투표 종료 후 발표된 방송사 예측조사에서 범야권이 200석을 넘는다는 결과가 나오자 많은 이들이 환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기대처럼 범야권의 의석수가 200석을 넘으면 세상이 바뀔까? 그렇지 않다. 민주당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고, 윤석열의 막무가내식 정책에 제동이 걸리겠지만, 노동자들이 원하는 주요정책이 힘있게 통과되고 집행될 가능성은 낮다. 그동안 민주당이 해왔던 정책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 과반 이상의 국회 의석을 가지고 있을 때도 민주당은 노동자를 위한 법안에는 소극적이었다. 중대재해 처벌법을 누더기로 만들기도 했고, 노조법 2,3조 개정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국민의 힘과 다를 바 없는 반노동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고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개악했다. 또 다른 형태의 하청 회사인 자회사를 만들어 비정규직 제도를 고착시켰다. 윤석열에 대한 불만과 분노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200석을 적극 활용할 것은 분명하지만 노동자를 위해 그 힘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윤석열 - 노동이 빠진 선거 


국민의 힘의 참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미 2년 동안 윤석열이 해온 모습에 치를 떠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더해 채상병 수사 외압 피의자인 이종섭의 ‘호주런’, 윤석열의 대파 발언은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이용하여 윤석열 심판 프레임을 선거운동 내내 강조했다. 지역구 선거에서 반윤석열 구도로 만든다며 후보 단일화에 열을 올렸다. 조국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내세우며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반윤석열 구도에 힘을 보탰다. 어떤 정책을 두고 정당과 후보에게 투표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뒤편으로 던져졌다.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정책과 내용은 사라졌다. 윤석열을 찬성하냐 반대하냐에 따라 투표가 이뤄지도록 만들었다.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물가안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문제, 고용안정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진보정당의 몰락 


이번 선거에서 일명 진보정당은 몰락했다. 진보당은 '위성비례정당'을 비판했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깡그리 부정하면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민주연합에 동참했다. 비례대표 의석 2석을 더 확보하기 위해 민주당의 품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진보당은 민주당의 들러리를 섬으로써 민주당에게 진보라는 외피를 씌어주고 국회 의석을 떡고물로 받아 챙겼다. 그 결과 민주당은  범진보의 대표주자가 된 것처럼 자본가정당으로서의 본질을 보기좋게 희석할 수 있었다. 
진보당의 행태에 비판이 거세지자 그래도 국회 안에 진보정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합리화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시기 최대 13석까지 얻었지만 무엇이 달라졌던가? 교섭단체 구성도 하지 못했고, 국회 입법은 보수양당에게 번번이 밀려 제대로 관철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더 많은 의석 확보를 위해서라며 노동자가 아닌 시민, 지역 정치에 몰두했고, 계급성은 점점 사라져 결국 지금의 수준까지 찌그러졌다. 진보당 역시 그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회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현실에선 반대로 작동할 것이다. 이미 민주연합 비례대표 선정과정에서 ‘반미’를 외쳤다는 이유로 진보당 비례대표 후보 논란이 일자 진보당 자신이 뽑은 후보를 사퇴시키고 순번도 상관없이 지역후보를 비례후보로 올리기까지 했다. 민주당의 말 한마디에 스스로의 원칙도 손쉽게 저버리는 이런 행태는 이후 진보당이 민주당에게 끌려다닐 것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잃고 눈앞의 이득에 몰두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던지 우리는 이미 20년의 진보정당 역사에서 봐왔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지역구에선 후보 단일화를 열어뒀다가 다시 이를 번복하는 좌충우돌을 보여주었다.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2.14%를 얻으며 의석확보에 실패했다. 21대 총선에서 9.7% 득표한 것에 비해 급감했다. 그동안 정의당은 한편에서는 민주당 2중대의 모습으로 비판받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국 문제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입장을 채택하며 국민의 힘 2중대라는 비난도 받았다. 대선에서 심상정이 출마해 윤석열이 당선됐다는 민주당 세력의 악의적인 공격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이 기반하려 했던 ‘진보적 시민층’이 대대적으로 이탈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이 틈을 공략했다. 대중의 윤석열 반대 분위기를 등에 업고 선명하고 공격적인 정책으로 ‘진보적 시민층’의 지지를 가져갔다. 결국 마지막까지 안쓰러운 마음으로 정의당을 지지한 이들의 상당수는 ‘진보적 시민층’이 아니라 조직된 노동자들이었다. 하지만 조직된 노동자들조차 정의당을 신뢰하는 건 아니다. 정의당은 그동안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중심에 두지 않고, 몰계급적인 ‘시민적 권리’에 몰두해왔고, 의회주의에 매몰되면서 노동자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 국민의 힘에서 시작된 큰절 퍼포먼스가 민주당을 거쳐 정의당까지 이어졌다.



노동자 국회의원 


국민의 힘의 참패로 당장 민주당이 힘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윤석열이 당선되었듯이 민주당의 본질이 폭로되면 또다른 보수정당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이번 선거는 수십년간 반복된 모습을 다시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런 선거에서 노동자가, 노동자정당이 보여주어야 할 모습은 무엇인가?
기존의 선거제도는 노동자정당이 다수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게 만들어져 있다. 전면적 비례대표제는커녕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위성정당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을 보고 있다. 자본가정당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도 양보할 의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정당이 할 일은 선거라는 계기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절실한 정책을 알리고, 이를 반대하는 자본가 보수 양당을 폭로하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선거를 활용해야 한다. 이런 선거 방식으로 당선은 쉽지 않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렇게 당선될 때에만 명확한 정치적 내용을 가지고 의회 내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힘은 국회의석에 있지 않다. 오히려 현장과 투쟁에 있다. 박근혜 투쟁 당시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기 때문에 박근혜를 퇴진시킬 수 있었나? 그렇지 않다. 당시 문재인을 비롯한 민주당 대부분은 박근혜 퇴진에 미온적이었다. 수백만 명이 거리로 나와 퇴진을 외치자 그제서야 박근혜 퇴진 투쟁에 모습을 비췄고, 대중의 힘에 압도되자 국민의 힘(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도 박근혜 탄핵에 표를 던졌다. 200석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대중투쟁이 변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민주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들이 있었다. 노동자 국회의원은 이런 투쟁을 만들기 위해 지원하고 앞장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진보정당은 국회에서의 의석에 목을 매 왔다. 투쟁을 지원하기보다는 투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해왔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진보정당의 모습이다. 

▲ 200석이 아니라 노동자 투쟁이 박근혜 탄핵의 원동력이었다.

제대로 된 노동자정당이 절실하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정당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다. 국민의 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과 같이 실제로는 자본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노동자를 위하는 것마냥 포장하는 자본가정당에 맞서 노동자의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당을 원한다. 노조법 2,3조 개정, 파견법,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제도 폐지, 최저임금 대폭인상, 물가인상에 따라 임금을 올리는 물가연동 임금제 등 노동자들의 절실한 요구를 앞장서서 요구하는 정당을 기대한다. 차별과 경쟁이 아닌 평등에 기반한 사회, 활황과 불황을 널뛰는 무정부적인 경제제도가 아니라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경제체제, 압도적 다수인 노동자가 억압받고 탄압받지 않고, 사회의 주인으로서 민주적인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는 혁명적 변화를 만드려는 노동자정당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