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조선업 호황, 어디로 가고 있나?

noheflag 2024. 6. 7. 11:02

조선업 호황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대형조선사들은 올해 1분기

모두 흑자를 달성했고 이후에는 흑자폭이 더

커질 전망이다. 신조선가가 연일 상승하며 역사상 가장 높았던 2008년 수준(191.6)에 근접하고 있어 당분간 높은 이윤은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조선업 슈퍼싸이클이 도래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수주량이 늘어나고 선박 가격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처지도 좋아지고 있으리란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위 전문가들과 조선사들은 ‘실적은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도 이윤이 높은 선박들이 매출로 잡히는 초기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핑계로 저임금 정책을 버리지 않고 있다. 조선업 호황은 정말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불행으로 다가올 것인가?
 

조선업 호황의 배경 

① 코로나 팬데믹으로 역대급 이윤을 벌어들인 해운사들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던 시기 적자에 신음하던 해운사들은 막대한 수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해운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치킨게임과 이로 인한 선박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 해운사들은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며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자 해운사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호재를 누리게 된다.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항만이 폐쇄되어 컨테이너 처리율이 급감하고, 길어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비재 수요가 급증하자 컨테이너선 적체는 더욱 심화됐다. 자연스럽게 하역을 기다리며 항만에 무기한 대기하는 선박들만 늘어나고 새로운 화물을 실을 선박은 부족해지면서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었다(40피트 컨테이너 단기 운임은 평균 2000달러 미만이었지만 코로나 시기 9699달러까지 치솟았다).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해운사들(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 해운사 20개 중 절반이 도산하고 대형사들의 시장 장악력은 85%를 넘어섰다)은 이 달콤한 과실을 독점하게 됐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해운사들은 역대 최대 이윤을 벌어들였는데, 그 규모가 이전 60년간 벌어들인 이윤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을 정도라고 한다. 

좌: 주요 선종별 운임지수 추이 우: 주요 10개 컨테이너 선사 분기별 영업이익율 추이 출처: 신해양강국, 한국 해운업의 미래를 말하다, 삼일PwC경영연구원, 2023.02.


해운사들이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면서 그동안 눈치만 보고 있었던 IMO 환경규제 이행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 국제해사기구인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산하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2018년 MEPC 72차 회의에서 선박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Initial IMO Strategy)’을 채택하면서 본격적인 환경규제가 시작된다. 질소화합물(NOx)과 황산화물(Sox) 배출을 규제하고 선박평형수 관리가 엄격해졌다. 또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2008년 대비 2050년까지 50% 감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의 친환경설비 개조와 신조 발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일부 친환경선박 발주가 증가하기는 했으나 2019년에는 오히려 신조선 발주가 줄어드는 등 조선업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적자에 허덕이던 해운사들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신조발주나 개조 대신 저속운항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막대한 이윤을 남긴 해운사들이 대량 신조발주를 시작하면서 반전된다.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막대한 이윤을 낸 해운사들의 경우 엄청난 고가의 친환경선박을 발주하기 시작했다. 

▲ 출처 : <2024년 산업전망>, KDB산업은행


② IMO 환경규제 강화 

▲ 출처: 2023 탈탄소화 국제해사 동향 합본집 중 「2023 IMO 온실가스 전략의 주요 내용과 함의」, 한국해사협력센터

 

2023년 7월 IMO MEPC 80차 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 계획(「2023 IMO Strategy for the Reduction of Green House Gases from Ships」)은 더 강화된다. 2018년 채택된 목표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50% 감축이었는데 이 회의에서 100% 감축으로 상향됐다. 
물론 아직까지는 구속력이 없는 목표일뿐이지만 환경규제 강화는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IM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30% 감축을 목표로 하는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에너지 효율 설계 지수, 신조선에 적용)를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고, 1999년부터 2009년까지 건조된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강화하는 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 기존 선박 에너지 효율지수)를 2023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또한 1년간의 운항 정보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 탄소집약도 지수)가 시행되는데 2024년부터 선박들은 등급을 부여받게 된다. CII E등급과 3년 연속 D등급을 받은 선박은 사실상 운항이 금지되는 강력한 규제다. 
“2023년 UNCTA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선박의 2/3 이상이 CII 등급 A~C등급을 받아 IMO의 규정에 부합했다. 그러나 IMO의 규제 시한인 2026년에 이르면 이 비율은 49%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탄소집약도를 저감 시킬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그리스 해상운송의 현주소와 IMO 규제 강화 영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4.02.08) 이는 2026년부터 전 세계 절반가량의 선박이 사실상 운항할 수 없게 된다는 뜻으로 선박건조기간(약 2~3년)을 고려하면 하루라도 빨리 발주를 해야 해운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엄청난 이윤을 벌어들인 대형해운사들은 2021년부터 친환경·고효율 선박 발주를 서둘렀다. 결국 2023년 보다 강화된 환경규제는 이들에게 후발주자의 시장진입 장벽을 높이고 경쟁자들을 따돌릴 기회가 되었다.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그리스선주협회의 적극적인 IMO 환경규제 동참 선언이다. EU 최대 선박 보유국인 그리스 선주협회(2022년 당시에는 세계 1위 선박보유국이었으나 2024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 선박보유국이다.)는 2023년 2월 IMO CII 규제가 불공정하다며 보완을 요구(출처 : IMO 소식 & 국제해사동향 제23-7호, 해양수산부, 2023.02.22.)했으나, 그해 12월 10일 두바이 미래 박물관에서 ICS(국제해운회의소)가 주최한 <해운의 미래: 탄소 배출 제로 만들기> 회담에서 그리스선주협회 멜리나 트라블로스(Mellina Trobolos) 회장은 “정부, 규제기관, 이해당사자 간의 통합된 접근이 중요하며, 모든 국가가 IMO의 야심 찬 계획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라고 언급했다(출처: 그리스 해상운송의 현주소와 IMO 규제 강화 영향, KOTRA 해외시장뉴스, 2024.02.08). 

③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LNG운반선의 수요 증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EU는 러시아에 경제제제를 가했다. 이에 러시아는 EU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던 파이프라인을 잠그며 에너지를 무기화했다. EU는 천연가스 수입 다변화에 박차를 가했고 러시아로부터 공급받던 PNG(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 의존도를 확연히 낮출 수 있었다. EU의 러시아 PNG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이를 대체할 LNG 수입(제재대상이 아닌 러시아산 LNG 수입도 증가한다)이 급증하게 된다. 2019년 이후 2020년 52척, 2021년 74척으로 증가하고 있던 LNG운반선은 2022년 179척이나 발주된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20년간 연평균 35척이 발주된 것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발주량이다. 


앞으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산업용 에너지 전환에 따라 LNG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2024년 LNG 전망 보고서, 쉘, 2024.02.15.). 따라서 LNG운반선의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18일 발표된 교보증권의 보고서에 따르면 “클락슨 기준 FEED(기본설계) 단계(가동예상시기 27~30년)인 프로젝트에서 발생되는 LNG 수출 Capa는 2.65억톤이며 여기서 필요한 선박의 척수는 411척, 제안 중인 프로젝트(25~34년)에서 발생되는 LNG 수출 Capa는 3.15억톤, 필요선박은 411척”이라고 한다. 심지어 GTT사(프랑스의 멤브레인 LNG 화물창 원천기술 보유 회사)는 “향후 10년간 LNG선 수요 전망을 400~450척에서 450척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한다.  

중국의 맹렬한 추격


조선업의 장기호황 또는 슈퍼사이클 진입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3국이 치열하게 경쟁하던 조선업은 일본의 조선업 철수 및 축소로 한국과 중국의 2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한국을 제치고 규모에 있어서는 세계1위 국가가 되었다. 심지어 조선업을 축소하고 있는 일본의 중형선박 시장을 잠식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LNG운반선을 비롯한 초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점유율은 한국이 중국보다 앞서있다. 한국은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의 약 90% 정도(2018년 97.6%, 2019년 91.9%, 2020년 85.2%, 2021년 92.2%, 2022년 70% 2023년 80%, 2024년 1분기 93%)를 수주할 정도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은 상당히 빠르다. 선박 전체 수주 점유율은 이미 한국을 넘어섰고 LNG운반선,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그동안 한국이 독식하다시피 했던 선종도 수주가 증가하고 있다. 수주잔량 기준으로 상위 10대 조선 그룹 중 1위는 중국의 국영기업인 CSSC다. 한국의 조선사들이 2에서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5위, 6위, 8위, 9위가 모두 중국기업으로 전체 수주잔량으로는 한국을 앞서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 세계 선박 수주의 절반 이상(2023년 중국 59.3%, 한국 22.6%, 일본 12.7%)을 차지할 정도고 이런 흐름은 다시 역전될 가능성이 없다. 중국이 아직까지는 벌크선, 탱커선, 컨테이너선(이 선종도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수주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의 주력선종인 LNG운반선을 비롯한 가스운반선의 비중도 차츰 늘리고 있는 중이다. 

▲ 출처 :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수석연구원, 2024.05.


중국과의 기술격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4월 30일 발표한 <중국에 뒤쳐진 조선업 가치사슬 종합경쟁력과 새로운 한국형 해양전략 방향>을 보면 가치사슬 기반 조선산업 경쟁력 평가 종합 점수에서 중국이 한국을 앞섰다. 5개 분야(R&D·설계, 조달, 생산, AM·서비스, 수요) 평가에서 한국이 앞서는 부문은 R&D·설계와 조달 2개 부문에 불과하다. 중국은 2021년 평가에서는 3위였는데 불과 2년 만에 1위로 올라섰다.

▲ 좌 : 2023년 평가 결과, 우 : 2021년 평가결과, 출처: 조선산업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 재구성, 산업연구원



조선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


한국 정부는 조선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는 모양새다. 생산인력이 부족하다는 조선업 자본가들의 아우성에 작년 한 해 동안만 조선5개사(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의 이주노동자 규모를 16300명 이상 늘렸다. 이렇게 고용된 이주노동자들은 비자에 상관없이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 노동력으로 조선사들은 인건비 증가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5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조선협회와 함께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미래 초격차 확보를 위해 9조원을 투자’한다는 이 협약의 주요 내용은 조선산업 초격차 연구개발(R&D) 로드맵 수립, 2030년 액화수소 운반선 개발, 자율운항선박 국제표준 주도, 용접, 가공, 도장 등 생산시스템 고도화, 지속가능한 인력 수급 노력 등이다. 

▲ 출처 : 「K-조선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공동대응 협약문」 중, 산업통상자원부, 2024.03.05.


그러나 이 협약의 내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나왔던 내용들의 재탕에 불과하다. 기술력 확보, 스마트야드 구축 등은 각 조선사별로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었고,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지원책으로 나왔던 내용들이다. 정부 지원에 대한 조선업 자본가들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정부차원의 기술지원과 개발, 인프라 구축 등도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생산인력 확보다. 정부가 매년 2천명의 전문·현장인력을 양성하겠다고 하는데 실제 생산인력의 대부분은 이주노동자로 채우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가 양성한다는 내국인 인력은 전문인력을 포함해 2천명이다. 즉, 생산인력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고 조선사들이 채용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대신 조선 3사가 ‘해외 우수 생산인력을 선제적으로 발굴, 양성’할 수 있도록 ‘해외 조선인력 협력센터’를 운영한다고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조선산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한국 조선업 자본가들의 움직임


한국 조선업 자본가들은 무슨 계획을 추진하고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조선사들은 생산능력을 크게 확대할 생각이 없다. 조선업 호황으로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필요한 생산인력은 저임금 이주노동자로 대체해 언제든 물량감소로 인한 인력 감축을 대비하고 있다. 정규직도 예외는 아니어서 생산직 신규채용은 거의 없고 대신 이주노동자를 직고용하고 있다. 
고용유연성이 극대화된 생산인력으로의 재편은 조선업 자본가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짐작하게 한다. 앞서 살펴봤듯이 IMO의 환경규제는 강화될 것이고 선박연료는 무탄소 에너지로 바뀌게 된다.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데 누가 먼저 이 시장을 선점하느냐에 따라 조선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 벌써부터 전기베터리,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무탄소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소형 원자로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 이제는 블록을 생산해 조립하는 생산위주의 조선업이 아니라 무탄소, 자율운항 선박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선박엔진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2023년 7월 선박용 엔진을 생산하는 STX중공업을 인수했다. 한화오션도 2024년 2월 HDS엔진을 인수했다. 이 두 회사 모두 무탄소 추진 선박 개발을 위해서 인수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선박엔진 부문이 조선업에서 중요해질수록 블록 생산 및 조립은 더 외주화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부족한 생산능력과 인력으로 인해 블록 외주화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중국 조선소로부터 일부 블록을 공급받고 있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물론 현대중공업도 중국 조선소에서의 블록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조선사들은 또 다른 시장도 개척하고 있다. 바로 미국의 방산수요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국 해군성 장관이 한화오션과 현대중공업을 시찰하고 갔다. 미국은 군함과 잠수함 등의 건조와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조선소들은 건조능력과 숙련인력의 고질적인 부족으로 신규건조는 물론 보수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더구나 지속적인 경제와 군사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엄청난 생산능력으로 미국보다 많은 함대를 보유(현재 중국은 약 370척의 전함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280척을 보유하고 있다)하게 되면서 함대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한국 조선사들이 미국의 직접적인 수주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1920년 제정된 존스법(Jones Act, 연안무역법)에 따라 미국 내에서 건조되거나, 미국 내에서 상당 부분 개조된 선박에 대해서만 미국 내 해상운송을 허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MRO(유지·보수·정비)는 존스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현재 국제적인 갈등관계에서는 이 시장을 중국에게 빼앗길 위험은 없기 때문에 MRO사업에 진출할 수만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함정의 MRO사업에 적극적이다. 현대중공업은 4월 24일 미국 필리조선소와 미국 정부에서 발주하는 함정과 관공선에 관한 MRO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은 호주의 해양 방산기업인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오스탈은 호주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조선소를 두고 있어 미국 해군의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MRO사업으로 미국 방산부문에 진출하고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해 함정건조까지 하겠다는 계획이다. 

호황의 과실을 독식하려는 조선업 자본가들


조선업 호황국면이 뚜렷해지고 있어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조선사들의 이윤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조선사들은 생산능력을 일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고 해외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노동력은 이주노동자로 채우면서 인건비를 절감하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아직은 부족해 인건비 절감 효과가 미미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올라갈수록 숙련노동자의 공백을 메꾸던 내국인 물량팀과 아웃소싱 노동자들은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숙련노동자가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높은 인건비를 지불하면서 현장에 투입했던 이들이 더 이상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자본가의 입장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사업장 이동의 자유마저 박탈당한 이주노동자들이 있는데 굳이 높은 인건비를 줘가며 내국인(정주노동자)을 활용할 필요가 있겠는가! 더불어 인건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던 생산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면 회사가 아무리 많은 이윤을 벌어들인다해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 상승 속도는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조선업 호황이 노동자들의 임금을 자연스럽게 높여주지 않는다. 필요인력을 최소화하고 선박 수주가 증가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면 생산을 외주화(해외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혹시라도 중국의 추격이 예상외로 빨라 한국 조선사들의 수주점유율이 줄어든다면 필요한 만큼 이주노동자와 물량팀/아웃소싱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면 된다. 
조선업 자본가들은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일 것이다. 당연히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조선업 불황을 빌미로 임금은 물론 일자리까지 빼앗아갔던 자본가들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선업 현장에서 복잡한 다단계하청으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