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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해고자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noheflag 2020. 4. 14. 07:00

사측의 위선

현대중공업의 임금교섭이 여전히 교착상태다. 이번에도 해를 넘긴 교섭은 벌써 1분기가 지났음에도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이러한 교착상태에서 현대중공업 사측은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사측은 “이제는 마무리 할 때”라며 연일 찌라시를 뿌려댔다. 이제는 현안과 임금을 분리해 임금만 마무리하자고 뻔히 보이는 수를 던지고 있다. 3월 13일엔 선심 쓰듯 노조가 동의만 해주면 성과금을 선 지급하겠다고도 했다. 조합원들의 관심을 돈으로 돌리고 해고자나 징계 문제에 대해서는 ‘걸림돌’로 여기도록 만드는 전형적인 노노분열책이다.
이렇게 사측은 임협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은데 노동조합이 생떼를 쓰고 있어 안 되는 것이라는 포석을 계속 깔고 있다.

상시적 불법‧폭력행위 저지르는 사측의 실체

이번 교섭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해고자문제다. 작년 파업투쟁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폭력 행위자를 사규에 따라 정당하게 해고한 것이니 교섭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자, 그럼 현대중공업 사측에게 거울을 비춰보자.
2014년 10월 정병모집행부가 당선되자마자 조합원 성향분석과 선거개입 증거가 담긴 문서를 폭로했다. 노조선거일정과 투표장소, 사측 담당자 이름까지 명시된 명백한 부당노동행위 증거였다. 하지만 사측은 무관하다고 발뺌했다. 

2014년 10월 20일 폭로된 자료 "투표참여 일일면담 점검표"


2016년 3월 해양사업부 운영과장을 지냈던 전 노무관리자의 폭로가 있었다. 그는 조합원 성향을 'R(강성)·Y(중립)·W(친회사)'으로 분류하고 각종 취미서클, 모임을 이용해 치밀하게 관리해왔으며 노조선거개입, 하청노조 가입 방해 등을 해왔다고 고백했다. 

 

노무관리를 했던 전 현대중공업 해양도장부 운영과장이 공개한 수첩


2018년 11월 이번에는 KBS뉴스를 통해 부당노동행위가 폭로됐다. 앞서 폭로된 내용을 증명이라도 하듯 조합원 성향분석과 선거개입, 각종 서클과 모임을 이용한 회유 등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파장이 컸던지 노동부 울산지청은 현대중공업을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정문을 들어가려는 근로감독관 20여명을 막아서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노동부 울산지청 근로감독관들을 막아선 현대중공업 경비


부당노동행위뿐만이 아니다. 2018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법위반을 조사하겠다며 현대중공업 현장조사를 나왔었다. 당시 273개의 하드와 101대의 PC가 교체되어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공정위 조사관에 의해 PC 등을 은닉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된 CCTV 영상과 사전에 자료의 은닉, 폐기를 공모하는 메신저 대화가 발각됐다.
언론에 폭로된 굵직한 사건만 이 정도다. ‘상식’의 잣대를 댄다면 현대중공업 사측 임원들은 해고는 물론 감옥에 갔어도 몇 번은 갔어야 한다. 하지만 자본가에게 관대한 법과 원칙이 현대중공업 사측을 많이 봐주고 있어 조사도 안 받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가벼운 벌금형이 고작이다.

 

컴퓨터와 하드 등 증거물들을 은폐 및 폐기하기 위해 옮기는 장면이 찍힌 CCTV


해고자문제 볼모 삼는 것은 사측

현대중공업은 이미 해고자를 청산했던 치욕스런 역사가 있다. 2002년 최윤석집행부에 의해 자행됐던 해고자 청산은 민주노조의 청산을 의미했다.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이 해고자 문제를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업 중에 발생하는 노사간의 대립은 평화적일 수 없다. ‘비폭력’을 외친다고, ‘합법적 파업’을 하고자 해도 이 사회에서 노동자의 파업은 대부분 ‘불법’의 낙인이 찍힐 수밖에 없다. 간혹 사측도 법적 책임을 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면죄부를 받거나 하나마나한 약한 처벌을 받을 뿐이다.
“왜 폭력을 행사했는가?”, “왜 빌미를 줬는가?”라는 아쉬움은 파업이 평화적이고 상식이 통하는 수준에서 가능하다는 희망에서 비롯된다. 1989년 현대중공업 식칼테러는 조합원들이 폭력적으로 파업을 해서 벌어진 일인가? 아니다. 오히려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적인 행진을 하던 도중 벌어진 일이다. 사측에게 노동자가 생각하는 상식이 통할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저들은 철저한 힘의 논리로 무장되어 있다. 현대중공업의 법인분할, 정기선 승계작업, 고배당정책 등 어느 것 하나 ‘상식’적인 일이 있는가.
해고자는 임금교섭의 걸림돌이 아니다. 오히려 이를 빌미로 삼는 사측이 걸림돌일 뿐이다. 즉, 노동자의 집단적 힘이 사측의 힘을 누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