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지급 ━ 급한 불 끄기에 나선 지배자들
‘코로나19’로 세계 자본주의 경제가, 중국ㆍ미국ㆍ유럽 등 자본주의 경제의 주요 핵심 국가들의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 기업들이 생산을 멈추거나, 경제가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봉책 : ‘쌀바가지 공산주의’
생산 축소와 실업자의 급증으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미국ㆍ홍콩ㆍ호주ㆍ대만 등지에서는 국민들에게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키로 했다. 일본도 현금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정부도 1인당 10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서 지급지준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공호흡기를 부착해서라도, 때를 놓쳐 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마비상태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 봐야 한다는 다급함이 반영돼 있다. 이것 저것 다 재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정부는 비록 일시적이지만, 그래서 미봉책에 그칠 것을 잘 알지만, 그동안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며 금기시했던 ‘현금지급’이라는 ‘공산주의적 방책’에 의지하려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빨갱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자본주의의 수호자들을 빨갱이로 둔갑시켜 놓은 것은 아닐텐데도 말이다.
그러나 공짜로 현금을 나눠주는 빈곤타개책이 진짜 ‘공산주의적 방책’인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흉년이면 구휼미를 나눠주던 ‘쌀바가지 공산주의’는 있었다. 조선시대보다 생산능력이 수십만ㆍ수백만 배는 더 발전한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난의 상징인 ‘쌀바가지 공산주의’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얼토당토 않다. 비록 바이러스의 위협 때문에 경제의 일부에서 생산이 막히고 축소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해서 잠시 일손을 놓게 된 노동자들이 생존을 이어갈 쌀(재화)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경제를 침몰시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쌀이 생산되고 분배되는 방식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각국 정부는 사회적 불안을 최소화해 위기가 파멸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ㆍ민중들의 불만이 반체제로 향할 수 있는 급진적인 대중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요량으로 현금지급이라는 대증요법에 긴급하게 나서고 있다. 우선 위기를 진정시켜 놓고 보자는 것이다. ‘코로나19’처럼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에는 우선 증상을 완화시키려는 대증요법만이 유일한 처방이 된다. 정부와 자본가 지배계급은 꼭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식으로 급격한 경제위기에 대증요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대증요법은 치료제가 아니라서 잠시 고통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바이러스라면 치료제가 개발될 때까지 기다릴 수라도 있다. 그러나 치료제가 없어 고통스럽게 죽어가야 하는 병도 있다. 자본주의 경제라는 질병이 그렇다.
바가지쌀을 나눠주는 정부의 방책은 대중의 불만을 누그러뜨려 잠시 위기를 지연시킬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대증요법이 소비를 진작시켜 경제를 다시 소생시킬 방책이 되지 못할 것은 빤한 이치다. 이것은 대중의 구호물품, 곧 라면박스가 현금으로 대체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라면박스를 사서 지급하는 것이나, 돈을 쥐어주면서 라면이라도 사서 끼니를 이으라고 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전체 생산이 늘어 고용이 확대되지 않는 한 일시적인 구호물품인 라면박스가 경제를 살리는 방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지 않는가! 운 좋게도 빠른 시일내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코로나19가 퇴치된다면 생산이 재개되고 실업자들이 다시 고용되어 자본주의 경제가 용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지금까지도 자본주의 경제가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위기의 원인이 훨씬 뿌리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바이러스는 그 위기를 좀더 급격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경제 위기의 진짜 치료법
지금과 같이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때문에 잠시 공장문을 닫아야 한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인류는 바이러스가 침범해서 부분적으로 생산을 멈춘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를 퇴치할 때까지 충분히 견딜만한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존에 필수적인 수단들, 음식ㆍ의복ㆍ주거시설은 부족하지 않다. 그것이 부족해서 잠시 일손을 놓은 노동자가 생존을 위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그것들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세상에 그것이 충분한데 그것을 생산한 이들에게는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서 굶주리고 있다. 이것이 진짜 문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생산자들에게 생산물을 처분할 권한이 없다. 그것의 처분권은 공장의 주인들, 곧 자본가들에게 있다. 이것이 생존에 필요한 재화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제때에 공급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 있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문제는 공장 등 생산수단이 누구의 소유여야 하는가에 있다. 자본가들 개인들에게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생산자들 모두에게 있어야 하는가? 공장조차도 노동자들 공동의 노동생산물인 바에는 그것을 공공의 소유로 바꾸는 것이 정당하지 않는가!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