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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종차별 반대 시위, 찾아온 평화 그러나 지속되는 전쟁

noheflag 2020. 6. 13. 12:35
지난달 25일 미국의 미네소타주 미니에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를 받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죽였다. 강압적 체포 영상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흑인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됐고, 경찰서와 경찰차가 화염병 공격으로 불타는 등 시위는 매우 과격해졌다. 
지난 주말(6일)에는 워싱턴 DC에 수만명이 운집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최대규모의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벌어졌다. 그러나 과격양상의 시위는 평화적으로 바뀌었다. 

▲ 6월 6일(토) 워싱턴 백악관 앞에 운집한 시위대

 

대립하는 두 세력, 그러나 공조하는 두 세력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안티파(극좌파)’라고 하면서 연방군을 투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무력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꺾어놓겠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로 시위대를 ‘무정부주의자극좌파’로 규정함으로써 트럼프는 인종주의를 내세워 보수적인 공화당지지파들을 규합하고 중간층들을 끌어들여 11월에 있을 대선에 대응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민주당의 방식은 달랐을까? 민주당의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과 민주당 출신의 전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 등은 트럼프의 강경책이 시위대를 자극하고 오히려 시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지지했다. 그러나 폭력시위를 격렬하게 비난하면서 ‘평화’를 주문했다. 오바마는 “투표로 실제 사회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선에서 조 바이든을 지지할 것을 주문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들 두 세력은 때로 방식상이 차이를 두고 대립한다. 그러나 트럼프(공화당)의 강경책과 바이든(민주당)의 유화책은 모두 미국 지배자들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잠재우겠다는 시도의 양측면일 뿐이다. ‘무력으로 위협하느냐, 위로(지지)와 선거로 달래느냐’ 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격하게 대립하는 이런 방식상의 차이는 미국 지배자들이 구사하는 ‘채찍과 당근’의 술책이 두 정치 세력에 각기 반영되어 나타난 결과다.  
때때로 시위의 양상에 따라 공화당 내에서도 민주당 내에서도 강경책이냐 유화책이냐를 두고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트럼프 진영의 전현직 국방장관이 트럼프의 연방군 투입을 비판하고 나선 것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주에서 주방위군을 시위대에 파견하는 것은 지배자들의 당근과 채찍의 술책들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등장해 때로 갈등하고 때로 협력하는 방식으로 구사되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그것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술책들을 넘어 전진하며, 그들이 분열해 자중지란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결국 양측 모두, 심지어는 흑인으로서 대통령을 지낸 오바마조차도 진정으로 인종차별을 해결할 생각이 없다. 8년 재임기간동안 오바마는 인종차별을 해결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피착취자들의 저항에 맞서는 전선에서는 공조한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맞서서도 그들은 완전히 공조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가 트럼프의 의도대로 군대의 위협에 짓눌리든, 오바마의 의도대로 선거전으로 빨려들든 체제에 위협적인 시위를 잠재우는 것이 그들이 목적이다.


인종차별의 경제적 토대, 그리고 지속되는 전쟁

왜냐하면 미국에서 특히 흑인노동력과 이주민노동력은 백인이든 흑인이든 그밖의 유색인이든 피부색에 상관없이 미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놓는 실업자군(산업예비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산업예비군으로서 흑인들은 미국 자본가들의 이윤축적을 위해서 더 가혹한 노동조건과 굶주림을 감내해야 했다. 낮은 교육수준, 열악한 주거환경, 의료혜택의 기회박탈, 범죄와 감옥행 등은 그 결과였다. 해방된 노예는 여전히 인종차별의 낙인을 지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종차별 반대시위가 대단히 격렬해지고 확대되는 근본적인 이유다. 
미국의 자본가들은 이윤축적을 위해 여전히 그 차별의 낙인을 필요로 하고 있다. 트럼프도 조 바이든도 이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인종차별을 해결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공격적인 양상은 훨씬 줄었지만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오바마의 바람처럼 선거국면으로 빨려들면서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평화는 흑인들과 이주민들의 인종차별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평화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미국의 노동자들이 더욱 열악해진 경제환경에서 더 낮은 임금과 대량실업에 떠밀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백인노동자들조차도 말이다. 

인종차별을 완전히 철폐하는 단 하나의 길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죽은 흑인들이 많다. 그 죽음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저항이 여러 차례 거세게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인들 일부에서의 일시적인 의식변화를 나은 거센 운동들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지는 못했다. 인종차별의 근원이 계급의 지배와 착취체제에 있는 한 그 운동이 성공하려면 자본가지배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 운동은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들의 단결과 저항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더욱 열악해져 가고 있고, 코로나19로 경제는 더욱 급격히 경색되고 있다. 이런 경제적 파산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본가들과 정부는 노동자들을 더욱 가혹하게 쥐어짜려고 한다. 자본가들의 공격에 맞서 모든 노동자들이 피부색를 뛰어넘어 단결하는 것, 이것이 곧 인종차별 철폐의 길이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을 철폐하는 운동이 승리하는 전망은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해 자본가지배체제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 때에만 만들어 질 수 있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