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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기계 서진이엔지 노동자들이 폐업에 맞서 결사항전을 시작하다

noheflag 2020. 8. 12. 16:28

▲ 7월 30일 서진이엔지노동자들이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위장폐업에 맞선 투쟁을 결의하며 손도장을 찍고 농성천막을 설치했다.

또다시 폐업인가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이하 현중사내하청지회)에서 유일하게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던 서진이엔지가 지난 7월 24일 폐업을 공고했다. 서진이엔지 대표는 수차례 ‘폐업을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고 했던 터라 폐업은 갑작스런 일이었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2014년, 2016년 집단 단체교섭을 시도하면서 많은 조합원을 잃은 경험이 있다. 몇 차례의 협상이 공전되다 업체가 위장폐업하면서 모든 시도가 물거품이 되곤 했다. 게다가 빅3에까지 미친 조선업 구조조정의 여파로 당시 많은 조합원들이 조선소를 떠나야 했던 아픔이 있다.
4년이 지나고 현대건설기계에서 다시 시작된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은 그만큼 절박하고 소중한 시도였다. 그렇기에 또다시 꺼내든 현대중공업자본의 업체폐업에 맞서 서진이엔지노동자(이하 서진노동자)들은 주저 없이 투쟁의 길을 가고 있다.

어떻게 조직됐나

서진이엔지는 현대건설기계의 하청업체다. 굴삭기, 휠로더 등 건설장비를 생산하는 현대건설기계는 2017년 2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할되었다. 비록 회사는 분할되었지만 현대건설기계지단(이하 건기지단, 현대자동차의 사업부위원회와 같은 체계로 하나의 지회나 마찬가지다)은 현대중공업지부 소속이다. 2018년 7월 현대중공업지부가 1사1조직으로 시행규칙을 변경하였고, 현중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지부로 편입됐다. 
서진노동자들은 건기지단의 정규직활동가들이 처음 조직했다. 2017년 첫 시도가 있었으나 잘 안되었고, 2019년 6월 현중사내하청지회에 집단가입했다. 현대건설기계에는 사내하청업체가 서진이엔지(용접) 외에 인우테크(물류)와 현주기업(도장)도 있으나 이 업체 노동자들은 조직되지 못했다. 
유일하게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서진노동자들은 집단가입 이후 노조파괴 시도에 시달려야 했다. 소장이란 작자가 개별조합원을 회유해 노동조합을 탈퇴하게 만들고 ‘노조탈퇴 축하주’를 마셨다 적발된 일화는 유명하다. 
서진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뭉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류상에만 있던 노사협의회가 열리고 당연한 줄 알았던 무급휴업을 없앴다. 이전에 체불된 휴업수당도 노동부 고발로 모두 받아냈다.

 
서진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서진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한 후 2019년 9월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했다. 2003년 첫 발을 뗀 현중사내하청지회 역사상 한 업체의 다수가 조직되고 그 힘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하청업체사장은 한낱 바지사장에 불과하다. 원청인 현대건설기계와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현대중공업은 하청노동자들이 안정적인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서진이엔지 석진갑대표는 수차례의 교섭에 불성실하게 임했고, 결국 올해 2월 쟁의조정 중지가 결정됐다. 
파업권을 확보한 서진노동자들은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파업전술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건설장비 경기에도 영향을 미쳐 물량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물량감소에 따라 독자파업 전술을 사용하지 못했지만 서진노동자들은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의 조합원으로서 의무를 다했다. 현중지부의 지침에 따라 정규직과 똑같이 파업을 수행했고 하청지회 독자대오의 가장 큰 주축이 됐다. 파업집회 때마다 현중지부 정규직조합원들은 서진노동자들의 대오에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 7월 9일 현대중공업지부 전조합원 4시간 파업집회에 참여한 서진노동자들



왜 위장폐업인가

 

▲ 서진노동자들은 7월 초부터 의도적인 물량 빼돌리기를 폭로하고 원청이 책임질 것을 요구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서진이엔지의 폐업을 ‘위장폐업’으로 규정한다. 하청노동자의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업체를 의도적으로 폐업시키는 현중자본의 개입이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물량이 있는데도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 6월 서진이엔지는 물량이 줄고 있는데도 7월 물량을 정규직과 사외업체로 넘겼다. 서진노동자들은 일이 없어 손을 놓고 있는데 옆자리의 정규직과 사외업체는 주야로 일하고 특근까지 해도 물량을 쳐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물량 빼돌리기에 대해 현중사내하청지회와 서진노동자들이 출퇴투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자 현대건설기계 원청은 8월부터는 하루 8시간, 100% 인원이 일할 수 있는 물량을 돌려놓겠다고 했었다. 심지어 물량을 주는 대신 결품이 나서는 안 된다는 은근한 물량협박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폐업을 공고했다. 
둘째, 현대건설기계 사내하청업체 중 유일하게 서진이엔지만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6월에 휴업에 예견되자 두 업체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했지만 서진이엔지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지원금신청을 거부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업을 할 수 없어서 폐업을 한다고 한다.
셋째, 서진이엔지 석진갑대표는 그동안 진행되었던 교섭이나 노사협의회에서 폐업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정했었다. 심지어 자신이 언제 폐업에 대해 말했냐고 정색하기도 했다. 그동안 부정해왔던 폐업을, 그것도 노사협의회가 진행되던 중 미리 써온 글을 읽으면서 공표했다. 
일개 하청업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폐업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기계 원청은 전혀 개입한 바가 없다며 부정하지만 단체협약 체결이 이유 없이 지연되고, 물량이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원청의 개입이 없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래서 서진이엔지의 폐업에는 원청이 개입되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젠 비정규직 투쟁이 다를 수 있을까

 

▲ 현대건설기계 본관문 출투. 여름휴가 중임에도 현대중공업지부 동지들이 서진노동자들과 항상 함께하고 있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은 항상 힘들었다. 회사, 경찰, 검찰, 법원 모두가 비정규직 투쟁을 힘들게 했지만 사실 정규직노동조합의 방해, 위기전가 더 나아가 탄압이 가장 힘들게 했다. 7개월간 안 해본 투쟁이 없을 정도로 싸워 결국 승리한 톨게이트노동자들은 도로공사정규직노조(한국노총)의 노골적인 적대행위에 맞닥트려야 했다. 한국GM 군산공장 비정규직노동자들은 고용방패막이가 되어 가장 먼저 해고되는 수모를 겪었고, 부평과 창원의 비정규직노동자들도 마찬가지 처지로 내몰렸다. 기아차정규직노조는 1사1노조를 깨고 비정규직을 기아차지부에서 내쫓았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 박일수열사투쟁을 정규직노조가 앞장서 짓밟고 금속노조에서 제명됐던 치욕스런 역사가 있다. 
서진노동자들의 투쟁은 지금까지 비정규직 투쟁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이점은 현대중공업지부도 잘 알고 있다. 서진노동자의 투쟁을 하청지회만의 투쟁이 아닌 현대중공업지부의 투쟁이라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 현중사내하청지회는 이미 현대중공업지부 소속이고, 서진노동자들의 투쟁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규직노동자들의 엄호와 투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진노동자들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현대중공업 정문에 친 농성천막에 현대중공업지부동지들이 연일 함께하고 있다. 8월 24일 서진이엔지의 폐업을 앞두고 현대중공업지부의 투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진정한 원하청노동자의 공동투쟁이 실행된다면 현대중공업에서 비정규직 투쟁의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 질 것이다.

 

윤용진

 

현중지부 사내하청지회 안종걸조직부장(서진이엔지)의 12일 출투 투쟁발언을 그대로 싣는다.
서진노동자들은 11일 현대건설기계 본관 앞에 천막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경비대와 관리자들로 구성된 수백명의 구사대들이 천막을 부셔버렸다. 이에 서진노동자들은 그 자리에 앉아 철야노숙농성에 돌입했다.  


2년 전인 2018년 5월 현대 건설기계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대량해고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하청 노동자들은 대항할 생각조차, 맞서 싸워야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타 업체 동료들이 쫓겨 나가는 것만 지켜보았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 우린 2년 전 힘없는 하청노동자가 아닙니다. 원청이 살리고 싶으면 살고, 죽이고 싶으면 죽는 그런 노동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원청은 어제 파업집회에서 우리 서진노동자의 결의 보고 듣고 느꼈을 것입니다. 서진조합원들은 단순히 힘없는 하청노동자가 아니라 경고 했습니다.

서진 노동자들은 파업집회 후 철야농성을 지속하며 다시 한 번 다짐 했습니다. “이길 때까지 승리할 때까지 나의 동지들과 함께 간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다짐 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진짜사장이 나와라’는 몸짓으로 우리의 표현을 담기도 했습니다.

고맙게도 어제 파업집회 때 산업보안팀과 구사대가 쳐들어와 천막을 부수고 그것을 막으려는 노동자를 밀치고 해 주었기에 우리 서진조합원들은 그것으로 인해 각성을 했습니다. 더욱더 단단히 뭉쳐 싸워 이기겠다는 마음을 다 잡게 해준 것입니다. 구사대와 산업보안팀이 쳐들어옴으로서 서진조합원을 더욱더 단단하게 묵어주는 계기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2020.8.11.일, 어제의 침탈 잊지 않겠습니다. 다음에는 더욱 더 큰 대오로 꼭 다시 찾아 올 것입니다. 무능력한 하청 바지사장 서진 석진갑 대표는 이번 사태의 분명한 책임 져야 하며, 절대 절대 마음 편히 몸 편히 현대건설기계 못 나갑니다. 우리 원하청 노동자들은 무능력한 하청 바지사장 서진 석진갑 대표가 철야노숙농성까지 하게하며 이 쌩고생 시킨 대가 반드시 치르게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