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문제 – 해결책은 있나?
청와대 소속 수석비서진들이 전원 사퇴했다. 부동산정책이 도화선이 되었다. 부동산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며 다주택 소유와 불로소득을 막겠다고 큰소리쳤던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집을 몇 채씩 가지고 있었다. 한 채만 남기고 나머지는 팔겠다고 했지만 결국 사퇴해야 했다. 그들은 “직이 아니라 집을 택했다.” 그래서 “직은 잠시지만 집은 영원하다”는 비아냥 섞인 비난이 나온다. 집값 폭등이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폭등하는 집값
문재인 정부는 집값 상승을 잡겠다고 큰소리쳐 왔다. 그러나 3년간 23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폭등은 멈추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2,000조원 이상 올랐다. 서울 집값은 635조원(34%) 올랐고, 아파트만 509조(52%) 상승했다.(경실련 발표) 정부의 말과 반대로 집값이 폭등하자, 집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면 ‘지금’ 집을 사는 것이 집을 가장 ‘싸게’ 사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빚내서 집을 사기 시작했다. 집값 폭등의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집값은 왜 오르나? 공급부족?
자유통합당을 비롯한 일부는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가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하면 집값은 오히려 오른다. 문재인 정부에서 ▲ 50조 도시재생뉴딜 ▲ 수도권 3기 신도시개발 ▲ 용산정비창 부지 및 잠실 마이스 민자개발 등 대규모 개발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집값은 올랐다.
2018년 기준 주택 보급률은 104.2%이다. 그러나 전체 가구의 43.7%는 월세ㆍ전세를 전전하고 있다.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220만 명에 이른다.(2018년 기준) 임대업자 30명이 1만 1,029채의 집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년 간 490만 채의 주택이 공급됐는데, 그 중 51%를 다주택자가 가져갔다. 주택공급을 늘려도 그것이 투기꾼들의 전유물이 되면서 집값이 오히려 오르는 것이다.
정말 이유를 모르는가? 그들도 답을 알고 있다
집값 폭등의 이유는 문재인 정부도 알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 당시,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투기적 수요가 집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들은 알면서도 주택 투기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집값 폭등에 불을 지폈다.
대선공약으로 제시된 50조 원 규모의 도시재생 뉴딜 정책으로 정권 초기부터 강북권 집값이 올랐고, 2017년 12월 임대사업자에게 투기의 꽃길을 깔아준 ‘종부세 면제ㆍ양도세 완화ㆍ집값의 80%까지 대출허용’ 등의 특혜정책으로 집값이 급등했다. 이후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인상과 대출규제 등으로 집값을 잡는 시늉을 했지만, 정부의 ‘3기 신도시 강행ㆍ용산정비창부지 개발ㆍ잠실 운동장 일대 마이스(MICE) 개발’ 등 개발정책이 남발되면서 다시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나 개인의 다주택 소유에 대한 세금인상과 같은 규제강화 대책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이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사모펀드가 강남에 위치한 삼성월드타워 한 동을 통째로 매입하면서 46채 아파트를 소유하게 됐다. 개인이 투자용으로 다주택을 매입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사모펀드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부동산 투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저기 구멍뚫린 형식적인 조치로는 부동산 투기를 막을 수 없다.
누가 투기를 잡는가?
부동산 쇼핑이 판치는 상황에서 집값 폭등을 잡기는 어렵다. 정작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당사자들은 어떠한가?
부동산 관련 주요 고위공직자의 평균 재산이 국민 평균보다 4배나 많고, 이들의 36%가 다주택자이다(경실련 발표). 청와대 비서관들의 다주택 소유를 비판하는 미래통합당 국회의원들은 더하다. 21대 미래통합당 의원 103명 중 39.8%인 41명이 다주택자였다. 박덕흠 통합당 의원은 아파트 3채, 단독주택 1채, 상가 2채, 창고 2채, 선착장 1개, 토지 36필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 시가로 288억 9천만원이나 된다.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이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겠는가?
누가 투기를 부추기는가?
일부 공직자와 정치인들만 솎아내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는가?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는 일부 가진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투기에 나서는 노동자들도 많다. 언론은 직장생활하면서 10년 동안 모은 2,000만 원으로 ‘갭투자ㆍ분양권ㆍ리모델링’ 등에 투자해 10억 원 가량의 순이익을 봤다는 한 간호사의 성공신화를 얘기하며 투기를 부추긴다.
2015년 ‘가장 유리한 재테크 방법’ 조사에서 30대는 은행적금(25%)과 아파트ㆍ주택 구매(25%)라고 응답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2020년에는 아파트ㆍ주택 구매를 꼽은 이가 50%로 가장 많았고, 주식투자(15%)가 2위로 올라섰다. 최저임금을 모두 모아도 내집 마련에 43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노동자들 역시 투기에 손을 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 전체가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있다.
부동산 거품 만들기
여기에 초유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본은 더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흘러들어가고 있고, 그 중 하나가 부동산시장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부동산 시장에 몰린 투기 자본이 만들어낸 거품으로 인한 참혹한 결과를 보여줬다. 하지만 또다시 부동산 거품이 반복적으로 일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거품의 최고점을 다시 넘어선 상태다. 이 거품은 언제 다시 터질지 알 수 없는 폭탄이다. 그리고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날 막차를 탄 누군가(대부분은 정보력이 떨어지는 노동자들이다)는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것이다.
임시방편으로 가능한가?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을 최우선시 한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환이든 자본은 이윤이 생기는 곳이면 어디든 몰려든다. 그리고 폭락과 폭등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겪든 고려하지 않는다. 돈벌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런 사회를 살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진정 있기는 한 것인가? 개인과 임대사업자의 투기 수요를 잡겠다고 정책을 만들면 사모펀드로 우회로를 만든다. 공급을 늘린다고 해도 가난한 무주택자에겐 그림의 떡이고 결국 투기자본이 다 먹어치운다. 집없는 노동대중이 항의하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서 개선조치를 만들려해도, 그 정책을 만드는 당사자가 가진자들이기에 자신이 피해볼 조치는 피하려 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개선책이 있는가?
근본적 변화 외엔 다른 답은 보이지 않는다. 자본의 이윤과 사적 소유를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부동산을 전체 구성원의 사회적 소유로 전화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의 안정적인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계획적 부동산 개발 체체를 만들어야 한다. 주택을 사고 파는 상품으로 취급하지 못하도록 해서 부동산이 사적 이익을 위해 이용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개인이 다수의 주택을 소유하거나 주택으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구성원 전체가 누구나 주거의 안정성을 누리면서도 아무도 그것을 소유할 수 없도록 부동산을 통제ㆍ관리해야 한다.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했을 때 지구(땅)의 주인은 없었다. 누구도 그것을 사적으로 소유할 수 없었고, 모두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었을 뿐이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이익을 위해 모두가 그것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공동소유의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