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의사들의 파업 – 이윤이냐, 생명이냐

noheflag 2020. 9. 2. 10:52

지난 723, 정부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의대생을 4,000명을 증원하고, 49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선발된 정원에 대해서는 장학금을 지급하며 면허취득 후 10년간 지역에서 의무복무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책발표 이후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사정원확대와 공동의대 설립을 반대하면서 의사들의 집단휴진과 사직서 제출, 시험거부 등 강경한 반대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인원 확대를 왜 반대하나?

 

의사 파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전공의들이다. 전공의들은 주 80~100시간 넘게 일하고 노동조건도 열악하다. 더 많은 전공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의사증원을 격렬하게 반대하는 것일까?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의사인원을 늘여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전공의들은 의사증원을 반대한다. 의사가 늘어날 경우 기존 의사들과 경쟁이 확대될 것이고, 그것은 의사들의 수입을 줄어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경쟁자를 줄여 기존의 수입과 이득, 즉 특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의사 파업의 주된 이유다.

이들은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던 10대의 시간부터 6년의 대학기간, 휴식시간도 출퇴근도 따로 없는 수련의 과정과 주당 80~100시간에 이르는 높은 노동강도의 전공의 과정까지 그 길고 힘든 시간을 감내해왔다. 그 이유는 이 시간을 지나고 나면 더 많은 이윤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고생한 만큼 더 많은 보상을 받고자 하는 심리는 한편으로는 힘들고 돈벌이가 안 되는 과나 지방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3분 진료, 과잉 진료, 비급여진료의 증가 등 돈벌이를 확대하려는 현상으로 등장한다.

 

의사인원이 충분하다고?

 

의협은 한국은 의사인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의 인구당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65.7%, 의대 졸업자 수는 58%에 불과하다. OECD 국가중 인구대비 의사수가 가장 낮다. 지방의 경우 의사부족으로 응급실, 분만실 등을 운영하지 못하는 곳도 많다. 2017년 기준 공공의료 분야 미충족 의사인력은 2000명 이상이라고 한다. 심지어 지역 의료원에서 일하는 의사 의 3~40%가 공중보건의사로 충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코로나와 같은 긴급 의료 사태가 터지면 대응할 수 있는 인원은 턱 없이 부족하다. 코로나사태가 심각했던 대구경북에서는 1분기 초과사망자가 900명 이상 나왔는데 상당수가 의료공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런 위급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앞으로 예견되는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더 많은 의료인력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료인력 부족과 진료과목별 불균형한 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 그리고 인원충원을 통해 휴게시간도 보장받을 수 없는 근무조건, 살인적인 노동강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인원확대를 오로지 경쟁자의 확대로만 인식하고 반대한다면 악순환만 반복될 뿐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공동체 전체에게 돌아온다.

 

정부의 헛발질

 

문재인 정부는 의료인력 부족을 400여명 정도의 인원충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정책을 내놓았다. 400명도 적은데 그 중 공공의대 인원은 49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립대 인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의료기기, 바이오헬스기업에서 일할 산업체의사 양성도 포함시키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지방과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내용보다 사립의대와 의료기업의 돈벌이를 위한 방안에 치우쳐 있다. 공공의료 확대하겠다고 화려한 포장지를 씌웠으나 내실은 없다. 이번 대책이 통과되면 공공의료가 강화되기보다는 의료 기업들의 돈벌이를 위한 사적 의료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공공의료가 되려면

 

공공의료가 실현되려면 의료기관 확충, 제대로 된 의료인 양성이 필수적이다.

우선 제대로 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 진주의료원, 대구적십자병원 같이 공공의료기관들이 적자를 이유로 폐원되는 상황이 없어야 하며 오히려 더 확대되어야 한다. 의료를 확대하고 질을 높이기 위해 드는 재원을 비용으로 취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의료를 위해 일하는 전공의들과 간호사 등 모든 의료인력을 충원하고 노동시간을 줄여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공공의대를 대폭 확대하고 의사를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긴 시간동안 등록금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고,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쳐 의사가 되는 시스템에서 환자의 건강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인이 양성될 수 있겠는가? 돈벌이가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 번째로 여기는 의사가 양성되고 이들이 공동체의 의료를 책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수련, 그리고 배치와 실무 전과정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대로 된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 사태는 시장경제에 내맡겨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위급한 시기에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의 안전을 저버리는 이기적인 특권층들이 의사라는 이름으로 군림하는 한 우리의 생명은 이윤의 수단으로 취급될 것이다. 경쟁보다 협력이,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 때만이 공동체의 건강과 안녕을 지킬 수 있다.

 

권보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