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위장폐업, 불법파견, 경비대의 폭력 그러나 그 무엇도 서진노동자들의 투쟁을 막지 못 한다!

noheflag 2020. 9. 19. 20:33

해고자가 된 서진노동자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부위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이다. 현대건설기계 하청노동자들인 서진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에 시달리며 개처럼 일했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해가 갈수록 낮아지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하고자 시작한 노동조합 활동은 1년도 안돼 업체폐업과 생존권투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8월 24일부로 해고자가 된 서진노동자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절대 폐업은 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업체장이 7월 24일 갑자기 폐업을 통보하자 곧바로 ‘폐업철회, 고용승계 투쟁’에 돌입했고, 7월 30일부터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현대중공업 정문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이렇게 투쟁을 시작한 서진노동자들은 폐업일이 다가오면서 ‘불법파견 정규화 투쟁’으로 전환하고, 현대건설기계에서 6일간의 철야농성, 현대중공업 출입투쟁, 거점별 중식투쟁 등 가능한 모든 현장투쟁을 이어왔다.

도를 넘어선 경비대와 구사대의 폭력

8월 11일 현대건설기계 본관 앞에도 천막을 설치하려했지만 수백명의 구사대와 경비대가 폭력적으로 막아섰다. 현대건설기계 안에서의 철야농성 3일차인 8월 24일(월) 불법파견 증거인멸 감시활동을 위해 현장에 진입하던 서진노동자들을 현대중공업 경비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막았다. 이날 한 조합원은 목과 허리를 다쳐 응급실로 후송됐다. 철야농성을 풀고 공장 밖으로 나온 서진노동자들은 다음날인 8월 27일(목)부터 현대건설기계 본관문에서 출투를 진행했다. 현대건설기계 본관문 출투 2일차인 28일 경비대와 구사대는 또다시 폭력을 가했고 3명의 서진노동자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경비대의 폭력이 절정을 달한 때는 9월 11일(금)이었다. 서진노동자들은 10일에 주기로 한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자 항의하기 위해 현대건설기계 본관 앞에서 중식투쟁을 진행했다. 경비대는 중식투쟁을 마치고 외부일정을 위해 밖으로 나오려던 서진노동자들을 토끼몰이로 집단폭행했다. 이날 3명의 서진노동자가 응급실로 실려 갔고, 모두 10명의 서진노동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본관문으로만 나가지 말아달라는 경비대의 요청을 수용해 다른 문으로 나가던 서진노동자들은 앞뒤에서 덮치는 경비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 8월 24일 불법파견증거인멸 감시활동을 위해 현대건설기계 현장진입 중 발생한 경비대의 폭력
▲ 현대걸설기계 철야농성을 해제한 후 8월 27일 서진조합원들은 본관 계단까지 진입해 아침 출투를 성사시켰다. 하지만 다음날 경비대와 구사대는 전날의 패배를 설욕하려는지 강경하게 막아섰다. 결국 3명의 서진노동자들은 경비대의 폭력에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 현대건설기계 본관에서 중식투쟁 후 정문으로 나오려던 서진조합원들은 불시에 경비대의 토끼몰이 테러를 당했다. 이 날은 현대중공업 경비대에 의해 자행된 '911테러'로 3명의 서진조합원이 응급실로 실려갔고, 1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경비대의 폭력으로 많은 동지들이 부상을 당했지만 서진노동자들은 9월 14일(월) 또다시 현대건설기계 본관문 출투를 강행했다. 이렇게 당할 수만은 없다는 분노가 하늘을 찔렀고 반드시 뚫고 들어가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이 날도 경비대는 무자비한 폭력으로 서진노동자들을 막아섰다. 경비대를 지휘하던 관리자는 서진노동자들을 “발라버리라”며 폭력진압을 명령했고, 한 서진조합원은 경비대의 박치기에 코뼈가 주저앉았다. 이외에도 수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무자비한 경비대의 폭력에도 투쟁의지를 높이는 서진노동자들

서진노동자들은 그간 현대건설기계는 물론 현대중공업의 전 야드를 당당히 순회했다. 현대건설기계에서는 정규직들도 하지 않는 현장순회투쟁을 매일 진행했다. 원청관리자들과 경비대가 따라다니며 방해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들어가 공장문 안에서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점심시간에는 야드 곳곳을 돌며 중식투쟁을 전개했다.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들의 상징이 된 ‘25%임금인상’ 노란조끼를 착용하고 당당하게 ‘노동조합활동’을 전개했다. 
9월 14일은 지난 11일과 당일에 있었던 경비대의 폭력에 항의하기 위해 오전에는 현대건설기계 본관문을 막고 연좌농성을 하고 오후에는 출고장문을 틀어막았다. 경비대의 폭력을 목격하고도 말리지도 현행범을 잡지도 않던 경찰이 떼로 몰려와 협박해도, 포크레인을 실어 나르는 거대한 츄레라가 코앞으로 다가와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서진노동자들은 주눅 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경비대의 폭력과 이를 배후에서 사주하는 현대중공업 사측에 더욱 분노하며 투쟁하는 노동자로 깨어나고 있다. 


서진노동자들이 피워 올린 작은 불꽃이 꺼지지 않기 위해

서진노동자들은 현대중공업 야드를 돌며 조선소하청노동자의 저임금, 수시로 반복되는 임금체불, 4대보험 체납 그리고 언제 죽을지 알 수 없는 위험한 노동조건이 바로 본인들과 같다며 자신들이 앞장서 시작했으니 함께 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자신들이 피워 올린 작은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함께 해줄 것을 호소하는 서진노동자들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아직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지만 서진노동자들의 투쟁이 커지면 커질수록 조선소 하청노동자들도 투쟁하는 노동자로 깨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서진노동자들은 작년부터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상징이 된 노란조끼를 입고 현대중공업 야드 곳곳에서 중식투쟁을 진했다. 현대중공업지부 조합원들도 함께 참여하며 원하청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보여줬다. 이제 서진노동자들은 도를 넘고 있는 경비대의 폭력에 집단적이고 당당하게 현장을 들어가기로 했다.


서진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은 단순히 하청노동자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작년 교섭이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는 현대중공업지부의 조합원들도 30명의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지켜보거나 함께 하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민주노조가 복원된 후 1사 1노조로 거듭나고 하청노동자를 조직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급선무임을 천명해왔다. 하지만 지금껏 캠페인식 조직화 사업으로만 그쳤다. 
이제는 단 한 곳이라도 하청노동자가 노동조합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원·하청자본가들의 탄압을 이겨내는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기본노동권을 찾겠다고 나서면 폐업하고 해고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더 많은 하청노동자들이 용기를 낼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노조의 투쟁을 가로막거나 중재한다는 명목으로 방관해왔던 사례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현대중공업지부가 서진노동자들의 절박한 생존권 투쟁을 엄호하고 지부차원의 투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보호자가 아니라 동지가 필요하다

서진노동자들은 30명이 채 안 되는 가장 힘없는 하청노동자들이다. 그럼에도 수백 명의 구사대와 경비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불법점거니, 불법침입이니 하며 협박을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진노동자들의 힘만으로는 거대한 현대중공업자본의 탄압을 막을 수는 없다. 지금까지의 투쟁도 현대중공업지부의 엄호가 있었기에 조직적이고 효과적인 투쟁을 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중공업은 이제 테러에 가까운 폭력으로 서진노동자들의 현장출입을 막고 있다. 매번 부상자가 속출하는 출입투쟁을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도 없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진노동자들에게 보호자가 아니라 함께 투쟁할 동지가 필요하다. 자신들과 함께 싸워줄 현대중공업지부와 금속노조, 민주노총이 있고, 노동자의 힘이 얼마나 큰지 반드시 보여주겠다는 서진노동자들에게 ‘동지’는 절실하다. 때리면 함께 맞서 싸우고 ‘동지’가 탄압받으면 모든 힘을 동원해 응징할 줄 아는 노동자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윤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