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정부의 밀실합의 - 공공의료 누가 지키나
의사와 전공의들의 집단휴진(파업)이 일단락됐다. 의사협회는 문재인 정부의 의대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육성 4가지 정책 추진을 중단하기로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협의체를 구성해 법안을 중심으로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절실하게 등장한 의료공공성 확대논의는 시작부터 암초에 걸리고 뒷걸음치고 있다.
의사들에 대한 불신 확대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의사와 전공의들의 파업은 많은 비난을 받았다. 환자를 인질로 삼아 의사들의 특권을 지키려 했다. 의사협회는 공공의료를 내세웠지만, 의료인력 부족이 명백한데도 의사증원을 반대하는 것을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의사가 늘어나는 것을 경쟁자가 많아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추후 수입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의사들은 그야말로 집단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었다. 사회공동체의 위기 상황에서 환자들의 생명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일
정부는 공공의료 확충을 내걸며 의사들과 대립했지만 실제로는 말잔치에 불과했다. 지방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방의료원을 곳곳에 설립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먼저이지만, 정부는 의사를 일부 늘리는 방안만을 제시했다. 지방의료원 설립보다 의사증원이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복지부 예산안에서 공공병원을 새로 짓기 위한 예산은 하나도 편성되지 않았다. 지역 거점 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은 예년에 비해 겨우 73억원 증가해 1,337억 원으로 책정됐다. 그런데 사기업의 돈벌이를 위해서 바이오헬스 연구·개발 예산은 2,600억 원 이상 증가한 7,912억 원이 책정됐다. 부실한 공공의료 정책을 볼 때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 행태를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을 믿을 수는 없다
의료공공성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아진 상황에서 단순히 ‘의대정원 증원’이 아닌 제대로 된 ‘공공의료 확충’ 문제로 의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95%의 사설의료기관에 의존하는 의료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적인 의료인력을 우선적으로 충원해야 한다. 의사를 대폭 증원하는 것과 함께 지역 및 공공의료원들을 곳곳에 만들어야 한다. 공공병원 없이 의사숫자만 늘리면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병원의 인력만 늘려줄 뿐이다. 그리고 의사양성과정에서 들어가는 교육비와 생활비를 사회가 부담하여, 환자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신념을 가진 이들이 의사가 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의사로서의 자질과 소명의식을 가진 이들이 가난 때문에 의대에 진학하지 못하고, 입시성적만 좋은 이들만이 의사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이런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논의를 정부와 의사협회의 손에 맡겨둬선 안된다. 정부는 자본의 이윤걱정이 앞서고, 의사들은 의사집단의 특권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했다. 진정 공공의료를 우선시하는 의사들, 간호사들, 의료노동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이 나서야 한다. 의료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적 이윤 추구의 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노동자들이 의료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