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재난지원금 - 핵심은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아니다
코로나19의 위세가 사그라들 줄 모르고 있다. 변변한 치료제도, 백신도 개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와 9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에서는 한동안 확산세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8월 중순을 기점으로 한 달 가까이 하루 확진자가 100명 밑으로 내려가지 않아 사실상 2차 대유행에 접어 들었다.
다급해진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 2.5단계로 강화시켰다. 코로나19의 장기화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위한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결정했다.
피해계층에 맞춤형으로 선별지급?
정부와 여당,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둘러싼 논란 속에 9월 6일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위해 7조 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문재인대통령은 “코로나 재확산으로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크게 입으면서 한계 상황으로 몰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 등 어려운 업종과 계층을 우선 돕고 살려내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보편지급은) 현실적으로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며 선별지급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발표대로 2차 재난지원금이 피해계층에게 맞춤형으로 지원되는 것일까? 정부의 추경안을 보면 재난지원금의 절반에 가까운 3.8조원이 고강도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지원된다. 그런데 해당 업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조차도 ‘월세 한 번 내면 끝’이라는 비판(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 갈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실직자 지원에는 1.4조원, 저소득층 지원에는 0.4조원이 편성됐는데, 그야말로 생색내기 내지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금액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특수고용 노동자의 수는 250만 명이고, 지난달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7월 실업자는 113만8천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상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로 이들을 ‘돕고 살려내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핵심은 선별이냐 보편이냐가 아니다
한편으로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에서는 재난지원금 보편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원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비용과 시간, 이로 인한 차별 등을 이유로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론도 절반 가까이 보편지급에 동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2차 재난지원금에 생뚱맞게 ‘전 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하겠다며 선별지급 반대여론을 무마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 하느냐, 보편지급 하느냐에 있지 않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재난지원금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돈이 아니다.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미래의 빚을 미리 당겨서 쓰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자, 저소득층에게는 당장의 생존이 중요한 문제이고, 지원은 더 확대되어야 한다.
자본가의 곳간 털어야 한다
사회적 위기 때마다 노동자들은 재난지원금처럼 죽지 않은 만큼만 지원을 받거나 위기의 책임을 질 것을 강요받는다. 그에 반해 자본가들에게는 세금으로 온갖 지원을 하거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몰아준다. 지난 3월 24일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00조 원 규모의 ‘기업구호 긴급자금 투입’을 결정했다. 이후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도 기간산업 지원에 40조 원, 기업 추가 금융지원에 35조 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는 등 자본가들을 위한 지원은 노동자를 위한 지원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재원(세금)으로 위기를 모면하거나 해결하고, 이것을 바탕으로 창출한 이윤을 독식하는 자본가들의 곳간을 털어 노동자들의 생존을 보장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