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 그리고 필요한 전망
지난 5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목졸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흑인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8월 23일에는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백인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됐다. 같은 달 31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흑인 남성 디잔 키즈(29세)가 경찰관 2명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한편 지난 3월 뉴욕 로체스터에서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41)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복면이 씌워져 질식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포틀랜드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요원을 투입해 강경진압에 나서면서 유혈사태로 발전하는 양상 속에, 100일째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이후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8,000건 이상 발생했다.
서로 다른 방식, 그러나 같은 목표
그런데 미국의 양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들은 이 비극적인 사태를 이용해 더 많은 표를 얻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공화당의 도날드 트럼프 후보(現 대통령)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테러로 규정하고 시위를 부추기면서 백인이 다수인 자신의 지지층을 규합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언론사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격화될수록 불안감을 느낀 미국 중산층들의 지지가 강경진압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 후보 쪽으로 기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래서 트럼프는 인종차별 반대시위을 격화시켜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선거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인종차별 문제에서 트럼프와 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는 표면상으로는 흑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를 위로하며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체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이런 선거전략으로 자칫 백인 노동자들의 표를 잃을까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이들은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용할 뿐 이를 진정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서로 아웅거리는 이 두 세력은 다만 권력을 장악하는 것에 관심이 있을 뿐이며 그것을 위해 대중들을 속이려 할 뿐이다.
노동자들의 불행을 이용해 약탈을 일삼는 자들
11월에 있을 선거에서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말할 것도 없고, 바이든이 새롭게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흑인이나 유색인, 남미의 이주민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흑인ㆍ유색인ㆍ이주민의 다수는 저임금노동자군과 실업노동자군을 형성했다. 이들에 대한 극단적인 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은 미국 자본가계급의 이윤극대화의 수단이 되어 왔다. 그리고 미국의 자본가계급은 이를 이용해 백인노동자들의 임금을 끌어내리는 압력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인종차별의 근본에는 경제적ㆍ계급적 차별이 놓여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자본가계급은 이윤을 위해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구조화시켰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흑인ㆍ유색인ㆍ이주민 노동자들이 가난과 온갖 범죄로 인종차별 뿐 아니라 경제적 차별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노동자들을 가난과 범죄의 고통으로 몰아넣으면서 부를 약탈해 간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6백 5십만 명 가까이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통받고 3만 4천여 명이 죽어가는 가운데, 그리고 100일 넘게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억만장자들은 이 기간동안 4,340억 달러(약 531조 4,330억 원)을 더 벌어들였다. 노동자들을 해고시키고 임금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노동자들로부터 부를 약탈해갔다. 이처럼 자본가계급은 남(가난한 이들)의 불행을 이용해 부를 축적한다.
그런데 미국 자본주의와 자본가계급의 이윤을 보호하는 것을 자신들의 근본적인 사명으로 여기는 트럼프(공화당)와 바이든(민주당)같은 이들이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는가? 트럼프와 같이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을 부추기는 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흑인 여성을 부통령으로 삼는다고 해서, 오바마와 같은 흑인 남성을 대통령에 앉힌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들이 권력을 잡고 행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자본주의 체제와 자본가계급의 이윤보호에 있는 한 그들은 결코 인종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에게 그런 의지가 있을 리 없다.
근본적인 전망
수개월 동안 계속된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틀림없이 미국민들, 특히 미국의 백인 노동자들의 의식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계급 차별과 부의 불평등을 문제를 해결할 때만 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목표를 가지고 백인 노동자들과 흑인(유색인ㆍ이주민 노동자들을 포함해) 노동자들이 자본가계급의 지배체제에 맞서 단결하고 싸울 수 있을 때 인종차별 문제는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자본가계급에 맞서 자신들의 생존권을 보호하는 투쟁에 나서고 그 투쟁이 인종차별 반대시위와 결합될 때 그 위력은 훨씬 커질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이런 전망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