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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법 입법청원 성사, 이제 시작이다!

noheflag 2020. 10. 4. 14:12

민주노총이 추진한 ‘전태일 3법’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성립됐다. 8월 26일 시작된 국민청원은 일주일이 채 되기 전에 6만명을 넘기더니 마감시한보다 앞당겨 9월 22일 목표인원에 도달했다. 실명인증 등 청원과정이 까다로움에도 국민청원이 완료된 것은 그만큼 전태일 3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이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본적인 노동자의 권리: 전태일 3법
전태일 3법은 ‘근로기준법 11조 개정(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적용)’, ‘노조법 2조 개정(노조 설립과 가입 확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중대 재해 기업 처벌 강화)’ 3가지 내용이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황당하게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만 적용된다. 주 40시간 노동이 적용되지 않아 무제한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야간•연장•휴일수당도 받지 못한다. 해고도 자유롭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358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권리인 근기법도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더 열악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근기법 11조 개정은 근기법을 모든 노동자들에게 차별없이 적용하라는 당연한 요구다.
두 번째 노조법 2조 개정 역시 상식적인 내용이다. 파견, 용역 등 비정규직이라 불리는 간접고용노동자는 원청이 사용자의 의무를 교묘히 피해가 제대로 된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하다. 게다가 택배•대리운전•배달라이더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221만명에 달하지만 노동자 취급조차 받지 못한다. 노조법 2조 개정은 특수고용, 간접고용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내용이다.
세 번째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제정은 노동자가 죽어도 사장이 처벌받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자는 것이다. 한해 2,400명의 노동자가 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데, 코로나19 사망자보다 더 많음에도 이 죽음에 책임있는 이들에 대해선 솜방방이 처벌에 불과한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하다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꼭 제정되어야 하는 법이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분신한지 5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고 있지 못하다. k방역, 한류, 한강의 기적을 얘기하고, 세계 10위 경제력을 가졌다고 얘기하지만 노동자의 권리는 70년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입법청원으로 가능한가?
전태일 3법은 노동자권리를 대폭 상향하라는 것이 아니다. 매우 기초적인 권리에 불과하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후 50년이 지났음에도 최소한의 노동법도 제대로 제정되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 대부분이 가진 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태일 3법 역시 쉽게 국회에서 통과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처음 시행된 입법청원 제도는 국회의원을 통하지 않고 10만명의 동의로 법률 제,개정 청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청원에 대한 심사 및 의결권은 여전히 국회의원들에게 달려있다. 결국 한 줌도 되지 않는 국회의원들에게 법제정을 요청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고, 근본적인 한계 역시 분명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16년에도 발의됐지만 20대 국회에서 단 한 번도 심의되지 않았고 결국 폐기되었다. 입법청원은 국회의원들이 누구의 편인지를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
노동자들의 권리와 삶은 투쟁을 통해서만 변화시킬 수 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자들의 처지는 조금 나아질 수 있었다. 그리고 2000년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비정규직의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만들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가들은 자신들에게 더 유리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 노동자들의 처지를 더 악화시키려 한다. 50년 후에도 전태일 3법을 얘기해야 하는 안타까 운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삶을 바꾸는 투쟁에 함께 나서야 한다. 입법청원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