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고용위기 - 책임전가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자
“10년 다닌 회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지난 7월 유튜브에 올라온 한 동영상은 본인이 당한 해고 사실을 알리면서 시작한다. “작년부터 회사 사정이 안 좋아졌고, 코로나로 인해 더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일들이 저한테 지금 벌어지고 있어요.” 영상 속의 주인공은 자신이 쓸모없는 부속품이 된 것 같다며 자책하다가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문의하는 모습이 나온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코로나해고, 정리해고, 퇴사브이로그 등의 해시태그(단어 앞에 #기호를 사용해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것)를 단 동영상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폐업, 정리해고, 권고사직을 당한 본인의 경험담뿐만 아니라, 실업급여 신청 과정, 체불임금이나 퇴직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벌이는 과정까지 공유하고 있다. 이 동영상들은 수십만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실업문제가 우리 주변에서 얼마나 흔하게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장기화되는 고용위기
코로나 19로 인한 고용위기의 심각성은 각종 통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1,663억 원으로 작년 동월 대비 4,978억 원(74.5%)이 늘어, 5개월째 실업급여 지급액이 1조 원을 넘었다. 9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9만 9천 명으로 작년 동월 대비 2만 8천 명(39.4%)이 증가했고, 8월에 비해 9천 명 가량 늘었다. 2020년 1월부터 7월까지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89만 7,000여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6만 3,000여 명이 증가한 수준으로 지난 5년간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고용노동부는 8월 현재 임시·일용직 근로자는 193만 5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만 6천 명(7.0%) 늘었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708만 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만 명 넘게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월 이후로 6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부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60세 이상 공공근로 일자리를 6개월 동안 확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실업자 수는 줄기는커녕 늘고 있다. 이 같은 취업자 수의 감소 추세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과 같이 국가적 경제위기 때와 유사하다.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실업률은 2월 기준 3.4%에서 5월 3.6%로 상승했고, 8월 기준 3.9%까지 증가했다. 무급휴직자, 단시간 알바노동자, 일자리를 구하려 하지만 경기악화로 취업하지 못해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는 자와 같이 통계상 실업자로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하면 실업률은 더 높아진다. 이와 같은 실업률의 증가는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듯이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1,1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OECD의 고용 전망 보고서는 올해 37개 회원국의 실업률이 12.8%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8천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더 심해지는 양극화
코로나19로 인해 노동자들이 실업의 공포에 짓눌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은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 예상 총액은 27조 5,750억 원으로 전 분기(18조 5,940억 원)보다 9조 원(48.3%) 가까이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볼 때도 30%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대기업의 실적개선은 수출 회복, 원자재 가격 하락, 수요 확대로 인한 효과도 있겠지만, 경제를 살리겠다며 정부가 세금으로 세제혜택, 금융지원 등의 방식으로 기업에 대폭적으로 지원해 온 결과이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이 삭감되어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데 자본가들은 주머니가 터질 정도로 부를 쌓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책임전가에 맞선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본가들은 위기를 핑계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흑자임에도 정리해고를 추진한 AVO카본코리아, 공장폐업을 통보한 한국게이츠의 자본가는 약속이나 한 듯이 코로나19를 핑계 대며 노동자를 공격하고 있다. 일자리를 지키려면 복지축소, 무급휴직, 임금삭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노동자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모습은 코로나 시대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는 단기간에 종식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조차도 내년 하반기나 되어야 백신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노동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노동자들을 향한 책임전가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자본가들에 맞서 모든 해고 금지, 충분한 사회 안전망 확보를 요구해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것은 실현 불가능한 요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당연한 요구가 실현가능한 사회체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