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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사망 - 그를 정경유착 부정부패범, 무노조경영 노동착취자로 기억해야 한다.

noheflag 2020. 11. 26. 11:11

10월 25일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사망했다. 사망 소식이 발표되자마자 언론은 이건희의 업적을 늘어놓으며 재계의 거목, 반도체 신화, 혁신의 리더십 등을 찬양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정치인들도 여·야할 것 없이 이건희를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든 장본인’이자 ‘국민 자부심을 높인 선각자’라며 낯 뜨거운 용비어천가를 불러댔다. 이건희의 생전 어록이 SNS에 무수히 공유됐고, 가짜로 밝혀진 이건희의 유서도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에서나마 이건희의 공과 과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했지만, ‘죽은 자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는 공격을 받거나 한국을 삼성공화국으로 만든 경제대통령 이건희에 대한 찬양일색의 애도에 묻혔다.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선각자

삼성신화를 운운하는 언론,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삼성이 한국 최대의 기업의 자리에 오른 것은 이건희의 뛰어난 경영과 리더십의 결과가 아니다. 익히 알려졌듯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에 군량미를 수출했던 군납업체 삼성상회에서 시작됐다. 정치권력과 결탁하고 특혜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막대한 부를 쌓아 재미를 본 삼성은 2대 이건희, 3대 이재용에 이르기까지 정권을 가리지 않고 정경유착을 반복했다.

참여연대의 2005년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의 역사와 사법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방 이후 집권한 모든 정권에 삼성이 자금을 제공해 부당한 특혜를 누려왔다. 삼성그룹은 이승만 정권부터 시작해 전두환 정권 220억 원, 노태우 정권 250억 원, 김대중 정권에 5억 원을 제공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노무현 후보에게 385억 원을 제공하는 등 삼성이 정계에 제공한 불법정치자금은 모두 860억 원에 달한다. 공개된 자료에 의한 것이 이 정도일 뿐, 밝혀지지 않은 정치자금을 감안하면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불법정치자금에 대해서 기업이 권력에 의해 강탈당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정치자금은 기업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이거나 어마어마한 혜택을 몰아주는 대가이다. 일례로 전두환 정권은 산업 합리화와 부실기업 정리 등을 통해 삼성의 자본 축적을 지원했고, 고속도로 건설, 차세대 전투기, 반도체, 율곡사업 등의 이권을 삼성에 제공했다. 박근혜 정권 때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선실세인 최순실에게 지원하거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지원했다.

역대 모든 정권과 유착한 범죄가 드러나더라도 삼성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건희는 1996년 ‘노태우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불과 1년 만에 사면됐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2년 ‘불법 대선 자금 사건’과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때도 이건희는 단 한 차례의 소환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노동자를 쥐어짜며 써내려간 성공신화

삼성의 노동자 착취와 탄압을 대표하는 말이 바로 ‘무노조 경영’이다. 삼성은 헌법에서 조차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는 노조할 권리를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경영철학인 양 포장해왔다. 노조 결성과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도감청, 미행, 납치와 회유, 해고를 서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 검찰,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삼성의 노조 파괴는 공장이 진출해 있는 해외에서도 예외 없이 자행됐다. 독일, 영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노조파괴를 일삼아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이건희의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칭송받는 삼성반도체에서 발생한 백혈병 등의 산재 문제는 이미 영화화가 됐을 정도로 악명이 높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황유미씨의 사건을 계기로 확인된 피해 접수 사례만 180여 건이고 사망자는 70여 명에 달한다. 수십 종의 발암물질과 독성 위험물질이 생산과정에서 사용됐지만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교육이나 안전점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수많은 피해사례가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근무환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조차 역학조사에서 피해자 참여와 자료공개를 거부하는 등 피해자가 아니라 삼성의 편을 들었다.

또한 삼성은 해외공장에서 국제노동기구에 의해 금지된 아동노동을 통해 수익을 얻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프랑스의 비정부기구에 의하면 삼성의 휴대폰이 중국에서 아동노동 등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상당수의 아동들이 하청업체에서 계약서도 없이 11시간 동안 일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들은 거의 매년 아동노동으로 비판받았다.

이렇듯 삼성의 부와 명성은 아동노동착취, 열악한 노동조건, 산재, 무노조로 대표되는 노동탄압의 토대위에 쌓아올린 것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삼성은 “노사 안정을 실천하려는 삼성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노사문제를 예방적으로 해결하고 있고, 업계 최고의 처우를 보장하고, 노사협의회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공정한 인사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노동자를 쥐어짠 결과가 지금의 삼성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양이 걱정하는 쥐가 되지 말자

이건희 사망 이후 언론의 화두는 상속세와 경영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10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가 너무 많다며 가업 승계를 보장하기 위해 이 기회에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 상속세가 그대로 부과된다면 삼성의 경영권이 외국 투기자본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언론의 호들갑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편승해 삼성에 대한 상속세를 없애 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했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우리나라는 삼성을 위해 이런 것도 못 해주냐는 황당무계한 주장을 하고 있다.

▲ 삼성일가의 배당금추이

하지만 이런 호들갑과 오지랖은 쥐가 고양이 걱정해 주는 꼴이다. 이건희가 쓰러진 2014년부터 6년간 받은 배당금만 1조 7천 988억 원에 달한다. 나머지 회장 일가가 받은 배당금을 다 합치면 2조 7천 716억 원이다. 시체와 다름없는 상태로 누워서 숨만 쉬어도 노동자들이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규모의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것이다. 일자리가 없어지면 당장 내일 먹을 것부터 걱정해야 하는 노동자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자본권력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부의 대물림 자체에 대해 반대하고 싸워야 한다. 정치권력과 공생하며 세금으로 온갖 혜택을 받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숨과 착취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사회적 부를 사유하는 것이 정상적으로 인정되는 사회라면 우리는 이 체제에 맞서야 한다. 


이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