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전면파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
철도노조 철도고객센터지부장 조지현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의 파업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저임금 해소와 고용보장에 대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지난 11월 1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고 현재까지 파업을 진행 중이다.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우려에도 삶을 지키고자 투쟁 할 수밖에 없었다.
1,200여 명의 조합원 중 85% 가량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파업대오는 굳건하고 흔들리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는 상황은 오히려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하게 한다.
투쟁으로 쟁취한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
코레일네트웍스는 모회사인 한국철도공사가 89% 가량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광역 역무, 여객 매표, 콜센터, 광명 도심공항터미널 등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다.
전체 직원 1,800여 명 중 본사 업무지원직 125명만이 정규직이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직·기간제·계약직인 구조로 정규직을 제외한 대부분의 현업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해도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을 받아왔다. 저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에 시달리던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2019년 두 차례의 파업투쟁을 통해 2020년 위탁비를 시중노임단가 100%로 적용하기로 한국철도공사와 합의했다. 그 결과 올해 코레일네트웍스는 한국철도공사와 증액된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예산 받고도 임금인상 안 된다?
코레일네트웍스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어있어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준용해야 하므로 시중노임단가 100%에 맞춰 임금인상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올해 공공기관 임금인상률은 최대 4.3%다. 정규직의 경우라면 높은 인상률일 수 있지만 고작 정규직의 44.7% 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노동자들에게 4.3%는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이라는 작년 합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어이없게도 올해부터 적용되는 관공서 공휴일 유급휴일분을 임금인상분에 포함시키며 시중노임단가 100% 적용시 기재부의 예산편성지침인 4.3%가 넘는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즉,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할 수 있는 예산이 증액되었는데도 기재부 지침 때문에 이미 합의된 임금인상을 할 수 없다고 버티는 셈이다. 도대체 이렇게 남긴 재원 수십억원을 어떻게 사용하려는 것인가. 결국, 최대 주주 한국철도공사에 배당금으로 돌려주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년연장 합의도 무시
코레일네트웍스는 민간에서 자회사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고령노동자 보호를 위한 정년연장에도 합의를 했었다. 이는 정부정책으로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자회사에 고용되었다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55세 이상 노동자들의 정년을 연장해 조금이라도 고용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합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어 현재 16명은 거리에서 복직 투쟁 중이다. 더구나 2020년 12월 31일이면 200여명의 노동자들이 해고될 위기에 처해있다.
문재인정부의 위선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약속했었다. 그리고 위탁계약시 시중노임단가 100%를 적용하기로 한 한국철도공사는 이 정부에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개선 대책’의 모범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경영평가 총인건비 인상률 산정시 무기계약직과 기간제는 제외하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 인상시에는 무기계약직도 정부지침을 적용하라고 한다. 이처럼 문재인정부는 겉으로는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척하면서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지침을 강요하고 있다. 이는 불합리한 지침을 개정하라는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앞으로 주고 뒤로 빼가는 위선이다.
문재인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자랑했지만 더 일할 수 있는 노동자도 일터에서 거리로 내몰았다. 그러면서 신규 채용도 하지 않아 교대 근무자가 연차를 사용할 경우 그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직접 구해야 할 정도로 현장인력은 부족하다.
길어지는 파업만큼 성장하는 노동자
파업이 길어지면서 코레일네트웍스 노동자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한 번 저임금 노동자면 평생 저임금 노동자여야만 한다는 규칙을 만들어 놓은 정부의 지침. 지침만을 핑계로 그 무엇도 책임지지 않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료들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함. 그러면서 우리가 이러한 사실을 외면하며 보냈던 수십 년간 너무 많은 것을 빼앗겼다는 것을 알았다.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도 소중하기에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에서 물러선다면 더 긴 시간을 절망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더 이상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투쟁을 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승리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