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권력분산 그러나 정부의 중앙집권적 통제강화

추미애와 윤석열의 충돌
법무부 장관인 추미애와 검찰총장인 윤석열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한치의 물러섬도 없는 이 대결은 결국 검찰총장의 인사권자(대통령)가 결단을 내리는 것으로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12월 10일 열리는 검찰총장 징계위원회에서 윤석열이 징계를 받고 문재인이 윤석열의 해임을 승인하면서 일단락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인가? 윤석열과 그의 사람들을 찍어내고 그 자리에 문재인(민주당)과 코드가 맞은 다른 인사를 올리면 그것으로 문재인이 바라는 바, 곧 검찰개혁이 완수될 것인가? 애초 윤석열은 보잘 것 없는 지방(대전) 고등검찰청 검사였다. 그런 윤석열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에 이어 대검찰청 검찰총장으로까지 발탁한 것이 문재인이었다. 문정부는 윤석열을 앞세워, 본질적으로는 검찰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해 박근혜와 이명박을 단죄했다. 그런데 지금 문정부는 자신들이 내세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 하고 있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인 셈이다. 윤석열이 저항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이 싸움은 단순히 윤석열을 찍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검찰조직이 가진 권력을 강탈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검찰조직은 자신들이 가진 힘을 다 동원해 저항하고 있고 계속 저항할 것이다. 윤석열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하더라도, 물러난 이후에라도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려는 검찰조직의 저항은 계속될 것이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정부를 위협하는 검찰권력

노무현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것처럼 검찰권력이 문재인을 향해 칼을 들이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검찰은 새로운 정부(살아있는 권력)와 협력해 옛권력(죽은 권력)을 징벌하는 데서 혁혁한 공로를 세워왔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독립적인 권력을 형성하고 공공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자신들의 권력을 건드리면 죽은 권력만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에도 대항한다. 대통령에 당선돼 권력을 잡은 이들(정부)은 5년짜리 공무원들이지만,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거머쥐고 정부와 기업의 요직 인사들을 탈탈 털어내 없는 죄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검찰은 50년짜리 공무원들이다. 그래서 검찰권력은 누가 대통령이 되어 행정부를 장악하든 그들을 별로 겁내지 않게 됐다.
행정부(법무부) 산하의 일개기관(검찰)이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을 가진 기관으로 자립화(독립화)되어 괴물처럼 법위에 군림하고 있다. 법위에 군림하며 법을 자신들의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온갖 기득권을 누리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은 조선중앙동아와 같은 거대 언론권력과 결탁해 언론의 비호를 받고 있다. 검사들은 기업들로부터 떡값을 챙기고, 각종 기부금을 받아먹고, 퇴직후에는 전관예우까지 받는다. 각종 부패의 온상인 셈이다.
선거를 통해서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중 자신과 직접적으로 일치하지 않고 대중 위에 군림하는 소수자의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의 민주주의 권력들 모두는 필연적으로 부패한다. 하물며 시험을 통해 선발된 엘리트 관료권력인 검찰조직은 말할 것도 없다. 한국에서 가장 부패한 권력기관을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검찰을 지목할 것이다. 법을 집행하고 사람들을 단죄하는 집단이 자신들은 법의 구속을 받지 않고 법위에 군림한다면, 그렇게 해서 각종 잇권들을 챙기는 부패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면, 어떤 이들이 그 법을 따르려고 하겠는가? 이처럼 통제받지 않는 부패한 권력인 검찰은 전체 자본가 지배체제의 잠재적 위협요소가 되고 있다.
그래서 괴물처럼 자라난 검찰권력을 해체해 분산시키고 분산된 권력기관들이 서로 견제하는 것을 통해 권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개혁은 중앙정부가 분산된 권력기관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곧 모든 권력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로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정부는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자기 사람들로 검찰의 요직을 채우는 것으로써 그것을 달성하려고 한다. 한 마디로 검찰의 힘을 빼서 자신들의 통제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검찰권력의 제한, 그러나 검찰의 만만찮은 반격
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이 가지고 있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시키는 것이 그 첫 번째였다. 2018년 6월 21일 발표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고, 검찰의 수사권 범위를 ‘권력형 부패 범죄와 경제·금융 범죄’ 등 특수수사로 제한했다.
검찰 수사권의 이런 제한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조국의 법무부 장관 인선에 반대해 조국 일가의 신상을 탈탈 털었고,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 수사에 착수했으며,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울산시장 경선 하차’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파헤쳤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진을 조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조직이 문정부가 조국을 법무부장관으로 세운 것이 자신들의 목줄을 쥐겠다는 의도라는 것을 즉각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문정부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 것은 검찰이 가진 권력을 더 이상 침해하려 하지 말라는 문정부를 향한 강력한 경고였다.
그리고 검찰조직은 해당 구성원이 민주당성향이냐 아니면 국민의힘당성향이냐와 관계없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일치단결하고 있다. 검찰 내 추미애의 사람들이 추미애에 대항한 것은 이 때문이다. 검찰조직이 정부로부터 독립된 권력체로서 살아있는 권력인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권력은 여전히 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막대하다. 그래서 정부와 민주당의 일각에서는 검찰의 특수수사권도 경찰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경찰조직으로 특수수사권까지 이관되면 경찰조직에 검찰에 못지 않는 권력이 형성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문정부는 경찰조직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정보경찰을 폐지하고, 경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며,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경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축소하려고 한다. 더해서 문정부는 국가정보원(국정원)의 업무를 해외정보수집으로 국한시키고 대공수사권을 폐지해 국정원의 권한를 축소하려 한다. 이렇게 해서 문정부는 검찰, 경찰, 국정원이 가진 권력을 분산시켜 서로를 견제하도록 함으로써 그들 모두를 정부의 통제아래 두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이 서로 견제만 할까? 새로운 권력의 결탁과 새로운 부패의 카르텔이 형성될 것이다. 그래서 분산된 권력은 서로의 비리를 덮어주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옥상옥 공수처는 새로운 권력집중일 뿐


문정부 검찰개혁의 두 번째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립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야당(국민의힘당)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공수처장 후보로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공수처장 후보가 되려면 후보추천위원 7명중 6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과 국민의힘당의 팽팽한 정쟁 속에서 후보추천위의 빡빡한 관문을 통과할 인물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아직까지 공수처는 법률 속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당과 막판 후보조율에 실패하면 12월 9일 있을 이번 국회회기 마지막 날에 후보추천위원의 의결방식을 개정하겠다고 하고 있다. 문재인도 이번 국회회기 내에 공수처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국회의석이면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정부가 국민의힘당이 반대하는 법개정을 강행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국민의힘당도 법이 개정되어 공수처장 임명에 대한 견제장치가 사라지는 것을 역시 부담스럽게 여긴다면, 여야 두 정당의 대표들이 후보추천에 합의할 가능성도 있다. 어떻게 되든 공수처장은 임명될 것이고 공수처는 설립될 것이다. 그리면 공수처는 검찰은 물론이고 경찰, 국정원 등 7,000명(이중 검사판사가 5,600명이다.)에 이르는 3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들 누구라도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체가 된다. 그래서 공수처는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는 막강한 개혁(???)장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과 같은 이런 막강한 권력을 가진 공수처는 누가 견제하고 통제할 수 있는가? 국민의힘당이 공수처를 옥상옥에 비유한 것은 검찰권력을 옹호하려는 의도만 제외하면 옳은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당조차 오래전부터 검찰개혁 수단으로 공수처를 주장해 왔다. 극우보수당조차도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검찰권력이 견제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분간 공수처에 권력이 집중될 것이다. 그리고 공수처는 문정부와 민주당의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음번 언젠가에 국김의힘당이 권력을 장악할 때면 공수처는 국민의힘당이 휘두르는 무기가 될 것이다.
이것이 추미애와 윤석열의 극한 대립 속에 들어있는 권력대립의 본질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경찰, 국정원 개혁이란 권력을 분배해 상호견제 속에 균형을 맞추려는 것인 동시에 이들 권력기관들을 철저하게 중앙정부의 통제아래 두겠다는 중앙집권주의적 발상과 계획이다. 그런데 이 싸움에서 누가 이기는 것이 노동자계급과 피착취 근로인민 대중들에게 유리한가?
개혁, 그것에 노동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이 사회의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되고 착취받고 고통받는 노동자들과 근로인민 대중들에게 ‘검찰, 경찰, 국정원, 정부(행정부), 사법부, 국회’ 중 어떤 국가기관이 권력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가 또 가질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할까? 이들 중 누가 노동자들의 연장근로수당을 강탈하려는 계획인 탄력근로제 개악에 진정으로 반대하는가? 이들 중 누가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파업권, 그리고 교섭권을 박탈해 노동조합을 식물노조로 만들려는 노조법개악에 진정으로 반대하는가? 이들 모두는 정리해고제에, 근로자파견제에, 최저임금법 개악에 동조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탄력근로제와 노조법 개악에 동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악법들에 반대해 투쟁에 나선 투사들을 잡아들이고 감금하고 탄압했다. 이 점에서 이들 권력자들은 완전히 한통속이었다.

그들은 권력을 두고 서로 다툰다. 그러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 기업가들의 이윤을 보전하고 확대하는 데는 완전히 일치된 이해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이들 사이에 착취의 방법을 두고 다투는 일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착취자체에 반대하지는 않는다. 이 자본주의 착취체제를 옹호하고 지키는 것이 그들에게 부여된 근본적인 임무다. 이런 점에서 이들 국가기관들을, 이들 권력기관들을 자본가들의 권력기관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은 노동자들과 파착취 인민대중에 관한 정책들에서 철저하게 반노동자적이다. 노동자들이 그들의 싸움에서 어느 한편을 드는 것이 바람직한가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동자들은 그들 모두의 부패한 권력에 맞서 노동자들 자신의 이해를 대변하는 권력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