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늘렸다 줄였다, 사장맘대로 탄력근로제
주52시간제는 2018년 3월에 도입돼 같은 해 7월에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시행했다. 50~299인 사업장에는 주52시간제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분 삼아 즉각적으로 실행하지 않고 계도기간을 뒀다. 이 계도기간이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50인 이상의 전사업장에 주52시간제가 시행된다.
계도기간 연장없다? 반드시 탄력근로제 확대하겠다!
정부는 계도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전수조사 결과 50~299인 사업장 중 이미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81.1% 사업장을 포함해 주52시간제 도입 준비를 마쳐 내년에는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전체의 91.1%로 파악됐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계도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경총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 계도기간을 더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주52시간제를 50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의 선행 조건으로 현행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6개월 단위로 확대하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무제한적 유연근로체제
‘6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란 1년내내 무제한적으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노동시간 단축은 법률상으로만 존재할 뿐이고 실제로 사장들이 물량의 증감에 따라 노동시간을 맘대로 늘렸다줄였다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장들이 노동자들에게 연장근로수당을 한푼도 주지 않아도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는 임금삭감을, 사장들에게는 이윤확대를 의미한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삭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줄었다늘었다하는 불규칙한 노동시간으로 인해 장시간노동과 건강악화(과로사) 등으로 내몰릴 것이다. 주52시간제로 노동시간이 단축되었다는 것은 법적 ‘사기-허상’이 되고, 탄력근로제의 도입으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오리려 줄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미 주52시간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준비정도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런데도 50인 이상 사업장의 주52시간제의 도입의 조건으로 탄력근로제를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사장들의 이윤을 보전해주겠다는 의도 말고는 없다.
정부의 속임수
지난 번에는 최저임금을 올려놓고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시키더니 이번에는 노동시간을 단축한다고 해놓고는 사장들이 필요할 때마다 노동시간을 최대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최저임금법 개악이든, 노동시간 유연화법(탄력근로제)개악이든 이것으로 최대의 불이익을 보는 이들은 연장근로수당을 강탈해가려는 사장들의 시도에 저항할 노동조합조차 없는 가난한 노동자들이다. 그런데도 사장들의 정부는 이처럼 교묘하게 노동자들에게 사기를 친다. (아마도 이 글이 독자들에게 전달될 쯤에는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입법화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김정모